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아로 자진 출두한 박취득 라우렌시오
1797년 홍주 고을에 다시 박해가 일어나자 노렌죠에게도 곧 체포령이 내렸습니다. 그는 겸손하여 자기 힘을 믿지 않았으므로 처음에는 숨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아버지 대신 잡혀가자 그는 이제 자수하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닫고 8월 19일 자진하여 관아로 갔습니다.
관장은 노렌죠가 스스로 출두하여 관청에 이르자, 우선 그가 도망했던 일을 꾸짖고는 너는 어찌하여 국왕과 관장들이 금하는 나쁜 도를 따르느냐?고 트집을 잡아 따져 물었습니다(힐문). 이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나쁜 도리를 따르지 않고, 다만 만물을 창조하신 천주를 숭배하라고 가르치는 참다운 종교의 몇 가지 계명을 지킬 뿐입니다. 저는 그 천주를 공경하고, 다음에는 임금님과 관장들과 제 부모와 다른 어른들을 공경하며, 제 친구들과 은인들과 형제를,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을 사랑합니다.
너는 부모와 형제가 있느냐? 네가 사는 동네에서는 모두가 천주교를 믿는 다는 말이 있으니, 모든 것을 바른대로 고하라 저는 모친만을 모시고 있을 뿐 아우는 없습니다. 동네에서는 저만이 천주교를 믿습니다. 이렇게 노렌죠가 대답하자, 관장은 화가 나서 너는 네 부모와 국왕과 관장들을 무시하고 남들의 아내를 범하고 재산을 쓸 데 없이 낭비하며,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지 않는데, 어째서 그렇게 모든 인륜을 어기느냐?고 말한 후 포졸들을 돌아보며 고문을 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이에 그는 비굴하거나 마음을 굽힘이 없이, 천주의 말씀 중 제4계는 부모와 어른과 임금님과 관장을 공경하고 형제와 이웃을 사랑하라고 우리에게 명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인륜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는 우리가 드리는 것을 잡수러 오지 못하시므로 그분들에게 음식을 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참된 도리는 헛된 일을 물리치고 실제적인 것에만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들은 모든 규칙과 예의를 갖추어 죽은 이들을 장사지냅니다.
제6계에서는 일체의 외설(猥褻)을 금하고, 제9계에서는 남의 아내를 원하는 것조차 금합니다. 얼마 안 되는 저의 재산을 쓰는 것은 헐벗고 곤궁한 저치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아니, 그것은 재산을 쓸 데 없이 낭비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천주의 「十誡」와 참다운 종교의 실천을 설명하였습니다. 관장은 그에게 칼을 씌우도록 하고 다시 공범자들을 대라고 위협하였으나, 그는 순교의 의지를 나타낼 뿐 조금도 나약함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장은 노렌죠에게 칼을 씌우라고 명하면서 말하였습니다. “누구에게서 배웠으며, 네 책은 누가 베꼈고, 네 공범자들은 누구냐?” 노렌죠는 살아있는 신자가 아니라 죽은 신자의 이름을 댄다. “서울에 살던 지홍(사바)에게서 배웠는데, 그이는 천주교 때문에 참수당하였습니다. 책도 그이에게서 온 것이니 저도 죽어 마땅합니다.” “혹시 너도 지홍처럼 죽기를 원하느냐? 도대체 죽은 것이 무엇이 그렇게도 좋단 말이냐?” “천주께서는 제게 은혜를 한없이 베풀어 주셨는데 제 죄는 무수하니,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네가 무슨 죄를 범했느냐?”“저는 십계를 완전하게 지키지를 못했습니다.” 그러자 관장은 그를 도로 옥으로 데려가라고 명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