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한민족의 전통적인 가족제도에서 한 가족의 가장 중심 되는 인물은 바로 아버지입니다. 남성 우위의 부계친족제사회에서 가정의 우두머리인 가장(家長)은 부인에게는 남편이요, 자녀들에게는 바로 아버지입니다.
가계(家系)의 존속을 강조하는 한민족의 가족제도에서 가족의 우두머리인 가장은 시조에서부터 수많은 세대의 조상들을 거쳐서 대대로 이어져온 가계를 물려받은 사람이고, 또한 이 가계를 단절 없이 후세에게 이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어느 가족에게서나 아버지는 먼 과거에서 시작되어 미래로 연결되는 가계의 연결고리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계계승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자녀를 가계의 대를 물려줄 만한 인물로 키우는 것이 바로 아버지에게 달렸다고 할 정도로 아버지의 임무는 막중한 것입니다.
아버지가 가족의 중심적인 인물이기에 전통사회에서는 친족호칭에 있어서도 아버지를 지칭하는 용어가 극히 다양하여, 이 많은 용어들 중 맥락에 따라서 얼마나 적절히 잘 구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 개인의 학식과 품위를 가늠하는 한 중요한 지표로 간주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버지를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부를 때에 사용하는 직접호칭은 ‘아빠’·‘아버지’ 그리고 ‘아버님’ 등 세 가지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간접적으로 지칭하는 관계지시호칭은 다양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말할 때는 “애비 왔느냐?”와 같이 말할 수 있지만 자녀가 부모에게 말씀드릴 때는 “아버님 오셨습니까?”와 같이 존칭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아버지를 이야기 할 때는 생존하실 때는 “가친”으로, 돌아가셨을 때는 “선친”으로 호칭합니다. 그리고 타인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여서 생존할 때에는 ‘춘부장’으로 지칭되지만, 사거한 사람이라면 ‘선고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아버지는 섬김의 대상입니다. 자녀의 입장에서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님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은혜”를 입은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민족의 전통사회에서 부모를 섬긴다는 것은 단지 부모를 모시고 산다거나,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거나 편안하게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의 모든 행위 일체가 이 효도와 관련하여 설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녀의 어떤 행동이 효도하는 행동일까요?
첫째, 부모를 존경하고
둘째, 부모를 잘 봉양하고
셋째,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일이며
넷째, 부모의 뜻을 받드는 일입니다.
이런 것은 모두 부모에 대한 자식 된 도리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를 다하기 위해서는 자식은 일상생활에서 항상 부모를 섬기는 일과 관련지어서 행동하고 생각할 것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부모가 죽은 뒤까지도 연장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바로 자녀들에게 있어서 아버지의 위치를 규정짓고, 아버지의 권위를 뒷받침 해 주는 내용들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계존속”을 위하여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아버지의 권위는 가정생활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기여하였고, 화합과 통합의 구심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러한 가계를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맡았기에 자녀들에게는 엄격한 훈육 담당자로서의 역할을 하였기에 한민족의 전통적인 가족의식에서 ‘엄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우리의 가족제도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 속담에 “그 아버지를 알고 싶거든 먼저 그 아들을 보라.”든가, “그 아버지가 그 아들을 길러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는 변함이 없지만 그 아버지의 권위가 지금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늘의 나의 모습은 어제 내가 선택한 행위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우리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자리는 어떠한지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깊이 있게 고민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