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목 [한] 都市司牧 [영] urban pastoral

도시 사목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특별히 필요로 하는 사목활동이라고 좁혀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한 듯하다. 이렇게 한정해보면, 도시사목은 농촌인들이 요청하는 농촌사목(農村司牧)과는 어느 정도로 구분될 수도 있을 것이고, 농촌인이나 도시인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사목활동을 일반사목(一般司牧)이라고 한다면, 일반사목과도 구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도시에서만 특별히 요청되는 사목활동이 주로 다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도시사목 활동을 거론하기 전에 사목활동은 무엇인지 먼저 고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사목활동은 목동이 가축떼를 돌보고 있다는 성서의 비유에서 유래한 개념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육성하기 위한 모든 일과 활동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사목활동에 매우 여러 가지 일들이 포함된다. ‘사제직무 교령’에 의하면 신자 공동체의 건설, 그것의 일치를 위해서 참고 책망하는 것, 교리교육, 전례의 집행, 회합 소집과 진행, 가난하고 무력한 사람을 돕는 것, 젊은이와 가정을 도와서 신자생활을 인도하는 것, 병자와 임종자를 방문하는 것, 예비자들에게 세계 준비를 시킴, 자선사업, 기도와 보속 등이 모두 사목활동의 일부이다(사제직무 교령 6).

상당히 오랫동안, 사목활동은 매우 좁은 의미로 이해되어서 몇 가지 활동만이 포함되었었다. 어린이와 예비자의 교리교육, 성사집행, 고아와 노인을 돌보는 자선사업, 환자를 위한 병원사업,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과 옷을 마련해 주는 애긍시사 등이 사목활동의 전부라고 생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더불어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자유 · 평등 · 인권사상이 강해지면서 사목활동의 개념이 크게 넓어져 갔다. 전통적 사목활동 외에 사회 부조리에 대한 지적과 비판, 그것들을 없애려는 여러 가지 행동들도 사목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정되었다. 사목활동의 개념이 언제부터 넓어지기 시작하였는지 분명히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1891년에 발표된 회칙 <노동헌장>에서 교황 레오 13세는 교회의 최고 사목자의 임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심각한 노동자문제를 야기시킨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였다. 교황은 억울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의 권리옹호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교회의 중대한 임무라고 하였다. 그래서 대체로 그 때부터 사회 부조리의 제거와 인권 신장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도 사목활동의 일부로 인정되고 그 개념이 확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사목활동 개념의 확장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서 더욱 확고해졌다는 것은 틀림없다.

사목활동과 복음 선포는 동일한 활동을 가리키는 두 개의 말마디에 불가하다. 사목활동의 경우와 같이 복음 선포의 개념과 매우 좁게만 이해하여, 비신자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는 것과 기타 다른 성사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과 <선교활동 교령>에서 복음 선포의 더욱 충족스럽고 넓은 뜻이 발견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현대의 복음 선교>에서도 복음 선포는 넓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복음 선교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다 넓은 지역에서 혹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하는 것만이 아니고,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위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양식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 잡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복음선교 19).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복음 선포의 뜻을 더욱 명백히 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하겠다. “만일 복음 선교가 복음과 인간의 구체적 생활과의 관계, 즉 복음과 개인적 사회적 생활 사이에 지속적으로 있는 상호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완전한 복음 선교라고 할 수 없다. 복음 선교에 있어서 개인의 권리와 의무, 인간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가정생활, 사회 공동생활, 국제관계, 평화, 정의, 개발 등에 대하여 명백한 견해를 표시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복음선교 29). 그런 까닭에 복음선포와 사회 발전이나 해방(解放) 간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간은 사회경제적 문제와 관련된 존재일 뿐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계획가 구원계획과 구원계획과도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음 선포에 있어서는 정의, 해방, 발전, 평화의 문제가 결코 무시될 수 없는 것이다.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여 참된 인간 발전을 증진시키지 못하면 사랑의 계명과 명령을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복음선교 31). 물론 강조될 점은 복음 선포에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영역의 인간 해방을 위한 노력이 포함되고 있지만, 그 둘이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해방과 그리스도에 의한 구원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 해도, 동일한 것은 아니며, 인간 해방과 발전의 실현은 하느님 나라의 내림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복음선교 35).

