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텍스트의 은유 :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종합적인 전망
이제 텍스트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은유들에 기초하여 텍스트의 전반적인 특성을 약술해 보고자 한다. 이 단락의 주석적 분석보다는 2,1-4,4 전체 안에서 이 단락(2,1-19)이 지닌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종합적인 전망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계약
⑴ 구성 요소로서의 ‘계약’
계약에 관한 책 : D.J. McCarthy, 『Treaty and Covenant』, AnBib 21, Rome 1978
1. 계약 즉 תיꙞꔶ(버리트)란 개념은 2,1-19의 단락에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2,1-4,4의 전체 단락 안에서 3,16에서만 언급될 뿐이다.
3,16 הוהי תיꙞꔮ ןוֹרꔣ
야훼의 계약의 궤
2. 계약은 하나의 사회 구성요소이다. 즉 구성원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관계에 놓여 있는 요소들의 종합이다. 만약 어떤 요소가 다른 모든 것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을 파악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다. 옛날에 체결된 것과 대조함으로써 추정할 수 있는 계약의 형식은 두 상대방 즉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는 요소들을 강조하고 있다.
3. 그러면 계약 당사자들의 관계를 정의하는 요소들에 대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계약과 관련된 중요한 문헌이 있다.
G.E. Mendenhall, 『Covenant Forms in Israelite Tradition』, BA 17 (1954), 50-76pp.
Mendenhall은 여기서 특히 힛타이트 협약들의 구조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6가지 요소들이 거의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힛타이트 협약을 보다보니 다른 인접한 곳에서도 그런 협약이 발견된다).
① Mendenhall의 주장
ㄱ. 힛타이트 종주권 계약 형식의 6가지 요소
㈀ Preamble(前文)
왕은 이 전문에서 자신의 족보뿐만 아니라 직함, 그리고 다른 여러 특징들을 열거하면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있다. 이 전문은 자신의 봉신에 대해 계약관계를 수여하는 영주의 위엄과 권위를 강조한다고 Mendenhall은 주장한다.
㈁ Historical prologue(역사적인 개막사, 역사적 서언)
여기서는 영주와 봉신 사이의, 그 이전의 관계들이 묘사되고 있는데 봉신을 위해 과거에 행해졌던 힛타이트 왕의 호의적인 행위들이 강조되고 있다. 이 역사적인 개막사는 영주에 대한 봉신의 감사를 일깨우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감사란 영주에 대한 봉신의 충성과 성실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라고 Mendenhall은 주장한다.
㈂ The treaty stipulations(협정 조건들, 협정 규정들, 계약 약정서)
봉신들을 속박하는 의무들이 여기에 나열된다. Mendenhall은 수많은 전형적인 법률들을 열거하고 있다. 그 중에 예를 들면 봉신은 힛타이트 제국 밖의 외교적 관계에 간섭해서는 안되며, 힛타이트 왕의 영토 안에 있는 다른 민족들에 대항하여 어떠한 범법 행위도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나와있다. 그뿐만 아니라 봉신은 1년에 한번 자신의 영주인 힛타이트 군주 앞에 나타나야 한다는 명령 등이 나온다고 Mendenhall은 주장한다.
