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믿음
예수님께서는 믿는 이들의 자세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며, 겸손한 종의 모습을 예로 드십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8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루카17,7-8)
주인은 종을 통해 편안함과 이익을 얻습니다. 종은 주인의 사람이고, 주인의 소유입니다. 그러므로 종이 자신의 일을 하고 교만하게 뽐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는 이유는 “종은 종처럼 일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시고자 함이 아닙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하느님의 종들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제자들은 복음을 전하고, 병자들을 치유하며, 마귀를 쫓아냈다고 해서 우쭐거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교만해서도 안 됩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무엇을 했다하여 그것을 자랑할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자랑스럽겠지만 그것보다는 “그저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하면 더욱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지, 내가 이정도 했으면 이정도 대우는 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종과 주인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주인의 권리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루카17,9) 그리고 겸손한 종의 자세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17,10)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원하시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자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명령을 온전히 수행했다 하여 특별한 보수를 바라거나 자신의 교만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주님의 말씀을 온전히 따른 후에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무엇을 할까요?”라고 다시 여쭐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께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전지전능하신 분께서 보잘 것 없는 내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셔서 보잘 것 없는 나에게도 당신 일을 맡겨 주십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을 기쁨으로 이행해야지 그것을 했다고 해서 무엇인가를 요구한다거나 자랑한다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자랑하려거든 예수님을 자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신앙인이라고 말하면서 신앙인답게 살지 못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구원 받았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그러므로 겸손한 신앙인의 자세를 키워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