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때문에 슬픔이 밀려올 때(1)
1. 뒤는 금방 터질 것 같은데 화장실 표지판에는 50M라고
적혀있는 것을 봤을 때
2. 급히 뛰어 가고 있는 나를 붙잡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길을 물어보는 가냘프게 보이는 아가씨를 봤을 때
(마음 같아선 이 기회에 장가를 가고 싶은데)
3. 급히 뛰어 들어가 전투 자세를 취한 후 밖에서
여자목소리밖에 안 들릴 때
4. 밖에서 여자목소리밖에 안 들리고 휴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5. 휴지가 없다는 걸 깨닫고 옆 칸에서 신문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
(목소리라도 이럴 땐 가냘 펐으면…-_-;)
6. 옆 칸에서 신문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신문을
꼬깃꼬깃 구기는 소리가 들리고 무엇인가를 닦는 소리가
들릴 때
(모든 환상마저 무너지고 암담할 따름임, 헛기침소리로
위장전술을 펼쳤지만 들릴 건 다 들리더군요)
7. 한참 후에 옆 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나서 담배갑에
‘저 휴지좀…’ 라는 악필로 옆칸에 들이미는 내 모습을
발견 했을 때
8. 담배갑이 가고 난 후 신문 한 장이 되돌아왔을 때
9. ‘한장이면 되요’라는 옆 칸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을 때
10. 신문을 소리가 최대한 안 나게 꾸길 때
(생각 외로 팔의 힘이 많이 소모가 됨)
11. 인적이 없기를 기다리다가 칼루이스보다
더 빨리 달려 뛰쳐나와야 했을 때
12. 회사에 들어가 여자 상사에게 ‘늦잠 잤다’고
변명을 하면 온갖 욕을 다 들어야 할 때
13. 나보다 더 늦게 들어온 여직원이 ‘급해서..’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죄사함을 보았을 때
(혹시 내 옆 칸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