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혼인 합의 무자격자(교회법 1095조)
1. 이성 사용의 불충분자(교회법 1095조 1호)
a. 이성과 법률행위의 관계에 대한 교회법적 규정
이성과 법률 행위에 관하여 현행 교회법은 자연법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성의 사용이 상시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자는 누구라도 자주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며 유아들과 동등시된다(교회법 99조). 만 7세 이전의 미성년자는 유아라 하고 자주 능력이 없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7세를 만료하면 이성의 사용을 한다고 추정된다(교회법 97조 2항). 법률 행위가 유효하려면 자격이 있는 사람이 행하고 또한 그 행위 자체를 본질적으로 구성하는 요소들뿐 아니라 행위의 유효성을 위하여 법으로 부과된 요식과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교회법 124조 1항).
교회법 1095조 1호는 ‘충분한’ 이성 사용이 결여되어 있는 이는 혼인을 맺은 능력이 없다고 함으로써 교회법 99조에서 ‘상시적’ 결여보다 더 강화된 규정이다. 즉, 교회법상 법률 행위의 요건인 7세나 간헐적인 이성 사용 능력만으로는 부족하고 혼인의 개념과 본질 및 목적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충분한 이성적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혼인 합의가 유효하게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혼인 당사자들은 혼인이 남자와 여자 사이의 어떤 성적 협력으로 자녀 출산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교회법 1096조 1항 참조).
b. 이성의 개념
이성은 일반적으로 객관적 실재의 총체성을 파악하는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의미한다. 독일어의 ‘이성’(Venunft)은 라틴어 intellectusdptj, 오성(Versand)sms 라틴어 ratio를 번역한 것이다. 17세기까지는(Meister Eckhart, Luther 등) 이렇게 쓰였지만 계몽주의 철학에 이르러, 특히 칸트에 의하여 오성과 이성의 의미는 완전히 뒤바뀌었다1).
현행 교회법에서 사용하는 이성의 철학적 개념은 고전적 것이다. 즉,
1°논리적으로 ‘사유하는’ 능력
2°감성적인 충동에 의하지 않고 개념적 사유에 기초하여 의지와 행위를 ‘규제하는’ 능력
3°이념에 의하여 오성(悟性)의 작용에 통일과 체계를 부여하여, 최고의 실재(實在)를 직관적으로 무제약적으로 ‘인식하는‘ 능력
4°오성 보다 고차적인 사유 능력, 즉 ‘도덕적・자율적‘ 실천 능력 등
c. 이성 사용이 불충분한 상태
1) 상시적 불충분과 일시적 불충분
이성 사용이 언제나 어디서나 모든 사항에 대하여, 누구에게나 늘 불충분한 경우를 상시적 불충분이라 한다. 그에 비하여 간헐적으로 또는 장소나 사항이나 사람에 따라 이성 사용이 불충분한 경우는 일시적 불충분이라 한다.
2) 정신지체((debilitas vel retadatio mentalis)
a) 정신지체의 개념
정신지체(精神遲滯)는 정신박약(精神薄弱)이라고도 하는데,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전체적인 지적 능력(intellectual functioning)이 평균보다 현저히 저하되고 이에 기인하거나 또는 동반하여 적응 행동(adaptive behavior)의 결함이나 장애를 보이는 것이다. 정신지체는 18세 이전의 발달기에 나타날 때를 말하며 18세 이후에 발생할 때는 이를 치매(dementia)라 한다. 이는 정신병과는 구별되며 지속적인 이성 사용 불충분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능발육저하를 인격발달 과정에서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생긴 정신지체(mental retardation)와 중추신경의 기능장애로 인하여 지능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지능부족(mental deficiency)으로 구분하는데, 정신지체는 생후 병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초래된 지능 기능 저하에 초점을 둔 용어이고, 지능부족은 IQ가 70이하인 사람에게 부여되는 법적 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신지체와 지능부족을 통칭하여 정신지체라 한다.
