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셋째, 넷째 재앙: 모기 소동과 등에 소동(탈출8,12-28)
재앙이 멈추면 파라오는 다시 마음이 완고해졌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였다.”는 말씀이 반복됩니다.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겸손해지면 완고한 마음을 바꿀 수 있고, 백성을 사랑하면 자신을 완고함을 내려놓고 백성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불행하게도 파라오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파라오는 계속해서 재앙을 끌어들였습니다. 이집트를 사랑하고, 파라오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분명 파라오는 마음을 돌렸을 것입니다. 파라오가 마음을 돌릴 때까지 말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이 파라오 곁에는 없었습니다. 파라오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하느님께서는 땅의 먼지를 모기로 변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아론에게, 지팡이를 뻗어 땅의 먼지를 쳐서, 그것을 이집트 온 땅에서 모기로 변하게 하라고 말하여라.”(탈출8,12)
주님의 명에 따라 모세는 아론에게 지팡이를 뻗어 땅의 먼지를 내려치게 하였습니다. 아론이 땅의 먼지를 내려치자 먼지들은 모기떼가 되어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마구 달려들었습니다. 이집트 온 나라에서 땅의 먼지가 모기로 변하였습니다. 그러나 파라오는 이번에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모기들은 계속해서 사람들과 짐승들에게 달려들었지만 파라오는 그 모기를 없앨 생각은 하지 않고 요술사들로 하여금 마술로 먼지를 모기로 만들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파라오는 백성들의 고통보다는 자신의 체면과 고집과 눈앞에 있는 이익만을 먼저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요술사들은 먼지를 모기로 만들 수 없었고, 흉내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그들은 파라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손가락이 하신 일입니다.”(탈출8,15)
그러나 파라오는 요술사들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였습니다. 처음부터 요술사들은 알아차려야 했습니다. 파라오의 마음을 더욱 완고하게 만든 것은 사실 요술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교만을 부렸기에 파라오가 더욱 완고해졌던 것입니다. 파라오가 마음을 돌리지 않자, 하느님께서는 넷째 재앙으로 등에 떼를 보내십니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아침 일찍 일어나 파라오 앞에 나아가 주님의 말씀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나의 백성을 내보내어 나를 예배하게 하여라. 네가 나의 백성을 내보내지 않으면, 내가 너와 네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또 너의 궁궐로 등에 떼를 보내겠다. 그러면 이집트인들의 집과 그들이 사는 땅이 등에로 가득할 것이다.”(탈출8,16-17)
하느님께서는 이것이 자연적인 발생이 아님을 알려 주시기 위해 구분을 해 주십니다.
“그 날에 나는 내 백성이 사는 고센 땅만은 따로 구분하여, 그곳에는 등에가 없게 하겠다. 이는 나 주님이 이 땅에 있음을 네가 알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나의 백성과 너의 백성 사이에 구별을 둘 터인데, 그 표징이 내일 일어날 것이다.”(탈출8,18-19)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시켜 이집트인들의 집과 그들이 사는 땅이 등에로 가득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살고 있던 고센 땅만은 따로 구분하여, 그곳에는 등에가 없게 하셨습니다.
“등에”에 물리면 엄청 부어오르는데, “등에 떼”를 만났다고 한다면 마치 지옥의 한 장면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엄청난 “등에 떼”가 파라오의 궁궐과 그 신하들의 집으로 날아들자 이집트 온 나라의 땅이 등에 때문에 폐허가 되었습니다. 다급해진 파라오는 모세와 아론을 불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가거라. 그러나 이 땅 안에서 너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려라.”(탈출8,21)
파라오는 협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만일 그가 협상을 어느 정도 이해하였다면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 청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했다면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파라오의 청을 들어주셨을 것입니다. 협상은 서로가 진실하게 마주해야 하는데 파라오에게는 진실이 없었습니다. 협상은 서로가 좋은 것을 얻어야 하는데, 파라오는 아직도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라오는 아직도 이집트 안에서 제사를 드려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삼은 것입니다. 물론 이 약속도 지키지 않을 것입니다.
파라오가 “이 땅 안에서” 제사를 드리는 것을 허락하였지만 모세는 파라오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이제 모세는 파라오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세는 이집트인의 종교습성을 상기시키며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희가 주 저희 하느님께 바치는 제물을 이집트인들이 역겨워하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인들이 역겨워하는 것을 그들이 보는 앞에서 저희가 제물로 바치면, 그들이 저희에게 돌을 던지지 않겠습니까? 주 저희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희는 광야로 사흘 길을 걸어가 그분께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탈출8,22-23)
그 당시 이집트인들은 가축의 형상을 지닌 여러 신들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태양신 “아몬 라”는 매의 머리나 숫양의 머리를 가진 반인반수의 동물 형상이었고, 천공의 여신 누트는 암소의 모습이고, 오시리스의 아들인 호루스는 매의 머리를 가진 모습이었습니다. 물의 신 세백은 악어의 머리를 가졌고, 아멘신은 양의 모습으로, 크눔신은 숫양의 머리로, 사랑의 여신 하토르는 암소의 모습이나 사자의 모습으로, 아피스는 이마에 하얀 삼각형 문양을 한 완전한 검은색의 황소로 섬겼습니다. 이렇게 이집트에서는 숫양, 숫염소, 소 등이 신과 관련된 거룩한 짐승으로 여겨졌으니, 이집트인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동물들을 제물로 삼을 수가 없다고 핑계를 댄 것입니다. 모세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하면서 이집트인들이 보지 못하도록 히브리인들이 광야로 사흘 길을 걸어간 다음에 야훼 하느님께 제사를 드려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였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완전히 떠나려는 것입니다.
그러자 파라오는 “그렇다면 내가 너희를 내보낼 터이니, 광야에서 주 너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려라. 다만 너무 멀리 가서는 안 된다. 나를 위하여 기도해 다오.”(탈출8,24)하며 허락하였습니다. 파라오는 백성들의 고통을 생각해서 허락한 것이 아닙니다. 파라오는 자신과 가족이 “모기와 등에 떼”에 고통을 당하자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척한 것입니다. 사실 파라오가 원하는 것은 모기와 등에의 시달림으로부터 자기 자신이 해방되는 것뿐이었습니다. 모세는 파라오가 제사를 드리기 위해 광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자 파라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보십시오, 이제 제가 임금님에게서 물러가 주님께 기도하겠습니다. 내일이면 파라오와 신하들과 백성에게서 등에 떼가 물러날 것입니다. 다만 파라오께서 다시 저희를 속이시고 이 백성을 내보내시지 않아, 주님께 제사를 드리지 못하게 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탈출8,25)
어느덧 모세는 파라오에게 훈계를 하는 당당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속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모세의 모습은 이제 파라오와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협상에 임하는 사람은 반드시 진실을 가지고 마주해야 하는데 파라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파라오의 요청대로 주님께 기도하였습니다. 모세가 기도하자 등에 떼가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과 그의 백성에게서 물러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파라오는 이번에도 마음이 완강해져 백성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