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明)나라 말기의 진사(進士)이며 석학(碩學)인 이지조(李之藻)가 서학서(西學書)를 모아 총서(叢書)로 1629년에 간행한 책.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가 중국에서 ≪천주실의≫(天主實義)를 출간한 이래, 반세기간에 걸쳐 예수회원들에 의해 한역서학서가 속속 간행되자, 자연 서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어 이에 이러한 학문적 열의에 부응하기 위해, 중요한 서학서들을 손쉽게 대할 수 있도록, 이미 출간된 서학서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총서화(叢書化)한 것이다. ≪천학초함≫은 이편(理篇)과 기편(器篇)의 두 편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편에는 종교, 윤리관계의 서적 10종이 들어 있고, 기편에는 과학, 기술관계 서적 10종이 들어 있어, 도합 20종의 52권을 수록한 방대한 양의 중요한 서학서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서적은 아래와 같다.
이편 : 알레니(Aleni, 艾儒略) 저(著) ≪서학범≫(西學凡) 1권, ≪직방외기≫(職方外紀) 5권,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 저 ≪천주실의≫(天主實義) 상하 2권, ≪변학유독≫(辨學遺牘) 1권, ≪기인십편≫(畸人十篇) 상 · 하 2권, ≪교우론≫(交友論) 1권, ≪이십오언≫(二十五言) 1권, 삼비아시(Francois Sambiasi, 畢方濟) 저 ≪영언여작≫(靈言蠡勺) 2권, 판토하(Pantoja, 龐迪我) 저 ≪칠극≫(七克) 7권, 이지조(李之藻) 저 ≪당경교비서후≫(唐景敎碑書後) 1권.
기편 : 우르시스(Sabbathin de Ursis, 熊三拔) 저 ≪태서수법≫(泰西水法) 6권, ≪간평의설≫(簡平儀說) 1권, ≪표도설≫(表度說) 1권,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 저 ≪혼개통헌도설≫(渾蓋通憲圖說) 상 · 하 2권, ≪동문산지≫(同文算指) 전편 2권, 후편 8권, ≪기하원본≫(幾何原本) 6권, ≪환용교의≫(圜容較義) 1권, ≪측량법의≫(測量法義) 1권, ≪구고의≫(勾股義) 1권, 디아스(Diaz, 陽瑪諾) 저 ≪천문략≫(天問略) 1권.
그런데 ≪천학초함≫은 언제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는지 그 확실한 연대를 기록한 문헌은 없으나, 황사영백서(黃嗣永帛書)에 의하면, 이가환(李家煥)의 집에 ≪천학초함≫ 중 ≪서학범≫과 ≪직방외기≫가 있었고, 이가환이 이벽(李檗)으로부터 ≪천학초함≫ 수종(數種)을 빌어다 보았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리고 황사영보다 앞서 유몽인(柳蒙寅), 이수광(李晬光), 이익(李瀷), 신후담(愼後聃) 등이 ≪천학초함≫ 중의 ≪천주실의≫, ≪교우론≫, ≪칠극≫, ≪영언여작≫, ≪직방외기≫ 등을 읽고 비평을 가한 사료 등으로 보아, ≪천학초함≫이 아니면 그 속에 수록된 책들이 개별적으로라도 1800년 전에 이미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던 것 같다.
[참고문헌] Pfister, Notices biographiques et bibliographiques, Chang-hai 1932 / 徐宗澤 編著, 明淸間耶蘇會士譯著提要, 中華書局, 臺灣, 19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