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정희 대통령을 위한 추도미사 강론 —— 김 수환 추기경

 

고 박정희 대통령을 위한 추도미사 강론 —— 김 수환 추기경




   오늘 우리는 지난 10월 26일 저녁 작고하신 고 박정희 대통령의 장례를 하루 앞두고 고인에 대한 추도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스스로 민족중흥을 위한 큰 십자가를 지심으로써 이루신 공적이 크고 파란만장한 생애를 사셨으며 최후가 비극적이었지만 인자하신 하느님께서는 하늘나라에서 고인이 평안히 쉬게 해 주시길 충심으로 기도드립니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몇십년 인생의 짧은 한계와 궁극적으로 위대한 뜻과 훌륭한 동기를 지녔다 할지라도 그 결실이 의도한대로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한 인간의 한계를 불평없이 겸손하게 받아들임으로서 다시 한번 하느님만이 위대하시고 영원하시며 하느님만이 전능하신 참 생명의 주 이심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고 박대통령께서 군 복무기간 5․18이후 국가 정사를 담당하신 공식생활을 통해 보여준 애국심은 실로 열정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분은 정사를 담당하신 이후 국토 구석구석 국민생활 속속들이 관심을 가지셨고 실로 삼천리 방방곡곡,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그분의 마음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일들을 홀로 직접 처리하려는 것이 그분에게는 오히려 큰 부담을 안겨주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과연 박대통령께서는 이 나라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위해 빛나는 업적을 남기셨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국가원수의 갑작스런 서거라는 불행을 당한 우리 국민은 숙연히 애도의 뜻을 표했고 동시에 국가 비상사태를 태연하게 질서정연하게 수습해 나감으로서 국제적으로도 그 역량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안보에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 같은 현실은 항상 국가와 사회의 안정을 바랐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고자 하는 뜻에서도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삼일운동과 4․19 의거를 통해 보여준 바와 같이 훌륭한 문화수준과 민주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더욱 깊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요즈음 며칠 동안의 동향에서는 박대통령을 잃은 애도 속에 질서와 평온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외에 성취된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문제의 중요성은 국상을 끝낸 후에 있을 것입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는 일개 정치인의 일신상의 사정이 아닌 중대한 역사적 문제를 내포한 사건으로 보여집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민족의 역사는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박대통령의 서거이후 한국의 역사적 운명은 크게 발전할 수도 있고 침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곧 갈림길이며 위기의 고비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앞으로의 정치제도를 거론하기에 앞서 새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아집과 증오와, 탐욕과 폭력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씻어내고 용서와 화해, 사랑을 채워 넣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나라는 책임으로 분담으로서 모든 국민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나라, 억압과 폭력의 공포가 없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가치관에 입각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정신이 이 땅에 구현되기를 기원해야 하고 또 복음정신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입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를 중심으로 애도하며 충격적인 사건의 불행에서 뼈아픈 교훈을 깊이 느껴야 하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조국의 역사에 기여해 왔고 또 기여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이어받아 성취시켜야 하겠습니다. 다시는 노고와 수난이 없을 고인에게 주께서 영생의 복과 광명을 허락해 주시길 기원하고 그분의 유족들에게도 위로와 용기를 주시도록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주께서 모든 국민의 마음을 밝혀주시어 주님이 뜻하는 보다 의롭고 밝은 나라를 건설할 힘을 주시도록 다함께 기도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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