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본 론
1. 전이해
사제라는 말은 단독으로, 또는 어떤 수식어와 함께 구약성서에서는 700회 이상, 신약성서에서는 80회 이상 사용된다. 히브리어로 사제를 ןꕛꗔ(kōhēn)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아라비아어 kahin과 연관이 있는데 구약성서는 이것을 야훼의 사제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이집트의 사제(창세 41, 45; 46, 20), 블레셋의 사제(1사무 6, 2), 아세라와 바알의 사제들(2역대 34, 5)에게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구약성서 안에는 이방인의 사제에게만 적용되는 kmr(복수 kĕmārin)이라는 표현도 발견된다(2열왕 23, 5; 호세 10, 5; 스바 1, 6). 이 말은 갑바도기아어, 고대 아랍어, 팔미라어 그리고 아시리아어에서 증명된다.1)
ןꕛꗔ(kōhēn)이란 말의 유래는 대략 어근 kwn, ‘서다’(사제는 하느님 앞에 봉사하며 서 있다) 혹은 아카디아어 kānu(어근 k’n), ‘몸을 굽히다’ 등으로 추측될 수 있다.2) 사제는 섬기기 위하여 하느님 앞에 선 사람이다.3)
사제직의 가장 보편적인 개념은 제사에 집중되어 있다. 이 개념에 의하면, 자기의 소유물 중에서 귀중하고 가치있는 것을 일상의 용도로부터 떼어내어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바치기를 원하는 자는 누구나 사제로 여겨질 수 있다. 여기서 제사는 경신 행위의 중심인 제물 봉헌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제물 봉헌은 초자연적 존재와 접촉하는 주된 방법이다. 그 밖의 예배 의식은 대부분 제물 봉헌의 보조 의식으로서 이것과 상호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사제는 경신례의 중심인 제물 봉헌의 주례자이다.4) 그런데 다른 모든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제사에 관한 것 또한 역사적 관점 안에서 볼 때 발전을 지향하는데 단순히 어떤 초자연적 존재에게 제물을 바치는 모든이가 다 사제로서 인정받는 것을 넘어서서, 제사만을 전문적으로 집전하는 사람이 정해지고 또한 제사가 어떻게 행해져야 할지 그 의식 절차가 생겨나게 되었다.5) 유대세계나 고대 근동이나 할 것 없이 제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 곧 사제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그 바탕은 神과 인간의 통교이다. 사제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탁월한 지식의 힘이나, 초월자와의 영교능력(靈交能力)에 의하여 神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문화에 따라 사제가 직접 나서서 제사를 집행하지는 않는다해도, 분명 그는 희생 제의에 있어 집행 감독관이었으며 또한 神의 영역에 대한 신탁의 말씀과 점복(占卜)을 들려주는 해설자이기도 했다. 사제를 통해 일반 사람들은 신과의 화복(禍福)을 추구할 수 있었다. 사제는 이런 神과 인간을 이어주는 중개자의 역할을 수행해왔다.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