b) 정신지체의 구분
정신지체는 보통 IQ 20미만인 백치(白痴, idiot)와 IQ 20-49인 치우(痴愚, imbecile), 그리고 IQ 50-69인 노둔(魯鈍, moron)으로 구분한다. 백치는 보통 3세 미만의 정신 연령을 가진 정신지체자, 혹은 아동일 경우는 IQ 25미만인자다. 치우는 3-7세 정신 연령을 가진 자다. 정신박약이란 8세 혹은 그 이상 정신 연령을 가진 자다. 아동일 경우에는 IQ 50 이상인 자다. 대체로 IQ 69미만인 겨우 정신지체자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정신지체 상태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2)
① 극심한 정신지체(profound mental retardation)
IQ 20 이하로 백치라고도 한다. 이들은 전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지적인 발달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성숙이나 발달도 정상적이지 못하다. 대부분 시각장애나 청각 장애 또는 손 기능 이상 등의 신체적 결함을 동반하는 극심한 정신장애자다.
② 심한 정신장애(severe mental retardation)
IQ 20-34로 학령기 전에 빈약한 운동 발달, 최소의 언어 구사를 보이고 의사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며 학령기가 되어야 말하는 것을 배우고 초보적인 위생습관의 훈련이 가능해진다. 성년기에는 완전한 지도하에서 단순한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의 도움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다.
③ 중간정도 정신지체(moderate mental retardation)
IQ 35-49로 학령기 전에 말하거나 의사소통이 가능하기도 하고 학령기에는 사회적․직업적 기술훈련이 가능하나 초등학교 2학년 수준 이상의 학습은 곤란하다. 성년이 되면 적절한 지도하에 비숙련 또는 반숙련 작업이 가능하다. 적당한 훈련과 환경 아래에서는 자신의 신변의 일도 처리할 수 있다. 지능은 5-6세 수준으로 새로운 사태에 적응하기 어렵다. ②, ③의 경우 치우라고도 한다.
④ 경미한 정신지체(mild mental retardation)
IQ 50-70으로 노둔이라고도 하며 일 처리에는 불편이 없지만 추상적 사고는 어렵다. 학령기전에는 최소의 감각운동지연만 있어서 흔히 정상아와 구별되지 않을 수 있다. 10대 후반까지 6학년 수준의 학습이 가능하며 성년이 되면 교육을 받아 최소의 독립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직업적 기술을 성취할 수 있다. 지적 능력은 10-12세로 일반 사회의 심한 생존 경쟁에는 견디어내지 못한다.
⑤ 경계선 지적 기능(bo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g)
IQ 71-84 사이로 적응행동의 결핍이 있을 경우에 경계선지적기능으로 분류하나 정신지체자에 속하지는 않는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의 학력은 부진하나 사회생활을 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
⑥ 가성정신박약(pseudo-feeble-minded)
본래는 정상 또는 정상에 가까운 아동이 좋지 못한 환경으로 인하여 정신발달이 저해된 경우를 말한다.
⑦ 백치석학(idiot savants)
정신지체자 중에는 정상에 못 미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어떤 한정된 영역에서는 상당한 기억력을 보여 기억과 일반기능간의 불균형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경우가 있다. 가령 전화번호부에 나온 전화번호를 정상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단숨에 외워버린다든지, 한 달 전에 신문에 게재된 텔레비전 프로그램 모두 외우고 있거나 오래된 날짜를 대면 요일을 즉시 정확히 맞추는 비상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백치석학(白痴碩學, idiot sanvants)이라 한다.
c) 정신병(amentia vel psychopathia)
정신병은 넓은 의미에서 정신기능에 이상을 나타내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좁은 의미에서는 선천성 정신이상, 즉 정신박약이나 인격의 변질을 일으킨 심인반응(心因反應: 노이로제) 등을 제외한 병적 정신상태를 말한다.
정신병에는 정신분열증․조울증․노인성치매․중후성간질․섬망증(譫妄症)․뇌매독․불안신경증․전환반응․해리반응․정신생리적장애․분열성인격․이상성욕 228;알코올중독․마약중독․정신박약 등이 있다.
