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하느님의 계획

2.4. 하느님의 계획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보고 계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픔을 간직하고 아카바로 도망쳐 온 모세를 지켜주셨고, 은총으로 치유하시며 성장시키고 성숙시켰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은총을 주셨습니다. 만일 도망자로서의 자신의 모습과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자신의 처지만을 바라보았다면 절망 속에서 포기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르우엘을 통해서 모세가 미디안 땅에 정착하도록 이끌어 주셨고, 치포라를 통해 위로받도록 배려하셨습니다.

이제 모세는 미디안 땅에서 자신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섭리대로 출애굽의 영도자로서의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르우엘과의 만남

모세는 파라오를 피하여 시나이반도의 아카바만까지 도망을 쳤습니다. 그렇게 도망치다가 어떤 우물가에서 운명의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미디안의 사제에게는 딸이 일곱 있었는데 그녀들이 우물에 와서 자신들의 양떼에게 물을 먹이려 하였습니다. 그때 목자들이 와서 그녀들을 쫓아냈습니다. 이런 불의한 상황을 바라본 모세는 목자들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힘없는 처녀들을 도와주었고, 그녀들의 양떼에게 물을 먹여 주었습니다. 딸들이 집에 평소보다 일찍 돌아오자 아버지는 그 이유를 물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르우엘은 딸들에게 모세를 불러오게 하였습니다.

 

그가 어디 있느냐? 어째서 그 사람을 내버려 두었느냐? 그를 불러다 음식을 대접하여라.”(탈출2,20)

 

인연은 지금 이 순간 헤어졌다 하여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시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모세와의 인연도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다시 만나게 되어 있었습니다. 르우엘의 딸들은 모세에게 감사했지만 모세에게 감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녀들의 마음을 알고 계신 하느님께서는 르우엘의 마음을 움직이시어 모세를 불러다 음식을 대접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르우엘은 잘 생기고 건장한 모세를 보자 그를 붙들었습니다. 르우엘은 아들이 없었으니 모세가 자신들과 함께 머물러 주기만 한다면 모세로부터 많은 도움과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실 모세도 특별히 갈 곳이 없었고, 선택의 폭이 넓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 또한 하느님의 계획입니다. 모세는 르우엘의 청을 받아들여 함께 살기로 하였습니다. 르우엘은 자기 딸 치포라를 모세에게 아내로 주었습니다.

 

모세가 르우엘을 만나고, 치포라를 아내로 얻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모세를 안전한 곳에 보호하시면서 출애굽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세의 장인 르우엘은 미디안의 사제였습니다. 이제 모세는 어머니로부터 배운 신앙을 미디안의 사제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심화시키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모세를 이끌고 계십니다. 모세는 지금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내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내 삶은 그 누구보다도 힘들고 지쳐 있지만, 지금 이 순간도 하느님께서는 나와 함께 하시며 나를 이끌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자녀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을 우연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하느님의 이끄심과 하느님의 은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주님과 함께 주도적으로 살아갈 때, 힘들고 지치더라도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치포라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모세

모세는 르우엘의 딸 치포라를 아내로 맞이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도망자인 모세를 치포라가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모세는 장남이 태어났을 때, “내가 낯선 땅에서 이방인이 되었구나.” 하면서 아들의 이름을 게르솜(이방인)이라고 지었습니다. 게르솜(이방인)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모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지금 모세는 미디안 땅에서 아내를 얻고 그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아직 자기 자신은 이 부족에 속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에는 하느님의 도우심 없이는 결코 동족들을 구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엘리에제르(하느님은 구원이시다)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모세는 장인의 양을 치고 있지만 동족들의 불행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동족들의 배신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둘째 아들이 태어나면서 모세는 이제 동족을 노예살이에서 구하려는 생각은 접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생각은 다릅니다. 모세는 못하지만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족들의 구원을 생각하는 것을 통해 모세가 동족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치유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그렇게 치유해 주셨던 것입니다.

