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족의 특성과 가족문제

 

             한국 가족의 특성과 가족문제






                                           이 인 수 (경희대학교 경희가족상담교육센터)


                                                 






     어느 사회에서나 가족은 사회의 변동을 이해하는 데 기초적인 단위라 할 수 있다. 가족과 사회의 상호작용에서 가족은 외부의 힘에 의해 변형되기도 하고 변화의 주체로서 행동하기도 한다.  즉,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가족이 변화하는 수동적 관계뿐만 아니라 가족의 여러 형태가 사회의 변동을 주도하는 능동적 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변화와 더불어 한국 가족은 어떻게 변모되어 어떠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고 이러한 특성이 점점 극심해져가고 있는 가족문제와는 어떠한 유기적 관계를 갖게 되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Ⅰ. 한국 가족 특성의 변화




  1. 한국 가족이념의 변화




  한국 사회는 사람들의 세계관, 가치관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양식에 이르기까지 가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가족중심적 사회이다. 다시 말해, 가족은 한국인의 삶을 지배하는 중심원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족주의란 일체의 가치가 가족집단의 유지․지속․기능과 관련하여 결정되는, 가족집단의 단결․영속화․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가족 구성원의 꾸준한 집단적 노력을 지칭한다. 이는 가족 또는 가족주의가 개개인의 삶의 중심축으로서 사회의 구성 논리이자 사회문화의 중심원리가 되고 있음을 뜻한다(신수진, 1999).




1) 전통적 가족주의


  조선왕조는 사회질서를 구현하기 위해 중국고대의 종법(宗法)과 주자가례에 입각한 유교이념을 수용하였으며, 전통사회의 가족주의는 이 유교사상을 근거로 이해할 수 있다.


  17세기 부계친만의 혈연집단이 조직, 강화하는 데 기본 원리가 된 ‘집’ 위주 사상은, 집의 존속이 먼 조상으로부터 후손에 이르는 무한한 친자관계의 연결을 의미하고 집의 중심이 곧 부자관계에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ꡐ집ꡑ위주 사상을 통해 한국의 전통사회에서는 長子를 중심으로 가족원간의 결속을 다지고 나아가 사회를 통합시키는 직계가족의 원리가 주된 가족의 이념으로서 작용되었다(최재석, 1983).  이러한 직계가족의 원리는 가족 구성의 기본이 되었으며, 부계 혈연집단을 가족의 범위로 한정하고 이외의 관계를 배타시하는 태도는 남녀차별 혹은 가부장적 사고의 확산에 중심 역할을 하였다.


  한편, 유교적 가부장제의 핵심적 이데올로기는 삼종지도(三從之道)라 할 수 있다.  즉, “여자는 어릴 때는 부모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따르며, 남편이 죽은 후에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박혜인, 1993).  이것은 여성은 남성과의 관계에서만 사회적 존재로서 인정되므로, 유교적 가족원리하에서의 여성들은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지어미로서의 도리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전통적 가족주의란 부계혈연의 배타적 가족, 가족구성원의 미분화성과 가통의 계승․발전을 중시하는 것으로 정의되며, 이들은 천리(天理)에 의해 당위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초월적 존재로서의 ꡐ가장ꡑ과 가계계승자에 대한 절대적 의미를 포함한다(신수진, 1999).  이러한 전통적 가족규범을 바탕으로 새로운 민주적 정치․경제․사회질서의 확립을 위해 가족제도가 수행해야 하는  변화지향적 기능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성․세대․연령의 차이를 기초로 형성된 가족내의 경직된 권위주의적 위계질서는 가족원 당사자들에게도 문제를 야기하지만, 나아가 사회의 제반 영역에서 심각한 차별과 비효율성을 야기시킨다는 평가도 가능하다(신용하․장경섭, 1996).




