신의 존재와 계시
신의 존재는 고대인들에게 하나의 주어진 사실이었다. 신이 안계시다는 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고대인들은 인간과 이 세상을 초월하는 어떤 힘이 존재함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런 고대인의 한 멤버였던 히브리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고대인들의 신 즉, 정착 문화권 내에서 숭배되고 있는 신은 그 지역의 백성 또는 그 지역과 동일시되었다. 예를 들어 가나안 신은 가나안 사람 또는 그 땅과 동일시된다. 그러나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신은 자신들과 함께 이동하는 신이었다. 그런데 유목민이 어느 땅에 정착해서 살게 될 경우 그 땅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그 지역의 신이 권력 면에서 유목민의 이동하는 신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즉 유목민의 신이 정착 문화권에 들어가면 그 정착 문화권의 신에게 예속된다고 여겼다(2열왕 5-6장). 이는 물론 유대인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고대인들이 그렇게 생각하였다. 분명한 것은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신은 그 땅의 일부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들은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예를 들면 전쟁의 신, 다산의 신, 등등). 모든 신들은 나름대로의 고유한 역할, 기능이 있었고 모든 신에게는 당연히 각자의 이름이 주어져 있었다. 히브리인들은 이 신을 ‘야훼’라고 불렀다. 야훼는 과거, 현재, 미래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시며 함께 하시는 하느님으로 이해되었고, 이 야훼의 이름을 따서 구약성서의 종교를 ‘야훼이즘’이라고 부른다.
또한 고대인들에게 신은 역사 안에서 여러 사건들을 통제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따라서 신의 존재는 고대사회와 구약성서의 종교적인 논점이 될 수 없었고, 당연한 진리였다. 특히 구약성서의 하느님의 존재는 계시로 주어진 사실로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오히려 신이 누구이신가? 그 신이 인간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하느님과 비슷한 점이 무엇이고, 그 하느님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 구약성서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것이 야훼의 계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