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신 1950년 3월 17일, 논산에서

 

제 5 신 1950년 3월 17일, 논산에서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친애하는 형제 자매들에게

 어저께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6일자의 편지와 고향 본당 주임 신부님이 5일자로 보내신 편지를 받았습니다. 여러분처럼 저도 울었어요. 여태껏 이렇게 울어 본 적이 없었어요. 어제 오후 5시쯤에 편지들을 받았을 때 즉시 심각한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였습니다. 그들을 돌려보내고 성당에 들어가, 주님 앞에서 어머니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이 편지는 불과 10일 만에, 참으로 기록적인 속도로 빨리 도착한 데 대해서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도 이 편지를 그와 같은 빠른 시일 내에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지신 하느님은 우리들에게 착하신 아버지, 나름대로의 성스러우신 분, 무척 용감하신 분, 새벽에 가장 먼저 일어나시고 아무일도 하지 않고는 못 견디시던 좋으신 아버지를 주셨었습니다. 저에게는 아버지를 평가할 능력도 권한도 없습니다. 저에게 남은 기억이라고는 다만 그분의 착한 행동 뿐입니다.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또 아버지에 대해서 느끼는 긍지는 아주 순수하고 맑은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전 생애를 통해서 우리들을 양육하고 교육시켜 주시기 위해서 애쓰신 분이십니다. 저의 언행으로 아버지의 마음을 가끔 아프게 해드린 것이 참으로 후회스럽습니다.

 아버님을 마지막으로 뵈었던 것은 작년 마지막 미사를 지내고 난 다음 헤댕병원에서 였습니다. 저를 포옹하시고 난 다음 저의 이마에다 십자를 그어 주시고서, “가서 좋은 일을 해 보아라.” 하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는 한 번도 뒤를 돌아다 보시지 않고 가셨어요. 우리의 이별은 틀림없이 그분께는 대단한 희생이었겠지요. 하지만, 저로 인해서 아버지께서 천국에서 한층 더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르셨다고 생각할 때, 저의 슬픔이 기쁨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주일날마다 영성체를 하신 아버지이신데, 이렇게 주님을 가까이 하신 것은 그분에게도 우리들에게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것입니까? 나무는 기울어진 쪽으로 쓰러지는 법입니다. 아버지는 당신을 창조해 주시고 구해 주신 하느님을 생각하시고 하느님을 위해서 일 하신 분이셨기에, 그분의 죽음은 의로운 사람의 죽음이었음을 확신합니다. 이제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와 함께 46년을 사시다가 혼자 남아 계시게 되었군요. 하느님이 아버지를 데려 가신 것은 어머님의 신앙심과 사랑을 더 아름답게 하시기 위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항상 이런 식으로 일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최후에 가서 우리 사랑의 유일한 참대상이 되시기 위해서, 그분은 우리가 세상에서 사랑해 온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 가십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지만, 참된 영성의 핵심은 바로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그렇게 하시는 것은 우리 인간들이 더 한 층 당신을 사랑하게 하시기 것은 우리 인간들이 더 한 층 당신을 사랑하게 하시기 위한 것입니다.

 실은 어머니께서는 한탄하실 이유도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머니께서 누리신 그런 행복을 누릴 수 있었겠는지요? 손가락을 꼽아 가며 세어 보실 만큼 많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46년 동안 두분이 함께 견디셔야 했던 괴로움과 어려움은 아버지께서 받으신 영광과 보상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 싸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영광을 얻을 권리도 없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마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있으며 여러분 모두를 위해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아버님 영혼의 안식을 위한 첫 번째 미사를 드렸습니다. 금요일 날이며 단식의 날이라서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많았습니다. 모두 함께 기도하였으며 연도를 바쳤습니다. 미사 동안에도 사도예절 때에도 아무리 참으려고 했지만 펑펑 울어 버렸습니다. 네! 슬프지만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내면적 어떤 기쁨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도 한 인간이기에, 나도 여러분들처럼 정(情)이 있는 인간이기에,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참 행복을 누리실 수 있는 대가 왔음을 생각 하기에, 아니 아버지께서 이미 그 행복을 얻으셨음을 확신하기에, 는 오히려 기쁨을 가졌습니다. 자! 아버지의 자녀들인 우리모두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갑시다. 자! 용기를 냅시다! 아버지를 본받아 마땅히 가야 할 길, 명예로운 길, 타인에게 유익한 길로 나아갑시다.

