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루카17,14)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들의 비참한 처지를 보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십니다.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루카17,14)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이제 내가 너희를 깨끗하게 치유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입니다. 나병환자들이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제들에게 가서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사제가 “이 사람 병이 다 나았습니다.”라고 선언해야만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루카17,14)는 말씀은 이제 치유되었으니 집으로 가도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 사제들에게로 갔습니다. 그들 중에는 “예수님! 손이라도 한 번 잡아 주세요. 안수라도 한 번 해 주세요. 그래야 저희가 믿지요!”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랐습니다. 가라 하시니까 간 것입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도 일꾼들은 예수님께서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고 말씀하시니 그대로 채웠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면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그대로 따르면 주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자신들의 몸이 깨끗하게 치유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놀랐을까요? 만일 내가 그들 중의 한명이었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께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루카17,16) 감사를 드렸습니다. 발 앞에 엎드린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바로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외에 누가 나병을 치유할 수 있겠습니까?
이 사마리아 사람은 나병을 치유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 뿐 이심을 알고 있었기에 하느님을 찬양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돌렸던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자신을 치유해 주셨기에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심을 알아보았던 것입니다. 발 앞에 엎드린 다는 것은 깊은 존경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하느님께 올리는 존경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이 사마리아 사람은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알아 뵌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 발 앞에 엎드린 사람은 유다인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있던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감사드릴 것은 당연히 감사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아홉은 하느님께서 당연히 자신들에게 자비를 베푸셔야 한다고 생각했고, 치유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치유 받은 나병환자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내가 받고 있는 사랑과 은총에 나는 과연 감사하고 있습니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더 많은 것을 청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런데 감사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면 주어진 것도 어느 순간 빼앗기게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