2) 도구적 가족주의


   유교적 가족규범은 역사적 전환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사회생활과 가족생활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서, 보완적 가족이념의 등장이 불가피했다.  새로운 가족이념의 등장은 물질적 생존과 적응을 위해 특히 중요했다.  즉, 일제의 식민지배, 한국전쟁 등의 사회혼란과 1960년대 이후의 이와 같은 급격한 자본주의 산업화에 따른 사회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인들은 가족원 사이의 도덕적 연대를 강화했다(신용하․장경섭, 1996).     다시 말해, 사회의 혼란기를 맞이하여 가족주의는 불안정한 사회에서의 주요 원리이자 삶의 궁극적인 가치로 더욱 강화되었으며 어려운 역사적 시기에 그나마 우리 사회의 질서를 유지시켜 존속케 한 것이 바로 이 가족주의 가치이다(조혜정, 1985).  임금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산업사회에서 가족원들은 생존을 위해서 가족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가족은 그 구성원의 생활방편으로서 ꡐ도구적ꡑ인 특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일종의 ‘도구적 가족주의’가 다양한 직업과 계층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게 되었다.  가족은 생활이 불안한 상황에서 유일한 의탁기관으로 가족의 기본적 생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었다.  즉, 가족만이 유일한 보편적 사회부양기제로서 기능할 수 있었다.


  급변하는 사회․경제변동 속에서 가족간의 연대감과 결속력을 이루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도구적 가족주의는 한편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즉, 가족이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결속력은 오히려 사회 전체의 결속력을 와해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 시대의 가족주의는 살아가는 데 대한 일차적인 윤리로서 점차 배타적이고 소규모 가족 중심의 이기적 성격이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가족이 개인보다 우선하는 집단주의는 권위주의적 사회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어 이기적 가족주의로 치닫을 위험이 있고, 이것은 부동산투기나 부정입학 등의 경우에서 보듯이 가족 단위의 극도의 반공동체적 이기주의를 야기시키기도 하였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가족이 가족원들의 사회와 학교에서의 경쟁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여 그 본질을 상실하여 온정주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공동체에는 이르지 못하는 현실이다(장경섭, 1995).


  이는 여타의 공적인 제도의 신뢰성에 대한 혼란으로 인해, 가족을 중심으로 한 주관적인 대처가 가장 효율적이었던 것,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근대사회 형성기의 한국 가족관계의 변동은 혼란한 사회에의 적응을 위해 전통적 가족주의를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가족중심주의로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신수진, 1998). 


 


3) 정서적 가족주의


  산업화에 따른 경제성장으로 일터와 가정이 분리되면서, 일터는 자본주의 원리하에 업적지향적인 사회로서 능력이 없으면 자연도태하는 냉혹하고도 타산적으로 진행되는 곳이다.  그러므로 그 보상심리로서 가족의 필요성을 더욱 지각하게 되었다.  한편, 근대적인 가족개념의 출현으로 가정은 따뜻하고 온정적인 장소로서 정서적인 역할은 여성이 적임자라 여기게 되었다. 


  근대 사회에서 낭만적 사랑, 모성애, 가정성의 가치는 일체감과 더불어 개인보다는 가족에 대한 헌신을 우선시하는 가치를 낳았다 (Shorter, 1976).  이것은 가족을 결속시키는 정서적 연대로서 가족에 있어서의 정서(sentiment)를 주요한 조건으로 강조하게 되었다.  첫째,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으로 부부끼리의 유대에 중점을 두고 둘째, 모성적 사랑(maternal love)으로 부모 자녀간의 유대를 강조하며 셋째, 가정성(domesticity)으로 가족의 자율성과 응집성을 중요시 여기게 되었다.  즉, 개인의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고 ‘가계’로부터 ‘가족’이 분리되며 가정적인 생활을 지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가치체계가 가족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가장 중심의 권위주의적 부부관계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함께 남성은 부양자, 여성은 가사전담자라는 성역할분업의 경계를 완화시키고 동료처럼 서로 돕는 부부관계 즉, ‘동반자적 부부관계’를 지향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한경혜, 1994).  이제 ‘아버지들이여! 가정으로 돌아가라’라는 슬로건은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부친부재하였던 시대에서 벗어나 애정적인 관심과 보살핌으로 부모자녀관계를 규정하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어느 정도 이루워졌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일부에서는 젊은 세대가 자녀를 과잉보호하여 너무 유약하게 키운다든지, 부부관계가 빠르게 평등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신용하․장경섭, 1996).




