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론-사제직의 전승(사도 시대 후-부제, 장로, 감독)

 

4. 2. 사도 시대 후




4. 2. 1. 부제, 장로, 감독


제자 공동체 생활이 진행됨에 따라 교회 안에서 제도적 구조가 형성된다. 이 제도들은 공동체 생활의 본질적인 면에 속한다기 보다는 곤경에 처해 있던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도입되었던 실천적인 행동 양식의 성격을 지녔다. 특정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특정한 제도 형식을 조력 수단으로 원용하기에 이른 것이다.1)


사도들은 그들의 포교 활동으로 예루살렘 교회의 교세가 신장되고 교무가 복잡해지자, 오로지 말씀을 전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교회 살림을 맡을 사람 일곱을 선정케하여, 그들에게 안수하고 봉사직을 위임하였다(사도 6, 1-6). 이들이 사도들로부터 임명받은 최초의 교직자일 것이고 그들의 직무는 후대에도 계승되어 부제(副祭)또는 집사(執事, diaconos)라고 불리었다.2)


그런데 그 당시 이 일곱 사람이 오늘날 확정된 교계 제도하에서의 하급 신품으로서의 ‘부제직’만을 수행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들은 공동체를 위한 물질적인 봉사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설교도 하였다. 유대교 최고 회의의 박해를 받아 예루살렘을 떠나 사마리아와 시리아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던 일곱 봉사자 집단은 필립보를 중심으로 공동체 창설의 일을 수행하였다. 필립보는 사마리아인들에 대한 선교 활동을 관장했으며(사도 8, 5-13), 지중해 연안의 다른 곳에서도 가이사리아를 중심으로 활약했다(사도 8, 26-40). 근동 전역에 그리스도 신앙이 빠른 속도로 전파된 것은 바로 이들 일곱 봉사자 무리의 활약에 기인하고 있다. 이들은 사도들이 수행하던 모든 일을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수행하였다.3)


예루살렘의 교회는 주의 형제 야고보가 지도하면서 장로(長老)들의 보필을 받고 있으며(사도 11, 30), 이들은 사도들과 함께 사도 회의에 참석했다(사도 15, 6). 사도들은 여러 도시를 순방하면서 교회를 세우며 각 교회에 신자들을 지도할 장로들을 선정하고, 리스트라, 이고니움(사도 14, 23), 안티오키아(사도 15, 2), 에페소(사도 20, 17) 등지에서는 장로단(Presbyterium)이 구성되어 있었다.4) 초기부터 사도들이 유다교 회당인 시나고가의 모형에 따라 일단의 장로들을 임명하였던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루가에 따르면 바울로와 바르나바는 첫 번 전도 여행 중에, 가는 곳마다 교회에서 신자들을 위해 장로들을 선발하였다(사도 14, 23).5) 한편 지방 교회에는 감독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있었다(사도 20, 28).


이러한 장로(長老, Presbyteros), 감독(監督, Episcopos)의 신분이나 직무는 오늘의 신부(Presbyter) 또는 주교(Episcopus)의 신분이나 직무와 동격이 아니고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로와 감독의 직명이 혼용되고 있다(사도 20, 17-35; 디도 1, 5-9; 필립 1, 1 등등).6)


유대 전통이나 희랍, 로마 전통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장로는 신분을 말하고, 감독은 직책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장로의 신분으로 감독의 직책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긍정할 수 있다. 바오로의 서간을 보면 장로의 자격은 그의 개인 생활이나 가정 생활이 원만하고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 즉 현대어로 인격자이면 되는데 비해(디모 1, 6), 감독은 장로다운 인품을 지니고, 타인에게 정성을 다하여 봉사할 줄 알며, 타인을 가르치는 자질까지 겸하고 신앙 생활에 경력을 가져야 한다(디도 1, 7-9). 그뿐 아니라 장로 중에는 감독직을 겸한 이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1디모 1, 17).7)




그럼 이들은 일종의 고위급 평신도인가, 아니면 이들도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전수 받아 계속 수행하고 있는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열 두 사도만이 신품권을 받았고 사도의 후계자들에게는 그것이 전수되지 않았는가? 그들의 직책은 초기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세속적 우두머리에 불과한 것이었는가? 일반적으로 개신교 신학자들은 열두 사도들이 예수께 신품권을 받았음을 인정하는 사람도, 그 권한이 사도의 후계자들에게 전승되었음을 거부한다(O. Cullmann).


그러나 이런 주장은 반박되고 있다. 비록 이 교직자들이 민중에 의해 선출되기도 했고, 사도들이나 그 수제자들의 임명으로 선출되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그런 직무가 맡겨질 때는 언제나 성령의 은총을 주는 안수를 수여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1디모 1, 18; 4, 14; 2디모 1, 6; 디도 1, 5 참조). 성령께서 그들을 감독으로 세우셔서 당신 교회를 보살피게 하셨다고 성서는 증언한다(사도 20, 28; 1 베드 5, 21). 이 안수의 예식은 단순한 축복의 뜻만 가진 것이 아니고, 실제로 성령의 은총을 주는 것이라고 초대 교회에서부터 모든 전통이 인정하고 있다.8)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신적 사명은 세말까지 계속될 것이니(마태 28, 20), 사도들이 전해야 할 복음은 모든 시대에 교회를 위한 전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도들은 교계 제도로써 조직된 이 단체 안에 후계자들을 세우기로 노력하였던 것이다. 사실, 사도들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여러 협력자들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기들에게 맡겨진 사명을 자기들이 죽은 다음에도 계속하기 위하여, 자기들이 시작한 일을 완성하고 견고케 하라고 직접 협력자들에게 유언의 형식으로 맡기며, 온 무리를 돌보라고 그들에게 권고하였으니, 성신이 그들을 무리 가운데서 하느님 교회의 사목자로 선정하셨기 때문이다(사도 20, 28). 그러므로 사도들은 이런 후계자들을 선정하고 그 후에도 계속해서, 먼저 사람이 죽으면 다음의 훌륭한 사람들이 그 직무를 이어가는 제도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9) “성부께로부터 축성되어 세상에 파견되신 그리스도께서는(요한 10, 36), 당신 사도들을 통하여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을 당신이 받으신 축성과 사명에 참여하도록 하셨다. 이 주교들은 또 교회 안에서 여러 수하 사람들에게 여러 계층으로 자기 직무를 전해 주었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께로부터 제정된 교회의 직무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수행하게 된 것이다. 옛부터 이들을 주교, 사제, 부제들이라고 불러왔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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