㈃ Provision for depositing of the treaty document in vassal’s temple and for the periodic reading of it
봉신의 신전에 협정 문서들을 배치하여 그것을 정기적으로 읽는 것에 대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협약된 문건이 봉신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읽혀져야 한다는 조건은 종속 국가가 끊임없이 협약의 파트너인 군주에 대한 책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키기 위해서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봉신의 신전 안에 협의된 문서를 배치하는 것은 계약 파기에 대한 주의상의 경고로써 이러한 협약이 봉신의 신들의 신적인 보호 아래 있음을 의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 The list of gods as witnesses
증인으로서 신들의 이름이 열거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협정을 체결하는데 있어 증인이 되는 신들을 열거하여 목록으로 작성하게 된다. 이러한 행동은 군주, 영주와 봉신의 신들을 포함하며, 이러한 협정을 보호하는 것은 바로 신들임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Mendenhall은 이 증인들 중에서 특별히 산이나 강, 샘물, 바다, 하늘과 땅, 바람, 구름들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The curses and blessings formulae
저주와 축복에 관한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군주와 봉신 사이에 체결된 협정을 보호하는 신들은 계약이 파기될 경우에 봉신에게 재난을 가져다 줄 것이다. 반대로 군주에 대한 봉신의 충성은 봉신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에게도 지속적인 축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ㄴ.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
1. 이런 사실을 기초로 해서 Mendenhall은 모세가 결정적으로 중재 역할을 하는 시나이 산에서 체결된 계약 안에 이러한 형태가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모세는 공동체를 형성함에 있어서 이 종주권 협정을 채택했다고 주장한다. 비록 구약성서 안의 모세에 관한 전승에서 이러한 것이 부분적이며 또한 달리 표현되는 점도 있지만, 이렇게 영주권 조약과 십계명을 연결시키려고 했다.
2. 그래서 그에 의하면 십계명의 첫 번째 절(출애 20,2)을 군주이며 왕인 야훼와 그분의 백성인 이스라엘 사이의 이전 관계를 묘사하는 역사적인 서문으로 간주하고 있다.
“너희 하느님은 나 야훼다. 바로 내가 너희를 에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하느님이다.” (출애 20,2)
3. 그뿐 아니라 힛타이트족의 종주권 협정에서처럼, 이 서문은 수혜자들을 향해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책무를 밝히는 것으로 보인다. 수혜자인 이스라엘이 지니고 있는 책무가 무엇인지를 여기서 밝힌다고 볼 수 있겠다.
4. 이어서 이 서문 다음에는 계약규정인 십계명이 뒤따른다고 Mendenhall은 주장한다(출애 20,3 이하). 그리고 이것에 모든 사람은 순종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5. 그뿐 아니라 그는 제단과 사람들에게 피를 뿌리는 것(출애 24,5 이하)이나 산 위의 야훼의 면전에서 모세와 70명의 원로들이 식사를 하는 향연 장면(출애 24,9이하) 등과 같은, 계약을 준비하는 예식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6. 물론 Mendenhall도 십계명 그 자체는 영주권 협정 양식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인정했다. 예를 들면, 성소에 계약 문서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규정이나, 증인들의 목록, 혹은 축복과 저주 형식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그는 보았다.
7. 그러나 그는 이러한 요소들이 모세의 전승 안에서 다른 형식으로 발견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Mendenhall은 여호수아기 24장에서 그 형식이 나타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② Nicholsen의 반론
이러한 Mendenhall의 주장에 대해서 Nicholsen이라는 사람은 D.J. McCathy의 『Treaty and Covenant (협정과 계약)』이라는 책을 근거로 해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1. 우선 Nicholsen은 모든 계약 사건이 종주권 계약 양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야훼와 이스라엘 사이의 계약이 고대 근동 지방의 봉신 협정 양식을 모방했다고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성서 본문들이 비록 힛타이트족의 종주권 계약 형식과 비슷한 점을 반영하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그 양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종주권 계약 양식은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그 중에서도 Nicholsen은 (Mendenhall 자신도 인정한 바 있듯이) 종주권 협약에 있어 중요한 것으로써, 규정들과 신들의 이름, 축복과 저주의 공식들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구약성서에서 이것을 비교 연구한 결과 출애 19-24장과 32-34장의 시나이 계약은 Mendenhall이 주장하는 것처럼 종주권 협정 양식들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3.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첫째로, 출애 19장은 힛타이트 종주권 협약에 있는 서문들과 비슷한 모습의 역사적 서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출애굽기 19장은 놀라운 표징과 함께 나타나는 ‘야훼 하느님의 현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 둘째로, 출애 23,20 이하의 약속들은 그 이전에 나오는 계약 율법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즉 이 약속들은 율법에 복종하라는 호소와 관련되어 있지 않고, 약속된 땅으로 그 백성들을 인도할 천사에게 복종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 셋째로, 이 시나이 계약은 축복과 저주 형식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Nicholsen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 마지막으로 그는 의식을 통해 계약을 비준하는 출애 24,1-11의 방법은 앞서 언급한 힛타이트족의 종주권 협약에서는 낯설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출애 24,9-11의 식사를 통해 계약을 비준하는 형식은 강자에 대한 약자의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4. 더 나아가서 역사적 서문으로 간주되는 십계명의 첫 부분에 나오는 역사적 진술은 Mendenhall이 주장하는 것처럼 역사적 서문이 아니라 오히려 이차적인 삽입의 결과로 보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이차적 삽입으로 보거나 설상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것은 힛타이트 협정의 역사적인 서문과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힛타이트족의 종주권 계약에 나타난 형식을 살펴보았다. 이제 계약에서 계약 당사자들의 관계를 규정짓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③ 계약 관계를 규정짓는 요소들
이에 대한 학자들의 일치된 주장은 앞서 소개한 힛타이트 제국의 종주권 계약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힛타이트 제국의 종주권 계약에 나오는 여섯 가지 항목을 근거로 해서 다시 다음과 같은 항목을 세우고 있다.