  사회변화와 더불어 한국 가족에서 나타나는 가족이념은 시대적으로 변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유교적 가족윤리나 산업화 변동과 더불어 나타나는 도구적 가족주의, 근대적 가족가치관으로서의 정서적 가족주의 등의 가족이념이 혼재하고 있다.  상이한 가족체계에서는 물론이요, 가족 내부의 가족원들 사이에서도 가족규범에 대한 이해와 태도가 상이하게 나타난다.  즉, 가족원들의 세대․연령․성별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가족규범에 대한 노출과 수용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신용하․장경섭, 1996).  예를 들면, 노인세대는 유교적인 전통적 가족주의를, 중년 부모는 도구적 가족주의를, 젊은 자녀부부는 정서적 가족주의를 스스로에게 편안한 가족이념으로 여길지 모른다. 이때 가족 내부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부재할 경우, 한 가족내에서도 각 가족원마다 전혀 다른 가족규범을 상정하여 살게 되고, 이에 따라 가족원 사이의 만성적인 부조화나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다양한 가족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현상을 나타내는데, 변화과정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족가치관에 대한 상호이해와 수용이 필요하다.




2. 한국 가족구조의 변화




     현대의 사회생활에서 개인은 가족으로부터 무엇보다도 인간적 친밀성과 휴식을 기대하게 되지만, 대가족은 그러한 역할을 효율적으로 담당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규범적인 관계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산업화와 기능적인 유대관계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조혜정, 1988).  따라서 한국가족의 구조적 변화에 주목한 연구들은 주로 기능론적 관점에서 산업화와 ‘고립된 핵가족’간의 ‘선택적 적합성’ 논의에 근거하여 수행되어 왔다(함인희, 1995). 


  한국가족에서 가족크기의 감소나 세대의 단순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는 산업화․도시화와 더불어 나타났다.  가구규모면에서 보면, 한 가구당 평균 가족원 수가 1930년에서 1944년에 이르는 일제시대 전반에는 5.3명이던 것이 1955년 한국전쟁 이후에는 5.5명으로 다소 증가하였다.  이후 점차적으로 줄어들어 1995년에는 3.3명으로 감소하였다.  가족의 평균인원수가 감소하게 된 원인으로는 대략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한국전쟁이후 베이비 붐으로 나타난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시행된  가족계획사업으로 인해 자녀수가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도시에서는 핵가족화 현상에 따른 자녀들의 독립으로 자녀단독가구나 노부모단독가구가 증가하였고, 농촌에서는 도시이동으로 인한 노부모 단독가구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가구의 세대구성 유형을 보면, 전국규모 2세대가구는 196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3세대가구는 계속 감소하였다.  1세대가구는 1966년 이후로 증가, 4세대이상 가구는 지속적인 감소를 나타냈다.  그러나 2세대가구는 어느 연대에서나 가장 일반적인 가구형태이었다.  1, 2세대가구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난 것은 청장년 이농에 따라 농촌의 3, 4세대가구가 1, 2세대가구로 대규모 분할되었으며, 또한 베이비 붐 세대가 결혼기에 이르러 주로 대부분 장남만 남기고 분가한 가구의 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신용하․장경섭, 1996).  


  특히, 1995년에 와서는 2세대가구가 63.3%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1인가구, 1세대가구(각각 12.7%), 3세대가구(9.8%), 비친족가구(1.4%), 4세대이상 가구(0.2%) 순으로 나타난다.   1990년에 비해 1995년에는 1인가구가 12.7%로 세대 구성별로 가장 높은 증가율(60.7%)을 보인다.                        