정신병이 상시적일 경우는 이성 사용의 지속적 불충분을 초래함으로 혼인 합의 능력이 없다. 그러나 일시적이거나 정신병 휴지(平靜期, lucidi intervalli)는 정신병자가 잠시 바른 정신 상태로 돌 온 상태를 말하는데 이러한 상태에서의 이룬 법률 행위를 유효로 볼 것인가 무효로 볼 것인가는 법적으로 이견이 있다.
그러나 혼인 합의 당시 정상적인 이성을 사용할 수 있더라도 혼인 합의 전에 대부분 비정상 상태에 있기에 혼인 합의 무자격자다. 로마 공소법원(Rota Romana)의 다음 기준에 근거하여 이성 사용 불충분과 관련된 무효 판결을 내렸다3).
1°정신병 증상이 일시적이든 상시적이든 혼인 계약 이전에 발병했어야 하고 혼인 거행 중에도 그 증상이 있어야 한다.
2°정신병 증상이 혼인 거행 중 내내 있어야 한다. 혼인 거행 중 잠시 상대적으로 보인 정신병 증상은 혼인 합의 무자격자로 간주되지 않는다.
3°정신병은 혼인 거행 중에 그 증상이 분명히 드러나야 하고 합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한다.
4°정신박약이나 정신병 증상은 지속적이다가 일시적인 휴지 상태에 놓이더라도 혼인 합의에 충분한 이성 사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4).
정신병으로 인한 합의의 결함에 관한 소송에서 재판관은 한 명이나 여러 명의 감정인을 활용하여 그 상태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그 상태가 정황으로 미루어 명백하다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교회법 1680조 참조). 재판관은 감정인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신중하게 판별해야한다5)
d. 교회법 1905조 1호와 2호 및 3호의 관계
정신병들은 가끔 정신지체를 동반한 증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정신병은 지각․사고․감정․지능․의지․기억 등에 있어서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켜 교회법 1095조 1호의 이성 사용의 불충분뿐만 아니라 2호의 판단력 결여, 3호의 심리적 이유에 의한 혼인의 본질적 의무 이행 불가를 초래한다
교회법 1095조 1호는 이성 사용의 충분성이나 불충분성을 근거 짓는 제반 정신적 능력에 관계된다. 1095조 1호는 정신박약이나 정신병으로 인하여 성립 혼인(in fieri), 즉 혼인 계약의 구성 요건인 합의에 영향을 주는 경우다. 그에 비하여 1095조 3호는 정신박약을 제외한 좁은 의미의 정신병으로 인하여 실제 혼인(in facto esse), 즉 평생 운명 공동체로서의 혼인의 본질적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다. 1095조 1호는 합의 자체(in fieri)를 근본적으로 무효로 할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평생 운명 공동체로서의 삶(in facto esse)을 불가능하게 한다. 1095조 3호는 혼인 합의 후 실제 혼인 중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2. 판단력의 중대한 결함(교회법 1095조 2호)
a. 교회법 1095조 2호의 판단력
교회법 1095조 2호는 혼인의 본질적 의무와 권리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판단력을 요구한다. 그 요구 내용은 부부로서의 평생 운명 공동체를 영위하는데 필요한 하느님법상의 혼인의 본질적 특성이며 성사적 선인 단일성과 불가해, 부부선인 신의와 부부의 사랑, 자녀선인 자녀 출산과 교육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판단력이다.
b. 판단력의 개념
판단력은 사태의 진리와 가치를 이성작용으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사유 능력이다. 판단력을 결의(決意, determinatio)를 가지게 하며 행동(actio)에 대한 확신을 가져오는 기초가 되므로 판단력은 단순히 지력에 그치지 않고 정의(情意, emotio)에 연결된다.6) 요컨대,
1°판단력은 일반적으로 사물이나 이치를 정당하게 인식・평가하는 사유능력을 말하며,
2°판단력은 의지적인 결단에 의한 확신이므로 의지능력과 관련된다.
c. 판단력이 결여된 상태
교회법 1057조 2호의 혼인 합의 본질에 대하여 식별력이 결여(자연적 또는 비자연적 원인에서)된 상태는 다음과 같다.