ㄱ. 칭호, 직함
1. 앞서 Mendenhall이 Preamble(前文)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왕은 자신의 족보뿐만 아니라 직함, 그리고 다른 여러 특징들을 열거하면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있다(강의록 19쪽 참조). 그 예로써 ‘나는 위대한 대왕 아무아무개이다.’ 또는 ‘나는 어느 지역의 주(主)이다.’ 라는 식으로 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고유한 자기의 이름을 열거하고 있다. 계약 체결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위대한 대왕은 자신의 직함과 칭호들을 열거하면서 자신을 소개한다.
2. 그러나 칭호는 대왕 자신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즉 계약 당사자들의 한쪽의 입장만 말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는 상대방을 포함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의 입장을 말한다. (두 사람이 모이면 어떤 관계가 형성된다. 성서에 보면 “나는 너의 하느님 야훼이다”라는 사실이 천명되고 있다. 바로 ‘나와 너와의 관계’ 즉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 이것이 여기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3. 계약은 하나의 구성 요소이다. 어떤 구성 요소를 띠고 있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 계약 안에서 계약의 당사자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정의된다.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계약의 파트너로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정의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즉 계약 안에서 야훼는 자체적으로 자신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이스라엘과의 관계 안에서만 정의를 내리고 계신다.
4. 이점에 있어서는 계약의 당사자인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독자적인 관계가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의 이스라엘이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은 역사 안에서 야훼의 현존 자체를 의문에 처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극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게 된다. 상호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쪽이 없다는 것은 다른 한쪽의 부재를 또한 의미할 것이다.
ㄴ. 역사적 나열, 역사적 서론
두 번째로 Mendenhall이 주장한 historical prologue(역사적 서언)에 등장하는 역사적 나열, 역사적 서론을 학자들의 견해를 통해서 파악하게 될 것이다. 역사는 계약의 두 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 역사는 일반적으로 봉신에 대한 위대한 왕의 자애로운 주도권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계약은 두 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존경과 평화로운 관계의 준수를 약속하면서 체결된다.
ㄷ. 규범
1. 학자들에 의하면 세 번째로, 지켜야 할 규범이 제시된다고 한다. 계약 당사자들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공존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계약은 상호 구별되며, 상대적인 자율성의 관계 안에 있는 두 당사자들 사이의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지켜야 할 규범들은 정확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권 등의 침해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2. 이 규범들은 이스라엘이 정당하게 이스라엘이 되도록 만들고 야훼 하느님이 정당하게 야훼 하느님이 되도록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이 규범들은 계약의 구성 요소 안에 다시 포함되게 된다. 이렇게 지켜야 할 규범들은 두 당사자들 모두를 보호하게 된다. 이스라엘 뿐만이 아니라 야훼 하느님도 계약 관계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규범에 예속된다.
3. 계약 당사자들 각자는 계약의 규범들이 침해당했을 경우에 상소할 권리와 고소할 권리를 당연히 갖게 된다. 예레 2장의 경우에는 야훼께서 이스라엘이 바로 이 규범을 저버렸음을 책망하고 있다. 그러나 시편 22편의 경우에는 고통 당하는 의인이 왜 하느님께서 자신을 버리셨는지 하느님께 묻고 있다.