  가구내 가족유형에서는, 핵가족가구의 비율이 1966년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반대로 직계가족의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1970 년에서 1975년 사이에는 직계가족의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였는데, 이는 도시화에 따른 청장년 가구와 노부모의 단독가구로 분리되는 현상을 반영한다.  핵가족으로 구성된 가구의 비율은 1995년에는 79.8%로 가족구성이 점차 핵가족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1세기를  들어 서면서, 우리 사회는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열린 가족,’ ‘다양한 가족,’ 즉 가족의 유연화에 관한 관심으로 나뉘고 있다.  ‘열린 가족’은 가족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갖는다. 부부와 그들의 미성년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이외에도 어머니와 자녀 또는 아버지와 자녀로 구성된 편부모가족, 독신가족, 자녀가 없는 부부가족, 공동체가족 등 이제 생활의 편의에 따른 가족의 다양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가족생활의 출현은 사회환경의 변화에 다양하게 적응한 결과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가족, 이들  모두를  가족의  형태로  인정하면서  각각  가족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사회가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해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정형화된 가족(the family)틀에 따라 가족의 유형과 구조를 구분하기 보다는 유연화된 개개 가족의 기능성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3. 한국 가족기능의 변화




  가족의 기능도 사회가 변함에 따라 변화하며, 가족의 기능에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은 산업화임이 밝혀지고 있다(Parsons et al., 1955; Goode, 1963).  산업화는 구조적 분화 및 기능의 전문화를 수반하고, 그 과정의 하나로서 가족은 전산업사회에서 수행하던 경제적, 교육적, 종교적 기능 등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능상실로 가족은 해체되거나 약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기본 조직으로 남게 되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가족의 기능은 전통적 요소와 서구적 요소의 충돌, 사회구조적 변화속도와의 지체 등으로 인해 서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현대 한국가족의 기능 수행에 관한 유영주(1989)의 연구를 보면, 한국 가족은 ①사회화 기능, ②친척관계유지(배우자 편), ③경제적 협력기능, ④종교 도덕적 기능, ⑤정서적 지지 및 안식처 기능, ⑥자녀교육 기능, ⑦성․애정적 기능, ⑧친척관계유지(본인 편) 기능, ⑨가계관리 기능, ⑩애정표현 기능  순으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사회화 기능은 남편, 아내 모두가 높게 수행하는 기능인데 반해 애정표현의 기능을 가장 낮게 수행하고 있었으며, 자녀의 사회화나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서구의 가족기능외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친척관계유지기능이 여전히 고유한 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형태상으로는 핵가족적 유형을 보인다해도 내면적으로는 확대가족적 가치지향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즉, 기능적인 친척의 범위는 축소되었다해도 친밀한 친척관계가 한국 가족의 기능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Ⅱ. 한국가족의 당면문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이 위기에 처해 있다. 혹은 가족이 병들어가고 있다.  노인의 설 땅이 없으며, 자녀들은 방황하고 있고 부부들은 불화로 인해 냉대하며 심지어 가정폭력을 일삼고 가족을 이끌어 갈 구심점인 가족윤리가 없다. 개인주의로 성장한 가족들은 서로의 어려움을 무관심하고 지나친 과잉교육열은 자녀를 병들게 하며 이기적인 가족들은 집단간의 파벌을 조성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의 산업화는 민주시민들의 자생적인 의식 발현으로 거의 이삼백년에 걸쳐 서서히 그리고 완만하게 진행되었지만, 우리의 근대화․산업화는 너무 급속히 빠른 기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의식이 미처 개혁되기도 전에 서구식 행동을 요구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우리 가족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의 원인은 이러한 사회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의식과 행동의 괴리, 지체, 사회와 가족변화의 불균형, 한 가족체계내에서도 세대간의 가치관의 차이 등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1. 자녀교육의 위기