 아버지의 임종 이야기는 내게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세수를 하시고 나서, 일생을 통해서 그토록 사랑해 오신 우리 어머니의 품에 안겨 죽으시기 위해서 주방으로 내려 가신 것 말입니다. 혼인 생활이란 두 분이 함께 천국을 향해 가기 위해 서로 도와 주는 생활이라는 것과, 함께 간다는 것은 혼자 가는 것보다 더 수월하다는 사실은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생활을 통해서 더욱 확고하게 입증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 어머니의 편지를 한 자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베끼면서, 데레즈에게 긴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그 슬픔에도 불구하고 즉시 저에게 편지를 써 보내 주신 어머니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사랑스러운 어머니여, 물론 아버지께서 떠나셨지만 오늘 그분은 어제보다 더 멀리 계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멀리 계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가까이 계신다고 느껴집니다. 그분은 가까이 계셔서 나를 지켜 보고 계십니다. 그리고 하늘 높은 데서부터 나를 도와 주실 것입니다.

 아버지 장레식날에는 냉담자가 대단히 많은 공소에 가 있었습니다. 먼저번에 거기서는 호통을 치고 위협적인 말을 해야만 했었지만 이번에는 모든 일이 잘 되었어요. 아이들은 놀랄 정도로 교리를 잘 배우고 모든 대상자들은 고백성와 성체성사를 받았습니다. 바로 그 시간에 아버지의 장례가 이루어 졌겠군요. 아버지께서 돌아 가신 그 순간에 저는 본단 사제관에서 막 잠이 들려 하는 무렵이었습니다. 고향의 정오는 이곳의 저녁 9시이기 때문입니다.

 뽈의 아들인 삐에르 제의 탄생 소식은 나를 기쁘게 하였습니다.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어지신 하느님은 참으로 좋으신 분이십니다. 우리 집안에서 한 분을 데리고 가시면서 그 대신 즉시 다른 사람을 주셨으니 말입니다.

 큰 수고를 한 르네에게 감사드립니다.

 쟈크. 너는 어머니와 합의해서 온갖 문제들을 처리해야 하겠다. 네가 모든 일에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나는 의심없이 믿는다. 멀리 있는 나는 너에게 무슨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그런 큰 집에 홀로 게시는 것은 어머님께 벅찬 것이겠지만, 그렇지만 우리가 그렇게도 행복한 나날을 보낸 우리집을 누구에게 팔아 버린다는 것은 내 마음이 조금도 내키지 않는 일이다. 열심히 기도한 후에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여라. 나는 어디까지나 너를 믿는다.

 안느마리, 리제트, 마리 끌레르,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슬픔보다 너희들의 슬픔이 더 클 것 같다. 그것을 나는 이해한다. 그런데 고통을 받을 때에야 그 사람이 얼마나 숭고한 마음을 가졌는가 하는 것이 드러나는 법이요. 어려움을 이겨냄으로서 본받을 만한 훌륭한 사람이 되는 법이다.

 어제 오전에, 어머니의 편지를 받기 전에, 아버지의 임종을 전혀 짐작조차 못하고 있을 때 두 자녀를 가진 병든 어떤 남자가 나를 불렀습니다. 그 사람은 전에 굉장한 부자였고, 이곳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사치품인 자가용 자동차까지 소유했었을 정도였는데, 술도 많이 마시고 아편을 피우기도 해서 패가 망신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로 그의 어머니와 자녀들은 먹을 것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종부성사를 받기 전에 그 환자는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었고 나는 그를 하느님과 화해하게 하였습니다. 그 탕자의 자녀들은 제 아버지를 부끄럽게 행각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와 반대로 우리는 우리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평화를 누리면서 살아 나갑시다.

삐에르 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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