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으로 정치권력과 사회적 권위를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는 사상과 그 운동. 무정부주의는 국가와 법, 감옥, 재산, 그리고 사제(司祭)도 없는 사회를 이상으로 삼는데, 요즈음은 혼란과 무질서 등을 상징하는 의미의 말로도 쓰인다. 무정부주의는 하나의 사회철학이며 정치이념으로, 그것은 개인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우고 그에 대한 모든 억압적인 힘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무정부주의는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인 제논(Zenon)으로부터 자유주의자인 훔볼트(W. von Humboldt)나 밀(J.S. Mill)등의 사상에서도 발견된다.
무정부주의는 대개 다섯 가지의 특징으로 규정해 볼 수 있다. 인간은 본래 선(善)의 능력을 가진 착한 존재인데, 관습 · 제도 · 권력 따위가 타락하게 만든다. ②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자발적으로 서로 협력할 때 가장 인간다워진다.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며, 따라서 이러한 사회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고, 국가는 그에 반대되는 것이다. ③ 사회의 여러 제도 가운데 사유재산과 국가는 인위적인 것 중에서 으뜸이며 사람을 서로 타락시키고 착취하도록 만들었다. 모든 권위적인 요소들은 개인을 억압하는 것이다. ④ 모든 사회변화는 자생적이고 직접적이며 대중적인 기반을 둔 것이라야 하며, 이와 반대되는 모든 조직화된 운동은 권위의 조직에 의한 산물에 불과하다. ⑤ 산업문명은 생산수단의 소유형태가 어떻든지 간에 인간의 정신을 파괴한다. 기계는 인간을 지배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회든 산업문명 위에 서는 것은 인간의 내적인 힘을 누르는 것이다. 이런 사상적 요소를 가지는 무정부주의는 여러 사상가들에 의해 대표되는데, 내용이 각기 다르기는 하나, 개인의 자유와 경제생활의 유대를 모색하는 데 있어서는 매한가지이다.
고드윈(W. Godwin)은 권력과 불평등에 반대하여 자율적인 협동을 강조하였고, 재산을 도둑으로 규정한 프루동(P.J. Proudhon), 마르크스(K. Marx)에 맹렬하게 반대한 바쿠닌(M.A. Bakunin), 다윈의 적자생존 원칙에 반기를 든 코로포트킨(P.A. Kropotkin), 개인의 개성을 철저하게 주장한 슈티르너(M. Stirner), 상디칼리즘을 내건 소렐(A. Sorel)등은 모두 이 계통의 거장들이다. 모든 폭력에 반대하여 무저항주의를 내건 톨스토이(L.N. Tolstoi)는 또한 종교적인 무정부주의를 주장, 교회법적 조직은 그리스도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하여 주로 사랑에만 의존하는 무교회주의를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무정부주의는 가톨릭에서 늘 배척을 받는 사상이며, 1864년 비오 9세 교황의 실라부스(謬說表)에 의해서도 지적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