    우리는 주위에서 부모나 조부모되는 어른세대들로부터 “우리가 자랄 때에는 …… 않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왜 그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부모들이 성장했던 사회와 자녀들이 성장한 사회는 그 구조나 기능면에서 크게 다르다.  자녀들의 정보획득이 다양하고 목표로 하는 가치관이 부모세대와 다르지만 부모들이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태도와 가치관을 강요하기에 자녀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이광규, 1986).  부모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 가에 따라 자녀교육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으며,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의 실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우리의 조부모들은 유교문화에서 가정교육을 받아 온 세대들이다.  즉, 가족주의 원리가 모든 사회 질서의 기본이었던 문화에서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것을 지상 최대의 가치로 여기도록 교육을 받았다.  그러므로 가정내에서 부의 밥상머리 교육이나 모의 무릎교실을 통해 엄친자모의 모습을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하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수난과 설움을 경험하였고, 한국전쟁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강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논리를 터득하게 되었다.  이들은 또한 전통적 계급사회의 논리를 어느 정도 경험한 세대로서 계층이동의 확실한 방법은 교육임을 깨닫게 되었다(장현섭, 1993).


  한국의 근세격동기를 살아온 세대는 사회혼란 속에서 혹은 가난 때문에 진학의 기회를 놓쳐 교육과 학벌에 대해 한을 품게 되었다.  자녀세대에게는 자신들의 무지와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녀에게 교육적 성공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조성숙, 1994).  그러므로 상향이동으로서의 수단으로서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들은 60년대 ‘잘 살아 보세’라는 슬로건하에 성공과 출세의 지름길로 교육을 선택하였다.  소 팔아 자식농사를 잘 하는 것이 가장 최대의 희망이었으므로 공부를 잘하는 자식이 효도를 잘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이 세대들의 엄청난 교육열은 가정 내 참된 인성교육과 연결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올바른 인성교육이 없는 가정교육의 부재시대에 살았던 세대들이 바로 우리 부모세대이다.  50, 60년대의 혼란기에 태어나 70년대의 경제성장으로 고학력 인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서구식의 학교교육과 부모로부터 받은 유교식 가치관은 남존여비와 남녀평등의 가치를 혼재케 하였다.  이 점이 부모와 자신간에, 개인과 사회간에, 남자와 여자사이의 도덕적 상식에 대한 혼란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장현섭, 1993).


  이와 같이, 자녀들이 자라고 부모가 성장하고 조부모가 지내왔던 사회가 다르고 가치가 다르며 그들이 받아 온 가정교육이 다르다.  어느 한편으로는 자신이 성장하던 때와는 다른 가치관, 행동양식으로 가정교육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가정교육의 부재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자녀교육의 변화를 우리 자녀세대들은 겸허하게 그 차이와 당위성을 인정하고 잘못된 점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2. 부부갈등과 가정폭력




  가족간의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즉, 아내를 구타하고 자녀를 학대․폭행․유기하는 일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직면하고 있는 가족의 문제인가?


