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창세기 1,1-2,4의 말씀은 하느님의 “휴식”을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휴식은 세상이 창조된 과정을 과학적으로 진술하려는 데 그 의도가 있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휴식은 이스라엘이 종살이를 벗어나 주님의 휴식을 함께 맛보게 되었음을 경축하는 것입니다.
“엿새 동안 일하면서 네 할 일을 다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의 하느님을 위한 안식일이다. 그날 너의 아들과 딸, 너의 남종과 여종, 너의 소와 나귀, 그리고 너의 모든 집짐승과 네 동네에 사는 이방인은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여 너의 남종과 여종도 너와 똑같이 쉬게 해야 한다. 너는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를 하였고, 주 너의 하느님이 강한 손과 뻗은 팔로 너를 그곳에서 이끌어 내었음을 기억하여라. 그 때문에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안식일을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이다.(신명기5,13-15)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존엄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주님의 말씀을 지킴으로써 존엄성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하느님 백성의 존엄성을 찾는 행위인 것입니다.
인간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일에만 집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노예”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주님 안에서 쉬는 순간, 나는 하느님의 귀한 자녀로서 존엄성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풍요로움이 주어져서가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하느님의 자녀들이라면 엿새 동안은 일하고, 이렛날에는 쉬어야 합니다. 쉴 시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어야 한다는 것을 꼭 실천해야 합니다.
안식일에 하느님께서 하신 세 가지 행동은 쉬시고, 축복하시고, 거룩한 날로 삼으신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안식일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이는 인간이 원죄로 말미암아 깨뜨린 하느님과의 조화를 하느님께서 당신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다시 회복시키신 날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주일을 어떻게 보내고 있습니까?
어떤 때는 대부분 주일을 미사참례하고 남은 시간은 평소에 못했던 것을 보충한다거나, 다음 한 주간을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한 휴식이나 기분전환 내지 스트레스 해소의 날로 생각해 왔습니다. 즉 평일의 연장이나 보충, 혹은 평일을 위하여 존재하는 날로 주일을 생각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주일(안식일)은 주간의 수단이 아니고 주간의 목적입니다. 이 날을 성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시간 속에서 영원을 준비하는 방법임과 동시에 우리의 삶에 창조의 질서와 하느님의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주일을 거룩히 지내며 주님 안에서 쉬는 내가 되어 봅시다. 잠시 멈추고 주님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봅시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만드는 방법을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주님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우리가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