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기남 대주교 영전에 바치는 조사——- 윤공희 대주교

 

고 노기남 대주교 영전에 바치는 조사——- 윤공희 대주교




존경하는 노 대주교님!


언제나 주님의 뜻에 당신을 온전히 내 맡기고 살아 오셨고 또 이제 주님의 부르심에 따라 아무런 아쉬움도 없이 혼연히 주님께로 나가시는, 존경하는 노 대주교님!


우리도 믿음과 사랑으로 대주교님을 주님의 품에 맡겨 드리며,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 여기에 남겨두고 떠나시는 한국의 교회, 그 성직자와 수도자와 신자들이 당신의 영원한 안식을 두 손 모아 빕니다.


대주교님께서는 한국의 첫 주교로서 왜정의 탄압과 전쟁의 와중에서, 그리고 민족의 해방과 6.25동란의 격동 속에서 교회와 겨레를 이끌어주시기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대주교님은 사제로서, 주교로서 자신을 온전히 비우시고 오로지 구세주 그리스도만을 주님으로 섬기며, 그분께 대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생애를 일관해 오셨습니다. 주님의 뜻을 따라 영혼을 구하고 교회를 건설하며 하느님 나라를 펴는 것만이 당신의 뜻이요 삶이었습니다.




대주교님은 한국 교회의 모체인 이 명동성당에서 11년간 보좌신부로 계시면서 사목활동에 젊음을 불태우셨고 또 한국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주교가 되셔서 이 서울 교구와, 그리고 한때는 전국의 거의 모든 교구에 대한 사목의 중책을 맡아보셨습니다. 대주교님께서 주교로서 사목하신 4반세기는 오늘의 2백주년을 지내는 한국 천주교가 하나의 토착화된 지역교회로, 또 성숙한 민족의 교회로 형성되는 태동과 진통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 대주교님께서는 이 태동의 무게와 고통을 고스란히 지니고 오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써 펼쳐지는 새 시대의 교회를 위해서는 혼연히 후진들에게 사목의 바톤을 넘겨주셨습니다.




노 대주교님께서는 한국 교회의 최고 사목자의 중책에 있을 때에도 언제나 충실한 주님의 사도로써 우리들을 겸손과 자애로써 이끌어 주셨고, 교구장직에서 물러나신 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외돼 있는 나환자들의 벗이 되어 그들 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사심으로써 우리에게 더욱 힘있는 모범의 교화를 주셨습니다.




대주교님께서 그 기초가 되고 기둥이 되셨던 한때 천주교회는 금년에 그 창립 2백돌을 맞는 성숙한 교회가 되었습니다.


근년에는 노령으로 기력이 핍진하셔서 주님께로 돌아가실 날도 머지 않음을 예감하시면서, 그래도 2백주년의 교황 성하의 방한과 무엇보다도 우리 순교자들의 시성을 보게되기를 염원하고 계셨는데, 주님께서는 주교님께 그 은혜도 허락해 주셨습니다.




비록 휠체어에 앉으신 채로 이셨지만 당신 사제직의 전 생애를 통해 사목하시던 이 명동 대성당에서 교황 성하를 직접 뵈옵는 감개는 과연 헤아릴 길 없으셨을 것입니다. 또 한달 전에 이 성당에서 메리놀 선교회 한국 진출 60주년 기념미사를 올리기 위해 저희들이 저 성당 정문 앞으로 행렬해 들어올 때 대주교님께서 역시 휠체어에 앉으신 채 성모병원 비상 층계쪽에 나오셔서 손을 흔들어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존경하는 대주교님!


이제는 천국에서 한국교회의 성장하는 모습과 당신 후배들의 활동하는 모습을 내려다보시고, 그리고 아직은 분단의 아픔을 안은 채 통일의 날을 기다리며 당신의 고향이었던 저 이북에도 자유가 오기를 빌고 이 나라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 주님대전에 힘찬 전구를 해주십시오.




우리도 당신이 평생에 갈고 닦으셨던 그 같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주님께로 다가 갈 것이며, 조만간 주님의 품안에서 기꺼이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이러한 재회의 희망을 다짐할 수 있기에 우리는 이제 대주교님의 영혼을 복되신 어머니 마리아와 주의 천사들의 손에 맡기고 천상 본향에로 눈물 없이 조용히, 통곡하는 소리 없이 그러나 깊은 애도의 기도 속에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노 대주교님!


부디 주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누리소서. 천국에서 다시 뵈올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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