① 혼인의 법적 행위 식별력이 결여된 상태다.
즉 혼인의 본질적 특성(단일성․불가해소성)이 성립요소(자격․합의․형식)의 중요성과 책임성을 식별하지 못하는 상태다.
② 혼인의 본질적 권리와 의무 이행에 대한 식별력 중대하게 결여된 상태다.
즉 혼인의 목적에 부합한 선(善: 자녀의 선․신의 선․성사적 선)에 이르는데 수반되는 의무와 권리를 말한다. 예컨대 자녀의 선은 자녀 출산은 물론 자녀 양육과 교육을 도모하는 것이고, 신의의 선은 부부상호간의 애정과 전인적인 독점과 증여, 생계유지 등을 도모하는 것이며, 영세자 사이의 혼인 경우 성사적 선은 혼인을 통하여 부부의 일치와 애정을 통하여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협력하며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일치와 사랑을 증거하고 도모하는 은총의 표지가 되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혼인의 선 이외에도 사회적 선이 있을 수 있다. 혼인의 사회적 선은 부부에게 직접 실익이 되는 것과 사회가 입는 실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가 입는 실익은 부부의 선을 기초로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며 공동사회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부부가 직접 얻는 사회적 선은 혼인을 통하여 개인으로서의 사회인 보다 부부로서의 사회인으로서 얻는 이익이다. 가령 배우자 상호 도는 한편의 사회적 신분이나 명예를 부부가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우자 한편의 불명예나 채무 또는 인간관계 등은 다른 편 배우자에게 영향을 끼치므로 혼인의 사회적 선은 부부의 운명 공동체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③ 판단력은 이성 사용에, 그리고 이성은 판단력 작용에 상호 영향을 끼친다.
실상 판단력은 인식 능력(capacità intellettiva)의 결실이다. 따라서 지능의 결여는 판단력의 결여를 초래한다. 이 경우 교회법 1095조 1호가 원인이 되어 1095조 2호 판단력 결여를 초래하게 된다.
d. 판단력이 결여 원인
1) 정신지체로부터
판단력 결여는 정신지체, 즉 정신박약으로부터 올 수 있다. 정신지체는 지적 능력이 현저한 저하를 보이기 때문에 지능을 전제하는 인식 능력에 결함을 보인다. 칸트는 판단력을 규정을 내리는 판단력과 반성하는 판단력으로 구분하였다. 어떠한 판단력이든지 개념들이 결합하여 성립하는데, 개념은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 또 사고는 지능, 곧 좁은 의미의 이성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지능에 결함이 있게 되면 사고 능력에, 사고능력에 지장이 있으며 개념 형성에, 개념 형성에 문제가 있으면 판단력 문제를 순차적으로 일으키게 된다. 정신지체는 인식 요건인 개념․판단․추리에 결함을 보인다. 직관력에 의하여 어떠한 사실이 인식에 이른다하더라도 판단력에 문제가 있으면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경미한 정신지체(mild mental retardation)부터는 중대한 판단력 결여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2) 심리적인 원인에서
심리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교회법 1095조와 관계된다. 특히 사고장애(思考障碍, disorders of thinking)와 직결된다. 사고장애는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7)
a) 사고형태장애(disorders in form of thought)
특히 정신 분열증의 사고는 사고 자체가 무위식적인 요소에 의하여 결정된다. 처음에는 자폐적인 형태를 취하지만 나중에는 비현실적 사고 형태를 취하게 된다. 현실적 사고와는 대조적으로 비현실적 사고에서는 무의식적 콤플렉스 또는 욕구, 그 외 다른 정서적, 의욕적인 동기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현실에 대한 의식적인 고려 없이 작용한다. 그 결과 사고의 연상은 더 이상 논리적이지 못하게 된다. 정신분열과 같은 일반적인 사고형태장애 뿐만 아니라 혼인의 본질적 의무와 권리 이행을 곤란하게 하는 판단력에 영향을 주는 특정 사항에 대한 사고형태장애도 있을 수 있다.
b) 사고진행장애(disorders in progression of thought)
정상적인 사고의 흐름은 서로 관계 있는 생각이 논리적이고 타당하게 연결되어 처음 생각에서부터 막히거나 이탈되지 않고 목표에 도달한다. 그러나 사고진행장애는 사고가 비약․지연․집착․탈선․분산되는 현상을 보인다.
