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신 (1948?) 9월 27일, 논산에서
사랑하는 누이에게,
지금은 저녁 9시이다. 너는 루르드에 가 있구나. 지금 나는 신학교 기숙사 방 안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다. 내 옆 방의 페루테 라가로 신부는 바스크 지방 출신인데 내일 아침 너처럼 배를 타기 이해 마르세이유항으로 떠난단다. 그 신부는 퐁디셰리(Pondichery)로 간다. 그래서 배 안에서 너에게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이 편지를 그에게 맡긴다.
데레사, 내 마음은 어쩐지 울적하구나. 너에 대한 나의 모든 애정과 사랑과 감탄을 이 편지에 담아 보낸다. 그리고 내가 갖지 못한 용기를 이 편지가 대신 너에게 좀 줄 수 있다면!
떠나거라, 네가 냉제쎄(Nungesser) 가(街)의 집을 나서며 말했듯이, 네가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는 너의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찬 마음을 안고 떠나라.
너의 모든 선행과 네가 주고 간 그 평화에 감사한다.
네게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수녀회는 이제 창설 단계와 교구의 지시를 받는 단계는 지났다는 생각이 점점 드는 구나. 이제는 전혀 다른 단계에 들어서서 보다 겸손하고 보다 어려움이 뒤따르리라는 생각이 점점 더 드는 구나.
모든 욕망을 벗어 던졌으니 너는 이제부터 너의 동반자가 될 일본 수녀님들에게 성성(聖性)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며 순명하고 명랑하며 순결하고 다정하며 청빈한 수녀의 본을 보여야 한다. 그리하여 일본 수녀들이 너의 본을 받아 훌륭한 수도자가 된다면 제가 보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을테니까. 오히려 그것이 네 소명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죄의식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구나. 사실 나는 아직도 수녀회의 초창기 단계에 너무 집착하고 있으니 그로 인해 많은 문제점도 발생하지.
나를 용서해다오. 나를 위해 기도 부탁한다. 부디 주님께서 너를 축복하시어 너를 통해 많은 영혼을 구하도록 기도드리마.
나의 애정과 또한 안나 마리아, 리제뜨, 마리 클레르 이 모든 이의 애정을 함께 모아 너에게 보낸다. 명랑함을 잃지 말고 즐거운 여행되기를 바란다.
피에르
*그 배에는 우리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의 페루테 신부와 비알레 신부가 있는데 두분 모두 인도로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