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권 [한] 裁治權 [라] jurisdictio [영] jurisdiction

“그리스도의 몸을 건설하기 위하여”(에페 4:12) 교회를 다스리는 권한. 이는 그리스도가 목자의 비유로 교회에 주신 권한이다(요한 10:1-28, 21:15-17). 그러므로 재치권은 교도권(敎導權) 및 신품권(神品權)과 구별하여 협의의 사목권(司牧權)이라고도 불린다. 재치권은 교회 내의 입법, 행정, 사법을 포함하나 국가의 삼권분립 제도와는 달리 재치권자가 삼권을 모두 가지며 다만 그 행사의 편의상 기능의 분립이 인정되고 있을 뿐이다.

재치권이란 용어는 본시 로마법상 집정관(執政官)이 민사소송과 관련하여 가지는 관할권(管轄權)을 의미하였던 것인데, 그 뒤 용어의 의미가 확대되어 행정작용 일반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이런 의미로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 이 말을 교회법 용어로 도입하였다. 그러나 12∼13세기까지는 드물게 사용되었는데 당시 교회법학자들은 이 권한을 신품권과 구별하였으나 차츰 교정권(敎政權)을 뜻하는 말로 쓰이다가 19세기에 와서 신품권 및 교도권과 더불어 교정권을 구성하는 요소로 그 의미가 제한되었다. 재치권은 직무에 주어지는 상례적(常例的) 재치권과, 직무와 관계없이 개인이나 법인(法人)에게 주어지는 수임(受任) 재치권으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그 직무를 맡은 자가 당연히 가지는 권한이며 본인이 직접 행사하거나 대리인(代理人)을 통하여 행사한다. 후자는 법률이나 교회 장상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주어지는 권한으로 예컨대 특정의 파문을 해제하는 권한을 성청이 어느 사제에게 주는 경우와 같다. 재치권은 다시 그 행사부문에 따라 외면적인 것과 내면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혼인재결이나 공직임명의 경우와 같이 교회의 공공선(公共善)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신자들의 사회활동을 규율하는 것이다. 후자는 신자들의 영적생활을 보살피는 것으로 고해성사의 경우처럼 성사집행을 통하여 행사되기도 하고 성사와 관계없이 행사되기도 한다.

재치권의 주체는 성직자들이다. 역사상 평신도와 수녀원장에게 재치권이 주어진 적이 있으며 이는 오늘날도 교회법상 가능하나 흔하지 않다. 하느님이 설정하신 완전한 재치권은 교황직과 주교직이 이를 가지며 교회 내의 다른 직무가 지닌 재치권은 교회가 부여한 것이다. 재치권자는 자기 구역에 상주하는 자에게뿐 아니라 그 구역 안에 여행, 기타의 이유로 잠시 들어온 자에게 행사할 수 있으며, 재치권에 복종하는 자가 다른 구역에 가 있어도 그 자에게 행사할 수 있다. 한국 내에서 성무를 집행하는 사제들은 무슨 이유로 어느 교구에 가든지 그 곳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줄 수 있도록 한국 주교들이 합의하여 두었다(한국교회 공동 지도서 부록 4).

신품권이 축성을 통하여 서품자에게 주어지고 항구적인 권한인데 대하여, 상례적 재치권은 그 직무에서 물러나면 상실하고, 수임 재치권은 수임자가 위임의 목적을 달성하거나 위임자가 재치권의 위임을 취소하면 이를 잃는다. 즉 주교나 교황이 가지는 재치권은 취소될 수 없으나 그 직무에서 물러나면 이 또한 소멸된다. 그러나 주교단은 하나의 법인체로 항존하므로 이에 속하는 재치권은 결코 소멸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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