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라] Epistola ad Romanos [영] the Epistle to the Romans

바울로는 그리스 북부지역인 마케도니아에서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둘째 편지를 발송하고 나서 오래지 않아 친히 고린토로 내려가 석 달 가량 머물렀다(사도 20:3). 이때가 아마도 58년 춘분 전이었을 것이다. 바울로가 서기 36년경에 개종했다면 그는 무려 20년 이상 지중해 동부 여러 지역에서 전도한 셈이다. 그는 지중해 동부지역 전도는 일단 마친 것으로 보고 장차 서부지역 극변에 위치한 스페인에 가서 전도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전에, 그리스 여러 교회에서 거두어들인 모금을 예루살렘 모교회에 전해 준 다음 로마 교회를 찾아보고 나서 스페인으로 갈 예정이었다(로마 15:22-29). 그리하여 자신이 설립하지 않은 로마교회에 자신을 소개하는 뜻으로 58년초에 고린토에서 편지를 발송했으니, 이것이 곧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이다. 그러니까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는 일종의 신임장이라 하겠다. 모처럼 평온한 가운데서 석 달가량 시간적 여유를 갖고 쓴 서간이기 때문에 그의 서간들 가운데서 구조적으로 가장 짜임새가 있을뿐더러 사상적으로 가장 원숙한 서간이다. 그러나 바울로의 사고범주와 언어표현 가운데는 오늘날 통용되지 않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신학사적 연구와 해석학적 성찰을 거쳐야 비로소 참뜻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서간 순서에 따라 그 내용을 집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바울로는 당대 교회에 유행한 예수 그리스도 신조로서 복음의 내용을 밝힌다. “그분은 육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으며, 거룩함의 영으로는 죽은 자들의 부활 이래 능력을 누리는 하느님의 아들로 책봉되셨습니다”(1:3b-4a). 그러고 나서, 복음의 내용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는 누구나 구원을 받는다는 명제를 이렇게 내세운다.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복음은 믿는 이라면 누구나, 먼저 유태인 그리고 헬라인도 구원으로 인도하는 하느님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실상 이 (복음) 안에 하느님의 의가 신앙에서 신앙으로 계시됩니다. ‘믿음으로 의인이 된 이가 살리라’고 기록되어 있는 바와 같습니다”(1:17-18). 나머지는 모두 이 유명한 명제의 설명이라 하겠다. 바울로는 인간이 자기 업적으로 의롭게 될 도리도 전혀 없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만 의롭게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끈질기게 편다(1:18-3:20, 3:21-8:39). 이것이 소위 종교개혁 이후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의화론(義化論), 성의론(成義論), 일명 의인론(義認論)이다. 그런데 이방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내용으로 하는 복음을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반면 예수님과 바울로의 동족인 유태인들이 복음을 배척하는 현상을 두고 바울로 사도는 슬픔과 아픔을 토로하면서 결국에 가서는 이스라엘 백성도 구원받으리라는 희망을 피력한다(9-11장). 12-15장은 훈계편이다. 서로 겸손하고 화목할 것(12:1-21), 로마제국에 대해서도 양심적으로 복종할 것(13:1-7), 무엇보다 법의 완성인 사랑을 실천할 것(13:8-10), 종말을 의식하면서 살아갈 것(13:11-14), 신앙이 약한 이들을 각별히 보살필 것(14:1-15:6), 이방계 그리스도인들과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화합할 것(15:7-13)을 바울로는 부르짖었다. 끝으로, 16장에는 장황한 인사와 부탁(1-16, 21-23절), 이단 경고와 축복(17-20절), 영광송(25-27)으로 짜여 있는데, 이는 후대 어느 독자의 가필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鄭良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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