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하나. 신앙성숙에 있어서 공동체의 환경의 중요성
1. 정말 중요한 것은 환경
열정과 재능, 노력은 성공의 기본 요소이다. 하지만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리 훌륭한 재능이 있다 할지라도 교회가 쓰지 않으면 버려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열정은 식어 버리고 재능은 사라져 버린다.
숲에서 가장 키가 큰 상수리나무가 그토록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가장 단단한 도토리에서 나왔기 때문 아니라 다른 나무가 햇볕을 가로막지 않았고, 토양이 깊고 풍요로우며, 다른 동물이나 곤충들이 나무를 해치지 않았고, 다 크기 전에 벌목꾼들이 잘라내지 않은 덕분에 가장 큰 나무가 된 것이다. 또 성당에서 가장 큰 나무도 그렇게 클 수 있도록 환경이 받침이 되어 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신앙인도 마찬가지이다. 공동체 안에서 존경받는 신앙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재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공동체가 돌봐주어야 하고 이끌어 주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 사회를 두더지 게임에 비유한다. 누가 크려고 하면 위에서 찍어 버리는 것이다. 교회 공동체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교회가 두더지 게임을 하게 되면 “공동체를 이끌어가고, 공동체에 큰 기둥이 되고, 공동체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큰 신앙인을 베어 버리는 것”과 같다.
① 지도자의 중요성: 공동체를 활력 넘치게 만들어 주는 환경
시기와 질투 때문에 크게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봉사인 경우 “내가 이렇게 까지 하면서 봉사를 해야 할까?”하면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보통이다. 소명감이 없으면 시련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마는 신자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지도자가 중요하다. 지도자는 공동체를 일치시키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일을 성실하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현대 교회의 리더쉽에는 “나를 따르라”는 솔선수범과 목표성정을 향한 돌진의 리더쉽보다는 “그렇게 열심히 봉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칭찬과 격려의 리더쉽을 더 좋아한다.
지도자의 잘못된 리더쉽과 운영은 공동체를 힘들게 만든다. “귀가 얇거나 입이 가벼운 리더, 편애와 선택을 구분하지 못하는 리더, 열정이 사라진 리더, 책임감이 없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려는 리더”는 자신도 힘들뿐만 아니라 공동체도 힘들게 만든다.
② 신자공동체의 중요성: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공동체 환경
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에 있는 나무와 바위들이 한데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큰 산에 가장 크고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만 있고 나머지 나무는 모두 베어졌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그 산이 아름다울까? 큰 나무가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나무들이 멋진 배경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큰 돌들이 멋지게 보이는 이유는 작은 돌들이 묵묵히 받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멋진 배경이 되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본당 공동체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봉사자들이 행하는 봉사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주는 신자공동체의 분위기가 필요하다. 음식을 먹으면 “수고가 많으십니다. 너무 맛있었어요!”라고 말하는 형제자매들을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들은 기쁨에 넘치지만, “간이 안 맞았어. 뭐가 더 들어가야 하는데…,”하면서 그릇을 던지거나 “별 것도 아닌 것을 주면서 피곤하게 하네.”라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 있는 봉사자는 열정이 사라져 버리고, 기쁨을 빼앗겨 버린다.
추수감사 미사를 준비하면서 제대봉사를 하는 한 자매가 “신부님! 오셔서 봐 주셔야겠어요.”라고 말한다. “알아서 하세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앉아 있는 할머니들이 “저건 저렇게 해야 하고,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서 도움을 청한 것이다. 그 자매는 자신의 집에 있는 예쁜 그릇을 모두 가지고 나와서 제단 앞을 예쁘게 꾸미려고 노력하였지만, 입만 가지고 온 사람들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니까 지쳐 버렸던 것이다.
개그 프로그램 중 “달인”이라는 코너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라고 물으면 “당신! 이거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라는 내용이 있다. 공동체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이 할 것입니까? 아니면 말을 하지 마세요!”
봉사하시는 분들이 부족할 수도 있다. 조용히 도와주면 된다. 그런데 그 앞에서 면박을 주거나, 이런 저런 말을 만들어 버리면 그 봉사자는 결국 뒤로 사라지게 된다. 나도 본당 공동체의 중요한 환경임을 기억하자.
어느 공소회장님께 물어 보았다. “공소를 운영하면서 제일 힘든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공소회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도움이 되겠어요!”사공이 많으면 배는 늘 산으로 간다. 배에 탄 사람들은 사공에게 감사하고, 혹시 사공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즉시 기쁘게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 공동체에 필요하다.
③ 봉사자들의 중요성: 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봉사 환경
봉사자들은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최고가 아니라 늘 최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이들의 조언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그들과 함께 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겸손하게 봉사하고, 봉사자들끼리 일치하고, 사제나 수도자의 말에 순명하고,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 하는 삶. 그리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하고 겸손하게 영광을 주님께로 돌릴 줄 아는 삶. 그것이 바로 봉사자들의 참된 모습이어야 한다.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을 중심으로 권력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 서로 경쟁해서도 안 되고, 주님 안에서 봉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사회에서는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성당에서는 열심한 척 하면서 밖에서는 “전혀 신자 같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신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당당하게 앞에서 봉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또 다른 희생자를 찾는 것이다. 그럼 그에게 상처받은 이가 오히려 그 때문에 성당에서 발길을 돌리게 된다.
