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구리 뱀 사건(민수21,4-9)
이스라엘 백성은 에돔 땅을 돌아서 가려고, 호르산을 떠나 갈대 바다로 가는 길에 들어섰습니다. 약속의 땅에서 점점 멀어지는 이스라엘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백성은 모세에게 불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민수21,5)
모세에 대한 불평은 하느님께 대한 불평임을 그들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백성의 멸망을 바라시지 않고 회개하여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후회하며 참회의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모세의 말에 순종하며 하느님의 자비를 청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백성은 오히려 불평과 불만의 화살을 모세에게 쏘아 대며, 모든 책임을 모세에게 돌렸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광야에서의 고된 삶은 이스라엘 백성의 하느님께 대한 불신과 배반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 결코 모세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세는 그들을 파라오의 손에서 건져낸 그들의 구원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배은망덕하고 불평불만에 사로잡힌 이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습니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백성들은 모세에게 와서 간청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민수21,7)
이스라엘 백성의 이 모습을 보면 마치 파라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파라오도 어려움이 닥치면 그때만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재앙이 사라지면 다시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그런 백성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렇게 지시하셨습니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민수21,8)
하느님의 말씀대로 모세는 구리로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습니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물린 사람은 구리로 된 불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왜 뱀일까요? 당시 주변에는 뱀을 신으로 섬기는 민족들이 많이 있었고, 이스라엘 백성이 종살이하던 이집트도 뱀을 신성시 했습니다. 자칫하면 뱀을 섬기는 우상 숭배로 빠질 위험도 있었습니다.
첫째, 성경에서 뱀은 죽음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를 유혹한 뱀은 결국 하느님과 인간을 갈라놓았고, 아담과 하와에게 하느님처럼 되려고 하는 마음을 품게 하였습니다. 끊임없이 불평하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하느님 윗자리에 앉으려는 이 백성의 모습은 뱀의 유혹에 넘어간 아담과 하와의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보내신 불 뱀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어떻게 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하느님처럼 행동하는 이들은 유혹에 빠진 것이고, 그 유혹의 끝은 죽음이라는 것을 불 뱀을 통하여 보여 주셨습니다.
둘째, 불 뱀에게 물린 사람들은 모세에게 불평하며 하느님께 죄를 지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죽어가는 상태에서 자비를 청하며 구리로 만든 불 뱀을 바라보게 됩니다. 지금 이들은 살기 위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구리로 만든 불 뱀은 “하느님의 표현이거나 숭배의 대상으로 주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들을 살리시기 위한 표징인 것입니다. 구리로 만든 불 뱀이 이 백성을 살린 것이 아니라 용서를 청하며 하느님께 매달렸기에 하느님께서 살려 주신 것입니다.
셋째, 이 불 뱀 사건은 십자가에 달리시어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희생제사를 미리 보여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요한3,14)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모든 이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높이 달리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3,16) 그러므로 믿음을 가지고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수님께 나아가는 사람은 구원을 받게 됩니다.
광야에서 자기 죄 때문에 불 뱀에 물린 이들은 하느님의 자비를 청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살려달라고 자비를 청하며 구리로 만든 불 뱀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로부터 생명을 얻었습니다. 구약의 백성들이 구리로 만든 불 뱀을 보며 자비를 청하여 하느님께로부터 다시 생명을 얻었듯이, 이제 우리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을 차례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주님께 나아갈 때, 그렇게 날마다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따를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입니다.
나눔 43: 약속의 땅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이스라엘 백성의 절망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죄를 지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인간인지라 늘 용서받고 싶습니다. 또한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라는 절망과 불평을 내 안에서 찾아보고, 이 절망과 불평을 어떻게 희망과 감사로 바꿀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 봅시다.
하느님 백성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삶의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절망과 고통은 구원과 부활을 향해 나아가는데 있어서 밟고 지나가야 할 발판 중의 하나라는 것을 시간이 지난 후에 분명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