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의 피를 흘려 봉헌하는 제사, 이는 제사에 쓰이는 희생제물과 그 드리는 방법 면에서 제사를 구별하여 부르는 개념이다. 구약시대의 유혈제에는 짐승을 제물로 삼아 피흘려 봉헌하였는데 이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었다. 모세는 그 피를 제단과 백성들에게 각각 뿌리면서 “이것을 야훼께서 너희와 계약을 맺으시는 피다”(출애 24:8)라고 예절의 뜻을 설명하였다. 구약의 성조들 및 사제들은 야훼를 흠숭하는 뜻으로(흠숭제), 야훼께 받은 은혜를 감사하는 뜻으로(감사제) 제사를 드렸다. 한편 제사는 죄로써 능욕(凌辱)을 받으신 야훼께 바치는 죄인의 흠숭이고 감사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속죄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여기서 인류는 야훼의 엄한 심판을 미리 받는 뜻으로, 또 죄의 대가로서 있어야 하는 죄인의 피흘림을 막아 주기를 비는 뜻으로, 제물의 피를 흘려 바치는 속죄의 제사를 알게 되었다. 유혈제의 제헌의식은 제물을 희생시키는 것과 제물을 바치는 두 의식으로 분리할 수 있다. 이처럼 희생과 제헌을 구별할 때 제헌을 먼저 하느냐 아니면 희생을 먼저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희생될 제물의 제헌 혹은 희생된 제물의 제헌, 이렇게 두 가지를 나누어 말한다. 구약의 유혈제는 후자의 양식 즉 제물을 죽여서 그 피를 제단 위에 뿌림으로써 제헌하였다.
그러나 구약의 제사는 장차 올 신약의 제사 즉 예수 그리스도의 제사를 상징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최후만찬 때에(마태 26:26-29)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죽음으로써 희생될 제물을, 인류의 속죄를 위하여 피흘릴 제물을 사제로서 봉헌하는 ‘제헌의식’이며, 갈바리아산 위의 십자가상 죽음은 제물을 죽여 피흘리는 ‘희생의식’인 것이다. 이는 구약의 유혈제와는 달리 먼저 최후의 만찬에서 제헌의식이 뒤따랐으며 양자는 하나의 제사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스도는 또한 “이는 새로 맺는 계약이다” 하심으로써 시나이산의 옛 계약을 대치하였고 인류의 속죄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흘려질 피로써 맺어지는 새로운 계약은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이미 체결되었다. 그리고 “너희들은 이를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인하여 미사성제가 탄생하였다. 교회가 미사성제로써 제헌하는 그리스도는 주의 만찬 때 이미 제헌된 제물이며 십자가에서 피흘려 희생된 제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