봉사자들이 기쁘게 봉사할 수 있도록, 신앙인으로서 봉사할 수 있도록, 존경받으며 봉사할 수 있도록, 너무 한 사람에게만 일이 집중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적절하게 조절해 주고, 체계적인 신앙교육과 직무교육을 시킬 때, 봉사자들을 통해서 공동체는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게 된다.
2. 모수 이야기: 재능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하다: 낭중지추(囊中之錐)
때는 춘추전국 시대. 진(秦)나라가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니 조나라는 공자 평원군을 시켜 초(楚)나라에 구원을 요청하게 했다. 평원군은 식객과 문하 중에서 용력(勇力)있고 문무를 겸비한 이 스무 명과 함께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한 명이 부족했다. 평원군(平原君) 조승(趙勝)은 고민을 거듭했다. 식객(食客) 가운데 열아홉 명을 가려냈으나 마지막 한 명을 뽑을 만한 이가 없어 스무 명을 채울 수 없었다. 그때 문하에 모수(毛遂)라는 이가 나와 스스로 자신을 추천했다.
\”공자께서 초나라와 합종(合從)하고자 하여 식객ㆍ문하 20명과 함께 가기로 하였는데 지금 한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니 이 수(遂)로 인원수를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평원군이 물었다. \”선생이 승(勝)의 문하에 있은 지가 오늘로서 몇 해나 되었소?\” \”3년 입니다.\”
그러자 평원군은 \”현사(賢士)가 활동을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는 것과 같아서 그 끝이 드러나 보입니다(夫賢士之處世也 譬若錐之處囊中 其末立見). 지금 선생이 승의 문하에 있는 지 삼 년이나 되었는데 좌우 사람들이 여태껏 선생을 칭송하는 일이 없으며 승도 아직 들은 바가 없소. 이것은 선생에게 재능이 없다는 것입니다. 선생은 안 되니 여기에 머무시오.\”
그러자 모수는 말했다. \”신은 비로소 오늘 주머니 속에 있기를 청할 뿐입니다(臣乃今日請處囊中耳). 만약 수를 일찍부터 주머니 속에 있게 하였다면 곧 자루까지 주머니 속에서 벗어나왔을 것입니다. 아마 다만 그 끝만이 드러나 보이는 데 그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평원군은 마침내 모수와 함께 가기로 하였다. 열아홉 명은 서로 눈을 맞추며 웃기를 그치지 않았다. 모수는 초나라에 도착할 무렵 열아홉 명과 의논을 하는데 열아홉 명이 그 논의에 탄복하였다. 평원군이 초왕과 회담을 하는데 해가 뜰 무렵에 시작하여 정오가 되어도 결정을 못하였다. 열아홉 명이 모수에게 \”선생이 당(堂)에 오르시오\”라고 말하였다.
이때부터 모수는 눈부신 활약을 하여 마침내 종약(從約)을 결정했다. 평원군은 조나라에 돌아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모 선생의 세치 혀는 백만의 군사보다 강하였습니다. 승은 감히 다시는 선비를 아는 체를 하지 않겠습니다.\”
\’사기\’ 평원군열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모수가 이런 환경에 처하지 않았다면 평원군의 눈에 들 수 없었을 것이다. 환경이 받쳐줬고, 또 재능이 있었기에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훌륭한 인재는 많은 사람 속에 섞여 있어도 저절로 드러나지만 모수는 환경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결코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3. 서로 존중해 주는 환경
가톨릭 공동체가 버려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영웅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세상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하지만 교회는 그가 성공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최선을 다한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임 신부님들께 대한 사랑과 관심이고, 전임 봉사자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이다.
성경에 영웅은 등장하지 않는다. 부족한 사람들이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가톨릭 리더도 영웅이 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힘의 원천은 하느님께로부터 이니, 하느님을 굳게 믿으며, 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봉사할 때, 그렇게 교회를 이끌어 나갈 때, 공동체는 서로 존중해 줄 수 있고, 그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으며, 하나가 될 수 있다.
4. 신앙분위기: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우러나오는 환경
① 전례분위기
공동체 교육이 잘 된 곳의 특징은 전례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다. 엄숙하고 거룩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기도할 맛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전례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다름 아닌 봉사자들이나 또 사제나 수도자라면 할 말이 없어진다. 분위기는 만들어가야 한다. 모르면 그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례분위기를 바꾸어 나가고, 경건하게 기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때, 서로가 행동을 삼가게 된다.
② 인간관계 분위기
또한 존중하는 분위기이다. 신자들은 사제나 수도자들을 존중하고, 사제나 수도자들은 신자들을 존중할 때, 아름다운 공동체가 형성이 된다. 서로 비방하는 문화를 공동체 안에서 치워 버려야 한다. 그래서 성당에서는 “남의 말을 하면 안되고,” “사제나 수도자들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되고”, “형제자매들에게 늘 기쁜 얼굴로 인사해야 되고”, “자선이나 봉헌, 교무금 등을 성실하게 봉헌”해야 한다는 생각이 몸속 깊은 곳에 자리 잡게 해야 한다.
③ 누적적 이득을 보는 공동체
공동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실패도 있었고, 분열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렇게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 신앙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 때문에 내가 이익을 보고 있고, 그들 때문에 편안하게 미사에 참례할 수 있고, 그들 때문에 나의 신앙이 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나를 통해서 그들이 신앙적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