  폭력이란, 겔레스와 스트라우스(Gelles & Straus, 1979)에 의하면 타인을 신체적으로 해칠 의도로써 수행된 행위와 그러한 행위를 행했다고 인정되는 행위라고 정의하며, 이러한 행위가 가족원에게 행사될 때 가정폭력이라 할 수 있다. 가정폭력의 말속에서는 어떤 성적․연령적 특성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압도적으로 남성의 여성배우자에 대한 폭력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며, 부모의 자녀에 대한 폭력, 성인부부의 노부모에 대한 학대와 유기가 다음을 차지한다고 생각된다. 즉 아내에 대한 구타, 자녀에 대한 학대, 노부모에 대한 학대가 대표적인 유형으로 나타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폭력을 최초로 경험하게 되는 곳이 가정이며, 이러한 가정폭력은 학력이나 경제적 지위, 가족형태에 관계없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가정폭력자를 미리 예측해 보기는 쉽지 않다.  어느 한편으로는 개인․가족적 상황이외에도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가정폭력을 묵인․조장하는 경우가 있다.  가정폭력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대단히 많을 뿐 아니라 그 부부가 처한 인구학적, 생태학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특성에 따라 폭력의 양상이나 정도 또한 달라지므로 그 원인을 명확히 밝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학습이론에서는 폭력은 원가족, 문화적 편견, 사회적 폭력, 불특정적 강화지식의 부족으로부터 학습되는 것으로 본다. 즉, 사람들이 역할모델로부터 학대행동을 배우고 가족이 학대행동의 역할모델을 제공하며 또한 성공적이었던 행동은 반복되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체계론(general systems theory)적 접근은 가정을 적응적인 사회체계로 파악하고, 폭력주기를 일정 기간 동안 안정과 항상성을 가진 체계로 간주하여 남성과 여성이 이러한 체계에 머무르게 되거나 혹을 벗어나게 되는 흐름을 동태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스트라우스(Straus, 1973)에 의하면 아내에 대한 폭력은 개인의 병리적인 행동의 산물이기보다는 체계의 산물로 간주한다. 즉 가족이 본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매일 매일의 상호작용에서 파생되는 긴장은 사회체계로서의 가족이 운영되게 하며 조화 및 폭력을 포함하는 갈등을 산출한다. 체계운영의 한 방식으로서의 폭력은 일정한 과정을 거치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을 때 증대되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아내학대의 주된 초점을 성차별 같은 세계적 현상, 문화적 규범, 사회경제적 요인 그리고 여성해방운동이 몰고 온 성역할의 불신 등에 두었다. 또한 도배시와 도배시(Dobash & Dobash, 1992)는 가부장적 가족구조의 기초가 여성에 대한 특히, 부인에 대한 남편의 폭력을 조장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사회적 고정관념 즉, 여성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특성과 관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가정폭력은 남녀불평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가족 내에서의 남성에 의한 지배와 여성의 복종을 종속시키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  또한, 사회구조 체계에 내재해 있는 성적불평들이 많은 여성으로 하여금 폭력을 당하고도 계속 가정 내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가정이나 사회의 전반적인 공격행동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공격행동의 표출을 더욱 손쉽게 한다. “자식을 제대로 키우려면 매를 아껴서는 안 된다”거나 “여자와 명태는 사흘에 한번씩 때려야 한다,” 혹은 “매맞아 죽더라도 시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라는 규범이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가정폭력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다.




3. 고령화사회와 노인소외



  경로효친의 덕목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한국 사회에서 현재 노인들의 설 땅이 없어졌다고 염려하고 있다.  노인들은 아직도 일하고 싶은 열망과 능력이 있는데도 젊은 세대들에게 밀려남으로써 역할상실의 고통을 겪게 되고, 도시로 떠난 자녀들의 빈자리를 고독으로 감싸면서 소외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크다고 하겠다.


  우리나라가 2000년 7월 1일 기점으로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총인구의 7%를 넘어서면서 유엔이 정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였다.   유엔은 노령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며 고령화사회, 14% 이상 고령사회, 20%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현재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337만 1000명으로 총인구의 7.1%이며, 2022년에는 14%, 2030년에는 19.3%를 넘을 전망이다. 올해 부양연령층(15~64세) 100이 부양해야 하는 노년부양층은 10명이지만, 2030년에는 3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통계청, 2000).


  한국 사회에서 노인문제가 가족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심각하게 인지된 것은 1970년대 이후로 보인다.  이 시점은 노령화 추세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는데, 노인문제를 야기하는 구체적인 발생원인 즉, 노인들의 四苦라 할 수 있는 고통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지적되고 있다.




① 사회적 지위 격하


  산업사회가 되면서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 중의 핵심적인 문제는 노인의 지위가 격하되었다는 것이다.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최연장자로서 경험에 기초한 지식이 필수적이었으마, 산업․공업사회의 과학과 기술발달은 노인들의 능력을 평가절하하였다.  또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통솔하고 촌락공동체의 큰어른으로서의 지위도 도시화․핵가족화로 인해 약화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들의 사회적 지위 격하는 유교문화에서 강력한 지위에 있었던 그들이기에 그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② 은퇴와 경제적 빈곤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가지게 되는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정년퇴직제도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전문지식과 고도의 산업기술을 갖춘 젊은 세대의 수요요구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경영의 합리화라는 미명아래 노인들을 일터에서 내몰았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취업실태를 보면, 1990년 전체 취업자 중 34.7%를 차지하고 그 중 63%는 1차산업에 종사하고 전문기술이나 사무행정관리직에는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인인구의 35%가량이 직업을 갖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이 농사를 짓거나 도시의 영세자영업에 종사하거나 일일고용으로 지극히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므로 도시 빈곤층 가족의 노인들은 부양의 물질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③ 역할상실과 고독감


