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호교가

 

2. 그리스 호교가


그리스교는 처음에는 유다인, 그 뒤에는 이교인과 논쟁해야 했기 때문에 이미 신약성서에서도 호교적 요소들(에시아를 부인하는 유다인에 대한 비난, 메시아를 부인함으로써 유다인은 약속의 상속권을 상실하여 그 상속권이 그리스도인에게 넘어감, “알려지지 않은 신”에 관한 기존의 표상을 재치있게 사용하여 모든 신과 대립되는 한 분의 참된 하느님을 선포한 바울로의 아레오파고 법정 연설)이 나타난다. 그러나 호교론은 2세기에 이르러 변화된 교회의 상황 때문에 고유한 문학 장르를 체계화하였다. 2세기 중엽에 활동한 저자들의 문학작품은 주로, 또는 전적으로 호교서이기 때문에 이들을 “그리스 호교가”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후대의 교부시대에 그리스 교회와 라틴 교회에서 저술된 그밖의 호교서는 2세기의 호교서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호교론은 초기 그리스도교의 유래와 주위세계와의 관계 때문에 유다인과 이교인을 비난하였다. 반유다적 논쟁은 인종이 아니라 신앙이 문제였기 때문에 유다인 배타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논쟁은 두 가지 목적을 추구하였다.


1) 그리스도교는 유다교에서 비롯되었지만 유다교와 명확히 구분된다. 이 구분에는 무엇보다도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고, 구약성서를 그에 대한 예시로 설명하는 해석이 주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구약은 예수에 관한 선구자 또는 안내자의 의미만 지니며 신약의 빛 안에서 그리스도론적으로 해석되었다. 이로써 호교론은 그리스도인에게 유다인과의 논쟁에 필요한 논거를 제시하였으며, 유다교에서 준비된 하느님의 의지가 성취되었다는 의식에서 그 논거를 강화하고, 그리스도교가 유다화하는 것을 미리 막았다.


2) 그러나 호교론은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유다인에게 메시아 신앙의 타당성을 설득하면서 그들을 개종시키려 하였다. 반유다적 호교론은 초기 그리스도교의 문헌 가운데 숫자상으로 많지 않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4세기 말에도 유다인은 많은 그리스도인을 유다교로 개종시켰다. 따라서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당시 여러 차례의 설교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유다교로 개종하는 것을 경고한 사실을 고려하면 호교론의 중요성은 명백해진다.


그리스도교에 가장 위험한 요소는 이교인 및 로마제국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끊임없는 박해였다. 데치우스 황제 치하 박해(250/51) 때까지 시지, 중상, 오해, 부당한 누명으로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신문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어떤 죄과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박해는 그다지 많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국부적이거나 시기적으로 한정되었다. 데치우스 황제는 제국의 국민에게 제물을 바치도록 명령하였고, 이를 거부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처벌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규정이 박해에 대한 로마제국의 명백한 법률적 근거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처벌의 원인이었다. 제국에 통일된 법률의 근거를 만들고 부당한 박해에서 그리스도인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황제였다. 이런 까닭에 2세기의 호교가들은 황제들에게 그리스도교를 변론하면서 무엇보다도 두 가지 법률상의 모순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①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 처벌의 대상이 된다면, 트라야누스 황제가 112년 플리니우스 2세와 주고받은 서신에서 규정하듯이 국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고발당한 경우만이 아니라 항상 박해해야 한다. ② 그밖에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 어떤 범죄에 해당하며 처벌 대상이 되는지 증명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주로 신 모독, 근친상간, 인육(人肉)식사, 영아살해와 같은 수많은 비방이 쏟아졌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호교가들은 국민이 그리스도인에 대해 지니고 있는, 궁극적으로는 박해를 불러일으킨 오해와 잘못된 표상들을 합리적으로 논증하고 설명해야 했다. 곧, 그들은 그리스도인들이 황제를 위하여 기도하고 공공생활에 참여하며, 그리스도교적이고 도덕적인 의무를 바탕으로 법률을 충실히 지키며, 그리스도교는 국가의 안녕과 국가법에 일치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것을 오히려 장려하는 유익한 종교라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했다. 그러나 유일하고 참된 하느님을 공경한다는 그리스도인의 고유하며 확고한 확신 때문에 그들은 공적인 제신숭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호교가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신앙이 지닌 합리성과 우월성을 명료하게 논증해야 했고, 이 노력은 신학의 기초를 놓는 교회의 내적인 발전으로 나아갔다.