① 사고 비약(flight of ideas): 사고 과정이 너무나 빨리 진행되어서 완성되지 못하는 사고 흐름의 장애
② 사고 지연(retardation): 정동장애의 우울기나 정신분열에서 볼 수 있듯이 사고의 개시나 흐름이 너무 느린 장애
③ 보속증’(pereseveration): 실어증, 강경증(catatonia), 노인성치매 등에서 나타나 듯이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 비정상적으로 계속 반복하거나 집착하는 장애
④ 지리멸렬(incoherence): 상시적으로 또는 가끔 사고 진행에 있어 논리적인 연결 없이 한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고 말이나 글이 조리가 없으며 단편적인 내용이나 어휘만 나열하는 장애.
⑤ 단절(blocking): 사고의 진행이나 표현이 갑자기 중단되어 사고박탈이나 사고차단을 일으키는 장애
c) 사고내용장애(disorders of content of thought)
① 경향과 중첩 결정된 관념(trends and overdetermined ideas): 지나치게 편향된 관념이 있을 경우 사고 내용이 논리적이고 실제적이기 보다 감정이 사고를 지배해버리는 장애. 어떤 생각이 지나치게 강한 감정과 연결되어 사고내용을 지배하여 자존심과 같은 인격의 내적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
② 망상(delusions): 인격의 내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요구가 너무 강렬하여 현실을 그 인격의 내적 욕구에 맞아 현실적 여건을 무시하는 장애. 망상은 어떤 문제나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서 현실생활을 부정한 채 공상으로 그 문제나 스트레스를 처리하려는 시도다. 망상에는 과대망상, 자책망상, 피해망상, 관계망상, 질병망상, 빈곤망상, 조종망상, 거부망상 등이 있다.
③ 건강염려증(hypochondria): 신체 건강에 대하여 염려가 사고내용을 지배한다.
④ 공포증(phobias): enfudna, 공포증은 강박적 사고와 관련된다. 공포증에는 의심이나 우유부단 등이 있다. 강박적 사고에는 죄책감이나 우울감이 수반되는 반면 공포증에는 병적 불안이 수반된다. 일반적인 공포증으로는 더러움, 세균, 암, 군중이나 대인에 대한 공포가 있다.
3) 약물이나 알코올 때문에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한 판단력 결여는 습관적인 주입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판단력 결여를 말한다. 따라서 일시적인 과용으로 일어나는 판단력 결여는 교회법 1095조 2호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양(量)에 상관없이 약물 사용이나 알코올 음용이 습관화되어 있거나 그것을 억제하였을 때 금단현상이 일어나 혼인 생활에 필요한 판단력에 영향을 미친다면 혼인 합의 자격 유무에 관계가 된다.
3. 정신 및 심리적인 원인으로 혼인의 본질적 의무를 질 수 없는 사람(교회법 1093조 3호)
a. 정신(mens)과 심리(psychologia)
인간의 외적이고 물질적이고 생물학인 면을 ‘육체’(corpus, caro)라 하면,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내적이고 비가시적이고 비기계적이면서도 활동적인 것을 ‘정신’(mens, spiritus)이라고 한다.
