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사회는 평신도를 유혹한다!
– 정보화사회 속의 평신도 –
1. 머리말
정보화사회란 정보의 생산이나 전달·유통 따위가 중요한 자원이 되어 경제가 발전하고 가치가 창조되는 사회이다. 한마디로 정보가 넘치는 사회, 정보가 판치는 사회를 말한다. 이 사회에서는 정보의 조화(造化)가 사람의 생각과 생활 방식, 사회 구조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정보화는 과학 기술, 특히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것이다. 텔레비전이 사회의 중심 매체로 등장하고 이에 컴퓨터 기술이 가미되면서 정보 체계의 대변환이 진행 중이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는 텔레비전, 컴퓨터에 의하여 융합·통합의 형태로 저장과 검색과 전송의 방식들을 동원하여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정대철, “정보·홍보 수단의 변화와 교회의 활동”, 「사목」 212호<1996.9>, 28-41면 중 32면 참조).
정보화가 일반인에게 미치는 영향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그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텔레비전을 구입하는 데도 컴퓨터 통신을 이용하면 앉은 자리에서 각 제조회사별 모델과 가격 정보를 입수해서 비교할 수 있고,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할 때에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면 지역별·평형별 시세가 모두 나와 있어 직접 그 지역을 방문하여 알아보는 것보다 훨씬 쉽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음식을 잘하는 식당, 분위기 있는 카페를 골라 갈 때에도 이 통신망은 커다란 도움을 준다.
그런데 사람들의 다양한 구미에 맞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때로는 어느 공동체의 통일성을 위협하기도 한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라는 것이 절대적이고 단일한 신앙을 요구하는 종교제도에 일격을 가할 수도 있다. 반면에 다른 신앙 체계를 동시에 허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선택의 여지를 제공하는 신앙이 만약 존재한다면 많은 추종자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정보화에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에 못지 않은 역기능들이 현대인을 숨막히게 하고 있으며, 아마도 이 문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정보화의 역기능은 대부분 정보 매체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보 자체를 파는 사람들의 부도덕성에서 나온다고 본다. 언제부턴가 텔레비전을 바보 상자라고 해왔다. 오늘날 이 말이 어느 정도나 공감을 얻는지 모르겠지만, 텔레비전 광고·드라마·쇼 프로그램 등의 선정성, 폭력성, 성 상품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뉴스 보도, 시사, 정보 프로그램 등에서까지도 사실에 충실한다는 명분으로 성추행, 성폭력 사건 등을 여과없이 상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당사자들의 초상권 및 사생활을 침해한 사례로 지적되었다(「평화신문」 1996년 9월 1일자 사설 참조). 이러한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하게 되는 원인은 일차적으로 시청률 경쟁에 있다. 나의 시선을 자기네 채널에 맞추게 하기 위해 내 속에 숨어있는 원초적 충동을 건드려 나를 조종하려는 그들의 추악한 시도는 분명 악마의 장난이다.
또한 홍보물 중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신문들의 전쟁은 우리 국민의 신문 선택권마저 위협할 뿐 아니라, 금년에는 원당 지역에서 살인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그 곪은 내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신문사들의 종이 낭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인쇄된 후 포장도 뜯어지지 않고 버려지는 신문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광고 수익 때문이다. 주요 일간지의 경우, 신문사 수익의 80% 이상을 광고 수익이 차지한다고 한다(김학수, “매체간의 경쟁과 정보 소비자의 관점”, 「하이텔」(인포샵 소식지) 96년 8월, 4-5면 참조). 그러다 보니 같은 신문 안에서조차 뉴스와 광고의 독자 관심 끌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 통신 등 정보 매체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라디오가 자동차 수의 증가에 힘입어 부활의 환호성을 발했고, 방송 매체의 영향으로 신문의 판매 부수가 줄어들자 곧바로 전자신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직은 대량의 멀티미디어 정보를 고속으로 주고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 통신이 실생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별로 크지 않지만, 아마도 불과 10년 안에 우리의 생활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미 현대인은 철철 넘치는 정보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물론 정보화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자기 나름대로의 영역을 지키며 사는 분들도 많다). 그 안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되도록 빨리 찾으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많은 현대인의 모습이다. 이 글에서는 정보에 대한 교회의 인식, 정보화시대의 교회, 정보화사회에 사는 신앙인의 태도와 역할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