교양 있고 철학적 교육을 받은 동시대 사람들은 이미 제신에 관한 신화를 믿지 않았고, 그들의 세계상과 윤리적 행동을 결정짓는 독특하고 초월적인 신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켰다. 이때문에 호교가들은 이교인에게 신앙에 대한 논증을 쉽게 전개할 수 있었다. 이교인의 이러한 종교적․도덕적 사고의 발전은 한 분이신 영원한 하느님을 선포하고 뛰어난 윤리적 특성을 지닌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신화적인 제신 신앙을 외면한 지거인 사람들은 로마제국에서 내적인 확신과 외적인 행위 사이에 실질적인 갈등을 일으켰다. 곧, 국가의 안녕을 위해 제의에 참여하는 것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내적 확신이나 철학과는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제물을 바치지 않고, 제신을 숭배하기 위한 공공축제를 멀리하는 그리스도인이 주장하는 그리스도교 “철학”의 절대성은 대부분의 사람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호교가들은 그리스도교가 모든 철학 가운데 유일하게 합리적이고 가장 위대하고, 오래된 철학임을 논증해야 했다. 진리는 영원히 가치가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마지막의 “오래됨”에 관한 주장은 고대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이 관점에서 그리스도교의 호교론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와 알렉산드리아의 필로가 유다교를 호교하는 것과 일치하였다. 그렇지만 유다교는 로마제국과 의식적으로 분리된 상태를 유지하려 하였기 때문에 적극적인 호교론을 전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헬레니즘 세계에 뿌리박고 있는 유다교는 호메로스와 모세 가운데 누가 더 오래된 인물인가 하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규명해야 했다.


초기 그리스도교 호교론은 근본적으로 세 가지 과제를 이루어내었다.


1) 그리스도교에 대한 실제적이고 논증적인 반박이 논리적 근거가 없음을 설득력 있게 실증하여 그리스도교를 옹호하였다.


2) 실제적인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그릇된 표상을 해명하였다.


3) 반대자의 종교가 열등하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을 합리적으로 논증하고 정당화하였다. 이는 종종 반대자를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키려는 선교 열성에서 나타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호교서 가운데 절반 가량은 소실되었으며, 몇몇 단편만 그것도 주로 에우세비우스의 「교회사」에 남아 있다. 콰드라투스는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소아시아 또는 아테네를 방문하였을때 호교서를 그에게 헌정하였다. 이 호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호교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소아시아 출신의 수사학자 밀티아데스, 히에라폴리스의 아폴리나리우스, 사르데스의 멜리토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그의 공동 통치자인 루치우스 베루스에게 호교서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펠라의 아리스톤은 140년경 유다인을 대상으로 한 그리스도교 호교서 「그리스도에 관한 야손과 파피스쿠스의 대화」를 저술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모두 소실되었다.


앞으로 상세히 다루어야할 작품들 외에 남아 있는 호교서는 다음과 같다.


1) 아테네 출신의 철학자 아리스티데스가 138년 하드리아누스 황제 또는 안토니우스 피우스 황제에게 바친 호교서.


2) 안티오키아의 테오필루스가 180년 직후에 아우톨리쿠스에게 보낸 세 권의 책. 이 책에서 저자는 친구에게 그리스도교의 의미를 증명하려 하였다.


3) 헤르미아스의 「비그리스도교 철학자들에 대한 풍자서」. 3세기경에 씌어진 이 작품에서 저자는 이교인의 제신 신앙과 철학자들의 불합리성을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4)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저자들이 쓴 3세기의 호교서 「그리스인들에게 보내는 권고」, 「단원론」, 「그리스인들에 대한 연설」. 에우세비우스가 이미 311/12년 이전에 이 작품들을 유스티누스의 작품으로 알고 있었듯이, 작품들은 저술된 뒤 바로 「유스티누스의 전집」에 수록되었다.






202.75.127.103 빈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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