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의 감사기도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마태11,25)
안다는 사람들은 “예지의 소유자”라는 뜻입니다. 또 “똑똑한 사람들”은 “지혜와 재주가 뛰어난 사람, 어려움을 교묘하게 뚫고 나가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계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오만과 교만으로 소경이 되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들,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예수님을 바라보고,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과 그리스도이심을 알고 구원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는 것입니다.
① 스스로 지혜롭고 슬기롭다고 생각한 사람들
코라진과 벳사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지혜롭고 슬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수많은 기적을 체험했지만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불행을 선언하셨습니다.
티로와 시돈은 교만과 사치스러움을 대표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소돔과 고모라는 악한 도시로서 벌을 받아 사라져 버린 도시입니다. 만일 소돔과 고모라가 예수님의 기적을 보았더라면 틀림없이 회개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티로와 시돈은 자기 교만에 빠져 예수님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카파르나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카파르나움은 나름대로 율법을 가르치고 지키는 면에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목수의 아드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자 교만에 가득 찬 눈은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늘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다가 결국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기적을 통해서도 변화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② 감추어진 신비를 알아차린 사람들
철부지는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똑똑한 유다인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사물의 이치를 분별할 줄 아는 힘이나 능력”이 없고, 더 나아가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말하며 교만한 이들이 하는 말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배우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들었고, 예수님의 기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누구신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믿게 되었고, 그렇게 하느님 나라를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철부지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철부지 아니겠습니까? 하나밖에 모르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는 사람들이 철부지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말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변화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은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자기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결코 변화될 수 없습니다. 머리로만 받아들이고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삶은 변화되지 않습니다.
신앙은 마음이 주님께로 움직이는 것이고, 마음이 움직이니 몸까지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주님과 하나 되는 것입니다. 내가 저지르기 쉬운 죄 중의 하나가 바로 불신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어느 순간 교만에 가득 차서 하느님께 반항을 하게 되고, 그분을 믿고 따르기 보다는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하느님을 거부하게 되고, 더 나아가 하느님을 거부하고 있다는 그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게 됩니다. 내 눈 앞에 있는 공기를 보고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매 순간 숨을 쉬어야만 살 수 있는 내가 그렇게 숨을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내 눈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고, 감사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은 감추어진 신비가 아니라 내 눈앞에 있는 현실입니다. 감사하는 이에게는 감동이 넘치고, 청하는 이들에게는 기쁨이 넘치는 충만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