정신은 넓은 의미에서 감각․이해․상상․의욕․가치평가 등 인간의 모든 내적 활동을 말한다. 그런데 인간의 내적인 측면에서 본질적이고 실재적이며 이성적인 측면을 좁은 의미의 ‘정신’(mens)이라 하고 현상적이고 감정적이며 정서적인 측면을 ‘심리’(psychologia)라 한다. 정신작용과 심리작용의 경계선은 분명하지 않으나 대체로 인식․사유․판단과 같은 이성작용을 정신의 영역으로, 의식․의지는 정신과 심리의 혼합영역으로, 감각을 매개로 감성과 정서 작용을 심리의 영역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인간의 내적 활동은 상호 혼합 관련되어 있으므로 ‘정신’과 ‘심리’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별의미가 없기 때문에 현대 학문에서는 정신과 심리를 구분하지 않고 개념상 혼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병(mental disordes)과 이상심리(abnormal psychology)의 똑같은 개념은 아니면서도 비정상적인 인격을 말할 때 일반적으로 구분 없이 사용한다.
b. 정신의 정상과 비정상
정신병 또는 이상심리는 비정상적인 인격 기능, 즉 행동․사고․의식 등의 비정상적인 현상을 말한다.
육체의 병과 달리 정신병은 ‘정상’(normality)은 ‘비정상’(abnormality)을 뚜렷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정상적인 심리현상은 다음과 같다.8)
① 인생의 목표와 자기 정체성(indentity)을 명확히 인식하고 행동한다.
② 자기 감정과 욕구를 스스로를 조절할 줄 안다.
③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현실 변화에 따라 적응할 줄 안다.
④ 타인에 대하여 이해하고 감싸주며 그들의 요구에 관심을 갖는다.
⑤ 상호간에 만족스러운 이성 관계를 맺으려 한다.
⑥ 자기 성취를 위하여 끈기와 인내로 능동적이고도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
⑦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융통성 있게 반응한다.
⑧ 여러 가지 면에서 인생을 즐긴다.
⑨ 자신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안다.
c. 정신장애의 구분
정신장애 또는 이상심리의 구분은 시대나 장소마다 다르다. 그러나 그 구분들은 모두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고 교회법 1095조 3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구분법을 소개한다.
1) 원인에 따른 구분
① 내인성(內因性): 선천적으로 타고난 소질 또는 유전적 원인에 의한 정신장애
② 외인성(外因性): 후천적 질병이나 사고, 신체적 원인 특히 뇌 기능 손상에 의한 정신장애
③ 심인성(心因性): 정신적․심리적 원인에 의한 정신장애
2) 원인 및 내용에 따른 구분9)
a) 뇌조직 기능 손상 정신장애
후천적으로 뇌조직에 전염·외상·중독 등에 의하여 뇌조직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예컨대, 실어증, 뇌손상, 중추신경장애, 뇌성마비, 간질, 몽골증, 노쇠, 뇌매독, 연관질환: 약물중독, 알코올중독, 내분비선기능장해, 정신박약, 갑상선기능장해 등이 있다.
b) 정신박약
기질적인 병이나 태내 감염에 의한 뇌조직 기능의 이상으로 인한 정신박약 외에 유전이나 생후 질병으로 인한 저지능 및 원인이 불분명한 모든 저지능을 말한다.
c) 정신(심리)적 원인에 의한 정신장애
(1) 종류
① 정신증(psychotic disorders)
정신증으로 분류되는 정서장해는 가장 삼한 인격 장해다. 정신증은 정신적으로 심한 혼란을 보이며 현실과의 접촉이 상실된다. 정신증 환자는 부분적으로는 환상 속에서 생활한다. 일반적으로 타인과의 관계 능력이나 일상생활 적응 능력이 부족하다. 예컨대, 우울증, 갱년기성정신증, 조울증, 편집증, 산후우울증, 정신분증이 여기에 속한다.
② 정신 신경증(psychoneurotic disorders)
정신증처럼 심한 인격적 장해를 보이지는 않는다. 신경증의 주요 증상은 불안이다. 신경증에 걸린 이들은 긴장과 불안을 느끼며 표준적인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 까닭은 정신력을 욕구불만, 위협, 갈등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경증에는 불안신경증, 신경쇠약, 전환신경증, 우울신경증, 해리형 히스테리, 건강염려증, 강박신경증, 공포신경증 등이 있다. 신경증과 가까이 관련된 증세들은 열등감, 불안정감, 질투심 등이 있다.
(2) 정신증과 정신 신경증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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