도시상황과 도시인이 요청하는 사목활동에는 다양한 활동이 있겠으니, 여기서는 노동사목과 기초공동체 운동만을 다루고자 한다. 산업화의 필수적인 부분인 공장들은 도시에 건설되며 그에 따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도시로 몰리게 된다. 이 공장 노동자들의 영성 생활 뿐 아니라, 그들의 생활조건의 개선과 인권 신장을 위한 활동을 노동사목(勞動司牧)이라고 부른다. 또한 산업화에 따라서 도시가 성장하고 팽창한다. 도시에는 무수한 사람이 섞여 생활하고 서로의 작업과 직장이 상이하기 때문에 익명성(匿名性)이 높고 특히 도시인이 거주하는 인근지역 내 사람들 사이에도 익명성이 높아서 서로 모르고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신자들이 같은 인근지역에 거주하면서도 신앙심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정한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신자들을 규합하여 가톨릭 신앙에 바탕을 두는 작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기초공동체 운동이다. 노동사목과 기초공동체 운동은 도시상황과 도시인이 요청한다는 점과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을 돕고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점에서 공통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것들 간에는 차이점도 크다. 노동사목은 일정공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나 꽤 넓은 지역에 산재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삼으며, 그들의 생활 향상과 인권 신장에 큰 관심을 두는 반면에, 기초공동체 운동은 비교적 좁은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신자들을 대상으로 삼고, 그들간의 친밀한 인간관계의 형성과 공동체의 구성을 일차적 목표로 두고 있다.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사목활동은 대개 세 가지 방면에서 진행되었다고 보인다. 첫째는 노동문제와 노동자에 대한 교리적 원리적 입장을 고위 사목자인 주교와 교황이 선포하고 대중에게 가르치는 것이고, 둘째는 교회의 원리가 사회 안에서 실효성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 원리의 정신을 담은 법률 제정을 촉진하는 활동이며, 셋째는 노동자들을 규합하여 조직하고 의식화시키며 교육하는 것이다. 가톨릭의 사회적 교리와 원리가 포괄적이고 본격적으로 선포된 것은 1890년에 교황 레오 13세의 <노동헌장>이 발표된 때부터이고, 그 이후 1981년에 발표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노동하는 인간>을 포함해서 대개 9개의 사회회칙이 나왔다. 시대가 흐르면서 사회회칙의 관심은 넓어지고 다양해졌으며, 사회원리에 대한 이론도 다듬어지고 정교화되었기 때문에, 그 회칙들은 중요한 문헌으로 남아 있고, 우리말로 모두 번역되었다. 가톨릭 사회원리를 법률에 반영시켜 노동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생활조건과 인권을 신장시키려는 노력은 케틀러(Kettler) 주교의 선도 하에 1850년대에 독일에서 먼저 착수 되었으나, 이 방면에서 많은 공헌을 한 이는 미국의 라이언(Ryan) 신부이다. 그는 1909년에 회칙 <노동헌장>의 정신을 담은 법률이 미국에도 없다는 점에 창안하여 수십년간 노력하였으며 1935년부터 미국연방회의에서 제정된 노동조합법(와그너 법), 사회보장법, 공정근로기준법의 출현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 법률은 우리나라에서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노동위원회법, 노동청의 조종법 등의 기초가 되었다.

노동자들을 규합하여 조직하고 단체교섭을 통해서 그들의 생활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에 협력하는 노동사목은 독일 교회가 1850년대에 시작하였고, 이 사목활동은 영국과 미국에서도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회칙 <노동헌장>이 발표된 이후에는 그런 사목활동이 더욱 활성화되어, 많은 나라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의 주도하에 있던 노동조합과는 별도로, 기독교 노동조합이 조직되기도 하였다. 노동조합의 육성을 위한 사목활동과 연관을 맺으며 발족한 노동자의 조직체가 가톨릭 노동청년회( J.O.C.)이다. 이 운동은 벨기에에서 기독교 노동조합의 지도 신부로 일하던 젊은 카르딘 신부가 1925년 4월 18일에 가톨릭 청년노동자들을 규합하여 발족시킨 조직체로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면서 급격히 성장하였다. 1950년에는 가톨릭 노동청년회가 60여개 국가에 조직되었고, 1958년 한국 가톨릭 노동청년회가 조직되어 국제협의회에 가입할 당시에는 70여개 나라에 전파되어 있었다. 가톨릭 노동청년회는 통상적 의미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 청년을 신자답고 책임성이 있으며 의식화된 노동자로 육성하고 교육하기 위한 조직체이다. 따라서 가톨릭 노동청년회의 목적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노동의 그리스도교적 의미와 가치관을 가르침으로써 올바른 노동윤리를 고취시키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노동조건과 환경을 비판적으로 관찰하도록 의식화시키고 훈련시킴으로써 그것을 개선하도록 돕는 것이다. 셋째는 회원 각자가 노동자 대중의 의식화와 교육을 위해서 노력하도록 지도하고 후원하는 것이다.

