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혹한 고문을 이겨내는 박취득 라우렌시오
옥리들은 그에게서 돈을 좀 뜯어내려고 그의 두 발에 쇠고랑을 채우고 갖은 학대를 가하였지만, 그는 정의를 위하여 죽을 각오는 되어 있으나 돈을 줄 마음은 없다고 분명히 대답하였습니다.
“정의를 위하여 죽을 각오는 되어 있으나, 만약에 돈을 줄 마음이 있었다면 옥에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오.”
그러자 형리들은 노렌죠를 더욱 가혹하게 대하였습니다.
두 번째 심문 때 관장은 그를 형틀에 올려놓고 때리며, 집게로 살을 집어 뜯게 하였습니다. 아직도 부모와 국왕과 관장들을 무시하겠다고 고집하겠느냐? 책과 십자가와 그림들을 불사르라. 그 물건은 모두가 고약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노렌죠는 절대로 그것들을 불사를 수 없다고 대답한 후,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수난, 그의 부활과 승천, 그리고 재림에 대하여 몇 마디 덧붙였습니다. 그로 인하여 그는 매를 여러 대 맞고 다시 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옥에 갇혀 있는 것이 석 달이 되었을 때, 여러 교우들이 그를 보러 와서 옥사장이에게 돈을 주고 옥 안에서는 칼을 벗기게 하였습니다.
셋째 번 심문 이후에는 모두 죽인다는 위협으로 심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관장은 그에게 너는 조선의 백성인데 어찌하여 우리의 모든 성현이 일찍이 하지 않는 일을 고집하느냐? 국법을 어기는 데서 무슨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노렌죠는 임금님은 육체의 주인이 될 수 있으나, 천주만이 영혼의 주인이십니다. 그분은 죽은 후의 상과 벌을 정해 놓으셨으며 아무도 그것을 면하지는 못합니다. 인생이란 사라져 버리는 이슬과 같은 것이고, 죽음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하여 영혼과 죽음에 대한 합당한 이치를 설명하였습니다.
일곱 달 후에 신관이 부임하자 넷째 번 공식 심문이 있었는데, 이 관장도 그에게 배교하여 목숨을 구하라고 강요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렌죠는 여전히 죽음은 이 세상의 모든 불행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니, 살기를 원하고 죽음을 무서워하는 것은 모든 이에게 공통된 감정입니다. 그러나 천주는 사람들의 첫째 아버지시고 만물의 최고 주재자이시니 저는 죽을지라도 그분을 배반치 못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신임 관장은 어쩔 수 없는 놈이라고 말하고는 혹독히 매질을 시킨 후 해미 진영으로 이송하였습니다.
해미 진영에서도 노렌죠는 마찬가지 질문을 받았으며 똑같은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가해지는 고문을 인내심으로 견뎌내었습니다. 처음 신문에서는 곤장 열다섯 대만을 맞고 옥에 갇혔습니다. 다른 심문에서 노렌죠는 천당과 지옥에 관한 천주교 교리를 더 힘 있게 설명하여, 사또께서는 오늘 당장 저를 죽이려 하시고 또 우리 종교를 헛된 미신으로 여기시니, 저는 잠자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끝나 모든 나라가 없어진 다음에는 양반과 서민, 임금과 백성의 구별이 없이 모든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오신 천주 성자 앞에 모일 것이고, 그분은 과거와 당시의 사람들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착한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성인들과 함께 천당에 올라가서 이 세상의 모든 영광과 즐거움보다 말할 수 없이 더 큰 행복을 누릴 것이고 악한 사람들은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속에서 이 세상의 괴로움보다 말할 수 없이 더 심한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한 후에 순교하기를 원하였습니다. 관장은 그의 말을 듣고는 치도곤(治盜棍)으로 죽이겠다고 하며 20대를 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심문에서도 다리에 심한 혹형을 가한 후 옥에 집어넣도록 하였습니다. 치도곤은 조선 시대에, 죄인의 볼기를 치는 데 쓰던 곤장으로 길이는 약 173cm, 너비는 약 16cm, 두께는 약 3cm였습니다. 웬만한 사람은 치도곤 한 대면 까무러칠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고통스러운 형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얼마 후 해미 관장에게서 명령을 내려 달라는 청을 받은 감사는 서양 사람들의 도는 악하고 흉측하다. 그러니 그것을 신봉하는 그의 다리를 치되, 열네 번을 때려도 항복하지 않거든 죽여 버리도록 하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진영에서는 이 명령에 따라 모든 형구를 갖추어 놓은 가운데 노렌죠에게 이 관문(關文)을 읽어준 다음 관장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는 모친이 보고 싶지도 않으냐? 죽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좋단 말이냐?제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은 형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죽을지라도 배교는 할 수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는 이제 더 아뢸 말씀이 없습니다.
여섯 번째 신문 때에 관장은 외쳤습니다. “이 악한 도리를 쫓는 저 흉악한 놈들 때문에 나라 안에 기근과 가뭄이 심하여 온 백성이 죽게 되었다. 너희들이 모여서 종교 행사를 하는 곳을 대고 천주교인들의 두목을 대라. 그놈들이 산중에 모여 있다는데 모든 것을 실토하라.” “저희들은 두목이 없으며, 교우들이 산중에 있는지 저는 모르는 사실입니다. 사또께서 그것을 아시면 왜 물어보십니까?”
그러나 다른 천주교인들은 국왕께 순종하지 않았느냐?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들의 행실을 조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천주를 위하여 죽을 따름입니다.관장은 이 말이 끝나자 그에게 무서운 고문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이후 여러 달 동안 그는 며칠에 한 번씩 심문을 당하였습니다. 포졸들의 잔인성은 그에게 고통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때때로 상처 입은 몸을 진흙 속에 버려두고 밤새껏 추위를 겪게 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