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5,34)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숱한 고생을 하면서 재산과 건강을 모두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가다 그분의 옷에 손을 대었습니다. 손만 대도 낳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마르5,28)
이 여인은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 하고, 자신을 위해 복을 빌어주거나 손을 얹어 주시기를 청하는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저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낳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믿음은 주님께서 나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데 있어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그 믿음을 그릇이라고 한다면, 주님께서는 그 그릇에 은총을 담아 주십니다. 구원을 담아 주십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믿음(그릇)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따라오는 군중들 중에서 믿음을 가지고 당신의 옷에 손을 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향해 돌아서시어 물으십니다.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마르5,30)
예수님께서는 손을 댄 사람을 꾸짖으시려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손을 댄 사람의 믿음을 칭찬하시려고 그를 찾으시는 것입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반문하였습니다. “보시다시피 군중이 스승님을 밀쳐 대는데, ‘누가 나에게 손을 대었느냐?’하고 물으십니까?”(마5,31) 제자들은 예수님을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함께 하고 있지만 어떤 분이신지를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으신 분이심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에 “누구시죠? 우리 스승님의 옷에 손을 대신 분!”라고 찾지 않고, “보시다시피 군중이 스승님을 밀쳐 대는데, ‘누가 나에게 손을 대었느냐?’하고 물으십니까?”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탓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스런 눈빛으로 당신의 옷에 손을 댄 사람을 찾으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방을 살피시는데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찾으시는 그 여인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요?
예수님의 시선과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엄청난 일을 알았고, 기뻐했고, 가슴 두근거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 기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고, 감히 예수님의 옷자락에 허락도 받지 않고 손을 댄 자신의 행동이 무례했음에 대해 죄송스러워 했을 것입니다. 그녀는 두려워 떨며 예수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다 아뢰었습니다.(마르5,33) 그리고 자신이 치유 받은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말씀하십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5,34ㄱ)
얼마나 사랑스럽고 따뜻한 말씀입니까? 예수님께서는 믿음을 가지고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댄 그녀의 믿음을 기쁘게 받아 주셨습니다. 믿음을 가지고 청하는 모든 이를 예수님께서는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믿음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구원을 베푸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마르5,34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나를 구원할 수 있는 믿음은 어떤 것일까요? 어떻게 해야 내 믿음이 주님 마음에 들고, 주님께서 내 믿음을 보시고 나에게 자비를 베푸실까요?
첫째, 오로지 주님만을 바라보는 믿음입니다. 이 여인 눈에는 주님 밖에는 안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 또한 내 눈에 오로지 주님만을 바라본다면 주님께서 이 여인을 바라보시듯 그렇게 나를 바라보시지 않겠습니까?
둘째, 주님께서 구원자이심을 알아 뵙는 것입니다. 이 여인은 주님께서 자신을 치유하실 수 있는 분임을 알고 있었기에 주님께로 나아갔던 것입니다. 주님께서 구원자이심을 알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알게 된다면 더욱 굳은 믿음을 가지고 주님께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주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그리스도이심을 알고, 오로지 주님만을 바라보고,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로 다가갈 때, “사랑하는 내 아들아! 사랑하는 내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라는 말씀을 듣게 될 것입니다. 또한 미사 후에 강복을 받고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말씀도 이 말씀의 연장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서 기쁘게 살아가려고 노력해 봅시다. 주님의 크신 사랑을 알아차립시다.
믿음을 가지고 주님께로 나아가는 이들은 행복합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굳은 믿음을 가지고 주님께로 나아오기를 바라십니다. 주님만을 바라보며 주님께로 나아갑시다. 이 여인을 본받으며 우리 함께 주님께로 나아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