1956년에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활성화하기 위해서 기초교회공동체(Basic Ecclesial Community)에 착안한 이는 브라질의 바라 도 피갈(Barra do Pigal) 교구의 로시(Rossi) 주교였다. 원래 기초공동체는 남미 전역에 산재하여 있는 수적으로 많고 무지한 신자들과 고질적인 사제 부족으로 침체된 교회의 문제를 극복할 목적으로 창안된 수단이었다. 이것은 성직자의 노력과 힘에만 의존하던 구태의연한 사목방법과 본당조직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평신도의 열성과 역량을 사목활동과 복음화에 도입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기초공동체 운동은 수많은 촌락에 분산되어 살지만 사제부족으로 인해서 종교교육을 받을 기회와 성사생활에 참여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는 농촌신자들과,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에 따라 도시 주변으로 이주하였으면서도 격차 있는 문화와 생활수준을 가진 중산층과 상류층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도시의 기존본당의 전례와 활동에 참여하기를 기피하는 도시의 영세민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이 운동은 성직자와의 접촉을 거의 갖지 못하는 촌락과 도시 빈민가의 주민 신자 중에서 몇 사람을 선정하여 지도자로 육성하여 그들에게 공동체의 활성화 임무를 위임한다. 그뿐 아니라, 단기 교육과 정을 통해서 양성된 지도자에게 성직자만이 수행하면 신자 교육, 전례 집전, 상담 등의 사목활동을 시키는 데에 주력한다. 이와 같은 착안이 서로 낯선 사람들이 모여 살며 동시에 너무 비대한 도시본당의 활성화를 위해서 도입된 것이 도시의 기초공동체에 운동이고,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도시사목 활동이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하고 있다. 도시의 기초공동체 운동은 같은 본당에 속하고 가까운 인근지역에 거주하면서도 직장, 직업, 생활수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서로 모르고 지내는 신자들을 규합하여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략 1980년부터 서울 대교구와 몇몇 교구의 도시본당에 기초공동체 운동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도시본당에 수십년간 유지되던 구역과 반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전부터 있던 구역이나 반에는 40~60의 신자가구가 포함되고, 구역장이나 반장이 임명되어 있었으나, 구역원과 반원들은 서로 모여서 접촉하고 친교를 맺으며 신앙과 대화를 갖는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기초공동체가 도입되면서 도시본당은 신자의 거주지별로 10~15가구씩 세분되고 반과 구역이 조직되었다. 반원들은 매달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서 공동유대의 강화와 연구에 힘쓴다. 그들은 새로운 이주자와 냉담자를 흡수하여 신앙생활을 돕고 본당과 연결한다. 그들은 예비자도 빨리 흡수해서 격려함으로써 교리교육과 세례 준비를 용이하게 한다. 그들은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당하여 돕고 나눈다. (吳庚煥)

[참고문헌] 두봉 편저, 노동과 인간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1 / 오경환, 도시 본당의 구조적 결함과 그 개선방안, 사목, 77, 1981 / 오경환, 가톨릭의 산업선교와 신학적 이론, 문학과 지성, 1981. 11 / 요한 바오로 2세, 이종흥 역, 현대의 복음선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77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김남수 역, 사제양성에 관한 교령, 공의회문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75 / Daniel H. Levine Religion and Politics, Politics and Religion, in Daniel H. Levine de, Churches and Politics in Latin America, Sage publications, Beverly Hiels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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