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담이란?

 

『전화상담이란?』


박 경 석(사랑의 전화)




“전화상담은 1) 익명성을 지키면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화매체를 빌어, 2) 내담자(caller)가 호소하는 일련의 문제들을 상담자(counseler 또는 Befriender)와 함께 신뢰로운 분위기 속에서 3) 당면문제의 해결로 향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띠고 4) 음성언어로만 진행되는 단회상담의 한 형태이다.”








1) ‘익명성을 지키면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화매체를 빌어’




  이는 전화상담에 있어서 전화가 갖는 특성을 설명한다. 전화는 상대의 음성만을 들을 수 있을 뿐 어떤 신분의, 또 어떤 모양새를 하였는지 알 길이 없다. 이를 ‘익명성’이라 하는데 전화가 갖는 이 익명성을 상담에 적용하여 보면 전화상담이 갖는 특성이 나올 수 있다.


  즉 전화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밝히고 싶지 않은 신분이나 모양새에 대해서 상담자에게 드러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자신의 초라하고 무력해진 모습에 대한 나약함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또 용이하게 자신의 문제를 호소할 수 있고, 또 당면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전화상담이 갖는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내담자의 신분이나 모양새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 이러한 익명성이 지켜질 때 내담자는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신속성’은 내담자와 상담자와의 물리적인 거리를 전화선으로 곧장 이어주는 전화의 특성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24시간 항시 원하기만 하면 상담으로 쉽게 연결될 수 있는 편이성을 포함한다. 또한 이러한 편이성은 연령이나 계층에 관계없이 문제를 가진 누구라도 전화를 걸어올 수 있다. 이를 상담에 적용시키면 이러한 신속성은 문제가 발생되는 즉시 전화상담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전화상담자는 내담자의 당면문제를 재빨리 간파하여 거기에 맞는 대응책을 내담자와 함께 강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내담자가 언제라도 마음이 움직일 때 전화상담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전화상담기관은 이러한 신속성에 대비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화매체를 빈다’는 것은 전화만이 익명성과 신속성을 가지고 있는 유일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문명의 발전은 전화 이외에도 익명성과 신속성을 그 기능으로 하는 매체를 등장시키고 있다. 가령 fax나 모뎀을 통한 pc의 이용이 그것인데 이러한 매체를 통한 상담은 전화와는 다른 상담의 형태를 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사랑의 전화는 이미 fax와 pc상담을 개설중이다. 때문에 전화상담은 전화만이 할 수 있는 상담특성을 살려 나갈 수 있는 상담방법이나 기법의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만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화상(畵像)전화가 전국적으로 보급된다면 또 여기에 맞는 상담방법과 기법이 나와져야 할 것이다.






2)‘내담자가 호소하는 일련의 문제들을 상담자와 함께 신뢰로운 분위기 속에서’




  내담자가 호소해 오는 문제들은 다양하다. 사랑의 전화의 경우 이를 구분하기 위하여 호소내용을 80여개로 유형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세분화시켜도 어느 한 유형 속에 적절하게 귀속시킬 수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내담자가 호소해오는 문제’라고 하는 것에는, 내담자가 어떤 문제인가를 인식하고 그 문제에 대한 대책을 상담자로부터 도움받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또 많은 경우에 있어서는 무엇을 상담받고자 하는 분명한 문제의식이 없는 가운데 막연하게 전화를 걸어오는 내담자들도 있기 때문에,  ‘내담자가 제기하는 문제’가 아니라 ‘호소하는 문제’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호소하는 문제에도 분명한 내담자의 원함이 들어 있다. 다만 내담자 스스로가 그 원함을 함께 찾아 내담자의 막연함을 구체화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상담은 막연함들을 하나하나 구체화시키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상담적 용어라고 할 수 있는 요약이나 반영, 환언 그리고 구체성 등은 바로 이 막연함을 구체화시킨다는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상담자와 함께’한다는 것은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거나 확신이 서지 않아서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럴 경우의 내담자는 불안과 무력감 그리고 좌절감에 젖어 있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자신이 처한 위기상황을 정서적인 혼란으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대함에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서 상담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자신의 상황을 바로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내담자는 신뢰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탐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상담자와 함께’한다는 것은 내담자에 대해서(about him), 내담자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상담자 마음대로 결정함이 아니라, 내담자와 함께(with him)서로 협의하면서 내담자 스스로가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도록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비록 내담자 스스로가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도록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비록 내담자가 위기에 처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입장에 있지만, 결국 문제의 해결을 위한 선택과 결정은 상담자에게서가 아니라 내담자 자신이 주도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담자가 선택한 방법에 대해서 상담자는 무조건적인 수용의 자세로 함께 풀어나갈 때, 내담자는 최종의 결정을 스스로가 내렸음에 자긍심을 느끼게 되고, 또 스스로 내린 그 결정에 대하여 책임있는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당면문제의 해결로 향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띠고’




