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랑을 기다리는 열 처녀의 비유
신앙인의 기본자세는 “깨어 있음”이고, 예수님께서는 슬기로운 처녀들과 어리석은 처녀들의 비유를 통해 깨어있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이 준비한 기름은 “혼인예복”과 같은 것으로서, 의로운 삶을 통해서만 준비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는 신앙인들은 의로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슬기로운 처녀들과 어리석은 처녀들의 모습을 통해 내 모습은 어떠한지를 깊이 생각해 봅시다.
① 예수님 시대의 혼인 잔치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마태25,1)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시 풍습을 바탕으로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서 가르쳐 주십니다.
1세기의 유다인 사이에는 혼인 잔치에 앞서 며칠간의 축하 기간이 있었습니다. 이 기간에 신랑은 젊은 친구들과 함께, 또 신부는 가까이 지내던 처녀들과 함께 저마다 집에서 축하를 했습니다. 결혼식이 있는 그 날에는 비로소 이 두 그룹이 대면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은 이러했습니다. 날이 저물면 신랑은 등불을 든 친구와 함께 신부의 집으로 신부를 맞으러가 자기 집으로 데려 오게 되어 있었습니다. 신부는 혼례의상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신랑이 맞으러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신랑이 오면 환영의 노래를 부르며 열을 지어 신부의 집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혼인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등장하는 처녀들은 길 한 가운데서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부는 함께 있지 않았었고, 신랑이 오자 신부의 집의 문이 닫히고 안에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이런 당시의 혼인 잔치를 전제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시기 위하여 혼인 잔치의 상황을 변형하십니다. 진짜 혼인잔치에서 등불이 꺼졌다고 잔치에서 쫓아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② 슬기로운 처녀와 어리석은 처녀
혼인잔치를 위해서 신랑을 기다리는 처녀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어서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다섯은 슬기로워서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열 명의 처녀들은 모두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랑을 기다렸다가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등불을 켜 들고 신랑을 기다린 것입니다.
공동점이 또 하나 있는데, 신랑을 기다리는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신랑이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처녀들은 모두 잠이 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차이가 있다면 여분의 기름을 준비한 것과 여분의 기름을 준비하지 않은 것입니다. 준비한 처녀들은 슬기로운 사람들이고, 준비하지 못한 처녀들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③ 신랑을 맞이하게 된 처녀들
그렇게 기다리다가 잠들어 버렸는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마태25,6)
신랑이 온다는 소리에 처녀들은 깨어났습니다. 기다리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소리에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고,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뻐하는 사람은 준비한 슬기로운 사람이고, 당황하는 사람은 준비하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놀라서 얼른 일어나보니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던 처녀들의 등불이 꺼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미련한 처녀들은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기름을 나눠 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마태25,8)
하지만 슬기로운 처녀들은 기름을 나누면 서로 부족할 것이니 가게에 가서 사서 쓰라고 말을 합니다.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마태25,9)
이 비유에서 슬기로운 처녀들이 안 된다고 한 이유는 욕심쟁이여서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비유 안에서 이 기름을 결코 나눠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나눠 줄 수 없는 것처럼. 내가 그동안 해온 기도생활과 선행과 자선행위와 복음전파 행위를 그가 한 것처럼 나눠 줄 없는 것처럼. 기름은 나눠 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슬기로운 처녀들을 향해서 비난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자기들만 기름을 준비하고 다른 동료들은 기름을 준비하지 못했는가? 기름을 준비했냐고 물어봤어야 되지 않는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하지만 기름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아마 신랑을 맞이하러 나갈 때 어른들이 말했을 것입니다. “기름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다섯은 귀담아 들었고, 다섯은 한귀로 흘려버렸을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내가 내 가족을 위해서 내가 대신 신앙생활을 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을 대신해서 주일미사에 참여할 수는 없고, 가족을 대신에서 성사생활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남이 해 줄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기름인 것입니다. 그 기름을 성실한 신앙생활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격려하며 만들어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