ㄹ. 증인들
1. 네 번째로 증인들이 있다. 계약의 필연적인 요소로 증인들이 나타나는 것은 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는 확연하게 공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게 된다. 계약을 비준하는 행위는 전적으로 공동체적으로 함께 움직이겠다는 행동을 전제하게 된다.
2. 그런데 야훼와의 계약은 이스라엘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의 비준이 적용되는 모든 민족들도 고려하고 있다. 모든 백성들은 계약의 증인들이 된다. 백성들은 계약의 결과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즉 찬양이거나 저주를 하게 될 것이다.
3. 또한 계약 관계는 여기서 한번 더 극적인 장면을 제시하게 된다. 만약 이스라엘이 배은망덕한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다른 백성들의 눈에 야훼의 모습은 나쁜 인상을 주게 될 것이며, 이 백성들이 야훼와 계약을 맺는 것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ㅁ. 저주와 축복
1. 다섯 번째로 저주와 축복의 형식을 성서의 계약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은 어느 제한된 한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시효가 한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약은 시간이 전개됨과 동시에 계속해서 효력을 지속시키게 된다.
2.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의 중대성은 역사 안에서 나타난다. 미래는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의 의미를 판단하기 위하여 결정적인 것이 될 것이다. 계약의 다른 상대방과 성실한 관계를 계속 지속하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선과 악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신명기 30,15; 예레 2,19 참조).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내가 오늘 내리는 너희 하느님 야훼의 명령을 순종하며 너희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고 그가 지시하신 길을 걸으며 그의 계명과 규정과 법령을 지키면 너희는 복되게 살며 번성할 것이다.” (신명 30,15)
“너희가 너무나 못되게 굴었기에 이 벌을 내리는 것이다. 나를 배신하다가 너희는 이 죄를 받는 것이다. 야훼 너희 하느님을 저버리고 공경하지 않다가 이 처참한 재난을 겪는 것인 줄 똑똑히 알아라. 만군의 야훼가 하는 말이다.” (예레 2,19)
계약의 상대방이 그것을 성실하게 준수하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선과 악, 행복과 불행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⑵ 계약과 ביꙞ(소송, 고발)
① 계약
1. 주석가들은 계약의 문제에 대해서 תיꙞꔶ(버리트: ‘계약’) 개념이 등장하는 텍스트만 열거하고, 그것들만 토론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주석가들은 자주 계약의 약정 즉, 언제 어떻게 체결되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는 반면 눈에 보이는 가변적인 역사 자체에서 드러나는 계약 형식들에 대해서는 주의를 덜 기울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2. 그런데 계약은 본성상 조건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계약은 지속적으로 위기의 상황을 만나게 된다. 위기는 계약이 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온다.
3. 이 법적인 구조는 증인들 및 미래를 위한 법적 장치를 문서로 남겨 두고 있다. 또한 이 법적인 구조는 규정의 내부 자체 즉 부정의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성실성 또는 불성실성과 연결된 축복과 저주의 양자택일을 하게 된다. 사실 계약은 마지막 보루로써 성실성 여부에 따라 취소되거나 침해될 수 있는 법적인 강제력, 합의, 동의를 포함하고 있다.
4. 계약은 자신의 미래를 미리 규정하는 자유로운 행위에 의해서 체결된다. 그러나 이 미래는 하나의 약속일 뿐 보증된 것은 아니다(서로가 약속을 지켜줄 때에 비로소 보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단지 약속되고 서약된 이 미래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권한은 계약 체결자의 자유롭고 고유한 권한이 될 것이다. 계약의 위기는 이러한 자유의 위기이다.
5. 이렇게 계약은 계약 당사자들의 두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나 그 관계는 늘 불확실한 상태에서 체결된다. 그러므로 계약은 두 사람의 자유인이 자유로운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을 스스로 파괴하지 않고 자유를 소멸시키려고도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