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인류가 살고 있는 지상(地上)을 뜻하는 세상을 구약성서는 ‘하늘과 땅'(창세 1:1)이라 표현한다. 이에 해당하는 그리스인들의 코스모스(kosmos = 우주)는 인간과 신(神)들 및 우주법칙과 만물의 순환을 포함하는 범신론적 세계였으나, 성서에 의하면 세상은 하느님의 피조물이며, 인류의 구원을 계획하기 위한 도구로서 의미를 지니고, 이 세상의 최종 운명도 이 계획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은 세상에서 태어나 세상을 지배하며(창세 1:28) 자신의 고유한 문명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서 세상을 사용한다.
구세사에 있어서 세상은 이중적(二重的)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유익과 행복을 위해 창조된 세상은 하느님의 자비를 표현하며 그분의 신성(神性)을 보여 주나(지혜 13:3-), 범죄한 인간에게 세상은 또한 하느님의 분노의 도구라는 의미를 아울러 가진다(창세 3:17, 신명 28:15-46). 지혜서는 이집트인들을 멸망시킨 바로 그 물이 이스라엘에 구원을 가져다주었다고 하면서 이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지혜 11:5-14). 신약성서에서 가르치는 세상도 하느님의 말씀(요한 1:3, 히브 1:2 참조)에 의하여 창조된(사도 17:24) 아름다운 피조물이며 하느님을 증거하고 있으나(사도 14:17), 범죄한 인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사탄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
그런데 하느님은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외아들을 보내 주셨다(요한 3:l6). 이때부터 세상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이 역사는 사탄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악의 세력을 이기는 예수의 승리라는 소극적인 면과 예언자들에 의해 약속된 새로운 세계가 예수로 인하여 열린다는 적극적인 면을 동시에 지닌다. 예수는 세상에 속해 있지 않고(요한 8:23) 세상의 임금은 그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으므로(요한 14:30) 세상의 미움을 받아(요한 15:18) 죽음을 당하였다. 그 죽음으로써 그리스도는 악의 세상을 이기고(요한 16:33) 세상을 사탄의 지배에서 해방하였으며 당신의 피로 세상을 깨끗이 씻었다. 그리스도의 승리는 그가 모든 것을 아버지에게 바치기 위해(1고린 15:25-28) 영광으로 나타날 그날에 가서야 완전한 것이 될 것이다. 세상은 그 때까지 고통 속에서 자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한다(로마 8:19). 태어날 자녀란 성숙한 모상을 가진 새로운 인간이며 옛 세상을 대신할 새로운 세상이다(묵시 21:4). 이처럼 쇄신된 세상이 ‘새로운 하늘과 새로 운 땅’ (이사 65:17)이다.
그리스도 교인은 그리스도가 지상생활을 영위했을 때처럼, 세상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도(요한 15:19) 세상 안에서 생활해야 한다(요한 17:11).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는 뜻에서 세상과 이탈해야 하고 세상에 대해서 죽어야 한다(갈라 6:14). 세상의 재물은 형제적 사랑의 요구에 따라 타당하게 사용해야 한다(1요한 3:17). 한편 그리스도 교인은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 세상에 온 그리스도처럼, 진리의 증인이 되도록 세상에 파견되었으므로 생환의 증거와 말씀의 선포로 그 임무를 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