 

모세의 변화

미디안족과 긴 시간을 사는 동안 모세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모세가 미디안 땅에 살면서 이집트의 종교와 관습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났고, 장인인 미디안의 사제를 통해서 하느님을 알게 되고, 신앙이 심화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홀로 고독하게 머물며 이집트에서 배운 모든 학문들을 심화시키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느님 백성의 규정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모세는 동족으로부터 받은 배반의 상처에서 벗어났습니다. 모세는 상처의 치유를 통해서 동족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동족들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모세가 양들을 치며 돌아다니는 아카바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향하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모세는 양을 치면서 이 지역을 거의 완벽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모세는 출애굽의 영도자로서 완벽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영웅을 만드시어 당신 구원 역사를 펼치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불완전한 인간의 모든 것들을 통해서도 당신의 완전한 구원 역사를 펼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시련을 주시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인간의 모든 선택을 존중해 주시고, 그 시련 속에서도 함께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함께 하시며, 모세를 출애굽의 지도자로 성장시키고 성숙시키셨습니다.

나눔 4: 이집트 왕자에서 미디안 땅의 목동으로 신분이 변한 모세, 그 낯선 땅에서 양을 치며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모세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무엇이었을까요?

 

하느님 백성은 자존감이 높아야 합니다. 자존감이 높아야 시련 속에서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께 의탁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하느님의 일을 하는 이들은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며 하느님께 매달려야 합니다. 그래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포기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머물며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모세에게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누구에게나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독 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그 고독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래야 그 상처가 치유가 됩니다. 모세처럼 나 또한 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모세는 고독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상처를 치유했습니다. 완전한 치유는 하느님께서 해 주시는 것입니다. 나 또한 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매달려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모세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셨고, 치유해 주셨듯이, 나에게도 그렇게 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 나를 온전히 보여드리며 의탁할 때, 하느님께서는 나의 모든 아픔을 치유해 주실 것입니다.

 

아카바의 양치기

뜨거운 태양 아래 뻘겋게 불타고 있는 바위와 모래로 뒤덮인 끝없는 광야,

끊임없는 양들의 울음소리와 딸랑거리는 방울소리.

신기루이기를 바라고 또 바랬지만

텁수룩한 내 모습과 손에 들려있는 지팡이는

내가 누구인지를 늘 확인시켜 주고 있다네.

내가 해야 할 일은 풀을 찾아 양들을 이끌고,

물을 찾아 양들에게 먹이며,

사나운 짐승들로부터 내 양들을 지켜 내는 것.

그것 뿐.

양들이 가면 나도 가고, 내가 가면 양들이 따라오고…,

 

넘쳐나던 나일강의 풍요로움은 잊은지 오래되었고,

신전축제를 지내며 즐거워하던 기억도 사라져 버렸다네.

해가 지면 내려앉는 저 어둠은

얄밉게도 가슴깊이 내려앉은 생각들을 떠오르게 하고,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은 옛 생각의 조각들을 비추어 나를 괴롭히네.

하늘 향해 쏘아 올려 그 넝쿨들을 태워 버리고 싶어도

하늘의 별들은 더욱 선명하게 그 조각들을 비추고 있네.

 

후회한들 무엇하리오.

기억한들 무엇하리오.

낯선 땅에 이방인이 되어 게르솜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나이거늘.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저 양치기일 뿐이거늘.

생각을 접고 잠을 청하려 달빛과 별빛을 피해 천막 안으로 들어오면

차가운 모래 바람은 밤새도록 천막을 두드리며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아침이 되면 천막 앞에 모래를 한가득 쌓아놓고 말없이 사라지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가련한 양치기는

쌓인 모래 훌훌 털어 버리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려 하는데,

양들은 다가와 말을 건네며 어서 네 일을 하라재촉을 하네.

아카바의 양치기인 나에게…,

 

하느님께서는 어떤 사람을 부르셔서 당신의 일을 맡기실 때, 그가 단순히 생각만 바뀌어서 그 일을 하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그가 온 마음이 바뀌어서 하느님의 도구로써 그 일을 하기를 바라십니다. 생각과 말과 행위가 온전히 바뀌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고통도 허락하시고, 기쁨도 허락하십니다. 또한 인간은 성장과 성숙을 위해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모세는 모르고 있었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시간에 은총을 담아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때가 되면 당신 백성의 구원을 위해 모세를 부르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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