  노인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또 하나는 역할상실과 그로 인한 고독감과 소외감이 크다는 것이다.  역할상실 중에서도 퇴직으로 인한 직업역할의 상실이 가장 크지만 그와 더불어 갖고 있었던 지위와 대인관계, 활동상실도 부수적으로 상실된다. 


  사회적 유대 약화로 인한 상실감 역시 문제가 크다.  배우자는 물론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허무와 무상감을 느끼거나 자녀와의 분거로 인한 부모역할 상실로 노인들은 고독감을 느낀다.  20년전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3세대 동거가구비율이 69%였으나 지금은 32%로 줄었다.  실질적으로 노인단독가구의 증가 즉, 노인이 혼자 사는 경우가 7.7%, 노부부끼리만 사는 가구가 23.4%로 전체 31.1%가 노인만 사는 가족이 되었다(한국갤럽연구소, 1988).




④ 건강약화


  연령증가에 따라 심신기능은 가속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노인들은 건강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노인들이 또한 스스로 건강상태에 대해 37.6%만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국가의 수준보다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 1984). 노인에게서는 각종 만성 질환이 흔하며 이들 만성질환은 발병후에도 치료가 쉽지 않아 조기진단과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노년기에는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이 적어지면서 건강염려증, 우울증, 불면증, 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기 쉽다.


  정부는 노인복지측면에서 ‘先가정보호 後사회보장’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출산률 저하, 핵가족화로 인한 노인단독가구의 증가, 취업여성의 증가 등으로 인해 가정내에서 노인의 부양을 책임지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과연 노인을 누가 부양할 것인가?


누구나 풍요로운 노후를 소망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고자 희망하며 건강하게 지내는 노후를 꿈군다.  이제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가족,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노후를 준비해야만 한다.  



①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은퇴 준비는 30-40대부터’라는 것이 이미 상식화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퇴직과 동시에 새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며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하는 시도가 이루져야 한다.  정보화 사회를 맞이하여 노인 스스로 노후생활양식을 이해하고 다양한 정보를 이용해 활력있고 긍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② 가족관계적 측면에서 볼 때, 건강한 노부부관계, 부모-성인자녀관계가 행복한 노후을 좌우한다.  활력있는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후 가사노동 등의 부부간 역할에 대한 협상과 재조정을 하여야 하며, 친밀한 성생활의 유지, 배우자 사별시 취미활동과 사회봉사를 통한 고독감의 해소, 재혼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노후의 부양문제에 있어서는 노인 스스로 자녀에게의 과잉 기대와 몰이해를 줄여 자녀와의 열린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자녀도 부양의 의무감만으로 도덕적 책임을 다한다는 형식적인 효규범의 실천관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노인을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상호관계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주거면에서 3세대 동거 실버타운이나 건강한 자립적 생활, 자녀와 가까이 사는 수정확대가족적 생활도 고려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주거생활을 설계하도록 한다.


③ 사회적으로는 세대간의 상호증진을 위한 강좌나 부양자들이 보호와 의존관계에서 서로간의 이해를 통해 원활한 가족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노인부양자교육 프로그램 등의 개발이 요구된다.


④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경로효친의 이데롤로기를 강조하여 부양의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떠맡기는 ‘선가정 후국가’보호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가중심의 근대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公的扶助를 확대해야 한다. 지극히 형식적이고 선별적인 경로연금제도를 보다 충실하고 보편적인 제도로 발전시켜하며, 전통적인 가족부양의 기능이 약화되는 현실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在家복지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확충되어야 한다.  또한, 고령자 재취업을 위한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보다 내실화하여 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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