  ‘당면문제’란 비록 그 안에 근원적인 성격의 문제, 또는 대인관계의 문제 등이 개입되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다루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말한다. 즉 발등에 떨어진 불을 가르킨다. 이는 그 불이 어떤 연유로 떨어졌던 상관없이 지금의 현실적인 뜨거움의 제거가 당면문제인 것이다.


  전화상담은 이러한 당면문제에 상담의 초점을 맞추고 풀어나가야 한다. 즉 위기를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하며, 비록 근원적인 문제가 상담과정에서 보인다 하더라도 근원중심이 아니라 문제중심에서 그쳐야 한다. 이 점이 전화상담의 특수한 상담영역이며, 또한 전화상담의 한계이다. 왜냐하면 전화상담은 바로 그 당면성에서 위기개입의 시기가 중요하며, 또한 대부분의 상담이 1회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다만 도움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만들어 내는 근원적인 문제는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어서 그럴 것 같은 통찰에 머물게 되는데, 이러한 통찰이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에는 많은 상담시간을 요한다는 측면에서도 대부분의 상담이 1회로 종료되는 전화상담의 특성과는 그 영역이 다른 것이다. 전화상담은 당장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해결로 향한다는’것은 내담자가 호소한 당면문제에 대하여 해결이라는 목표를 향하여(toward solution)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풀어나간다는 상호 인식 속에서 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는 당면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찾아 본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비록 최선책이고 정답이 아닐지라도 내담자의 여건에 맞고 당면문제에 어느 정도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면 선택하여 실행해 본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어서 어떤 새로운 대안이 도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현상태에서 그냥 참고 견디는 외의 다른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전화상담을 하기 전과 차이는 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최소한 왜 참을 수 밖에 없는가, 또 왜 아무런 대안이 찾아지지 않는가 하는 점검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분명한 목적을 띠고’는 내담자와 상담자가 무엇을 다룰 것인가를 분명하게 상호합의하고 이 합의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내담자와 상담자는 지금 자신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가 분명한 목적 속에서 행해지고 있음을 함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시간적인 제약과 1회 종료하는 전화상담의 특성을 감안할 때 분명한 상담의 목적을 세우는 것은 전화상담에서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전화상담이 문제중심적이여야 한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상담목적이 세워지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목적이 없어서 대화가 마냥 겉돌거나, 내담자와의 합의없이 상담자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방향으로 상담을 끌어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그러다가 결국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로 열을 올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하는 방향감각을 잃어 버리고, 어디에서 다시 시작해야할 지 몰라서 혼란을 겪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다.






4) ‘음성언어로만 진행되는 단회상담의 한 형태이다’




  ‘음성언어로만 진행되는’은 전화라는 매체가 갖는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즉 전화로는 비음성언어의 매세지를 알아차릴 수가 없다. 이것이 전화상담이 갖는 한계이지만 그렇다고 비음성언어를 알아차릴 수 없음으로 전화상담이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비음성언어가 상담에서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살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다면 음성언어로만 상담이 진행된다는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전화상담자는 내담자의 갑작스러운 침묵이나 변화된 소리의 고저, 그리고 음색, 또 단발마적으로 터져나오는 소리, 으-하며 길게 빼는소리, 길게 숨을 들이 마시거나,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 등으로 이를 알아차릴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전화상담자는 마치 내담자가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듯한 상상을 하면서 전화상담에 임하는 것도 음성언어로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전화상담의 연구는 더욱 세밀하게 다루어져야 될 것이다.


  ‘단회상담의 한 형태이다’는 전화상담이 상담이라는 범주 속에 들어가긴 하지만 단회로 종결되는 특수한 일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회적인 특성은 당면문제에 대해서 상담목표를 구체화, 단순명료화시켜서 그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가 있다. 즉 전화상담은 단회로 종결됨을 염두에 두고 거기에 맞는 상담목표를 설정해야 함을 말한다.


  그리고 단회상담의 특성은 1회로 상담이 종료되므로 추적(follow-up)하여 실제로 어떻게 문제가 정리되어 가는지(또는 되었는지), 특히 전화상담의 익명성을 고려할 때 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또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전화상담은 구체적이고도 세심한 상담자의 배려가 상담장면 동안에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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