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무영 신부의 친구를 보내는 강론

 

고 정해성 신부영전에 ——— 배영무 신부




사랑하는 벗 「바다의 별」 해성아!


이제는 우리와 유명을 달리한 네 앞에서 이렇게 동창을 대표하여 조사를 하다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노령에 계신 부모님과 형님 누님들 그리고 너를 애지중지하시던 삼촌 신부님, 너를 아끼고 오랜 우정으로 굳게 맺어진 동창 신부들과 선후배 신부님들, 너를 존경하며 사랑하던 많은분들, 그리고 네가 혼신을 다해 일하던 신학교의 학장 신부님과 교수신부님, 그리고 신학생들, 모두 너의 죽음을 슬퍼하며 깊은 애도 속에 오열하고 있슴을 너는 보고 있느냐? 「못된 녀석」이라고 욕해주고 싶구나.




그러나 살고 죽는 것이 결코 우리 손에 달려 있지 않는 것.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그분의 뜻이라 믿으면서도 못내 너를 아쉬워 함은 인간의 마음이 아니겠느냐?


돌이켜보면, 41년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가난하게 자라 사제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신학교에 입학하여 15년간, 그리고 사제가 된후 14년간, 30여년간을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함께 지내왔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들과 곡절이 많이 있었니?




학창시절 거지 성인 「분도 라보르」 성인전을 읽고, 너도 그 성인처럼 되어 보겠다고 도랭이를 뒤집어쓰고 구걸행각을 하며 다리 밑에서 얻어온 밥으로 꿀꿀이 죽을 먹어가며 성인의 길을 가보려던 일, 학급대표로 학생회의 총무로 주야로 고심하며 걱정하던 일, 사제가 되어 공소를 개척하여 개척교회를 만들어 보자던 꿈, 첫 부임지인 안중에서 잠자고 있는 신자들을 「미니 꾸르실료」를 통하여 쇄신의 바람을 일으켜 보고자 밤으로 자전거부대를 동원하여 공소사목에 여념이 없었지.




군종 신부 차출시엔 우리 동창들을 대신해 자진 지원하여 전․후방에서 동분서주하며 때로는 가정부조차 없어 라면을 손수 끓여 먹으며 군사목에 열중하였잖니?




제대하여 벽리 왕림성당에 부임하여 광성국민학교까지 맡아가며 전교생 장학금 마련을 위하여 생전 해보지도 않던 칠면조 사육까지 하면서 판매를 위하여 엄동설한에 추위에 떨며 시장바닥으로 서울로 이리뛰고 저리뛰며 피곤에 지쳐있던 일.


그렇게 의욕적으로 하던 학교생활이 하루 아침에 폐쇄라는 명령에 따라야 했던 허무함 어려움…


성당 대지 문제로 무척이나 골치썩고 괴로워 하던 일!




광성학교 폐쇄에 이어 수원가톨릭대학 인가를 위하여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맡아 뛰어난 수완으로 각 부처마다 뛰어다니며 애쓴 보람이 있어 드디어 인가를 득하여 기뻐하던 일 그러나 잠시 쉴새도 없이 학교 설계 건축 학교 행정 관리등 너무 벅찬 일들이 계속 앞에 닥쳐 왔었지?




이런 모든 어려운 일 앞에서도 조금도 꾀부림이나 쉬임 없이 연탄까스 중독으로 사경을 헤매면서, 지병인 당뇨병으로 늘 피곤에 지쳐 있으면서도 초인적인 정열과 열성으로 맡겨진 일에 골몰하였지, 자신의 건강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 거대한 사업에 주야로 신경을 쓰며, 일일이 현장감독까지 하며, 세심하고 철저하게 정성을 다하여 해내려고 애쓰다 결국 너무도 벅찬 일과 심적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차마 받아 들이기 힘든 간암이라는 사형선고를 받아들이고 처절한 고통 속에 주님 품으로 간 네가 아니냐?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시며 좁은 길로 오라고 하시던 예수님의 말씀대로 외로운 골고타의 길을 걸어간 일생이 아니었나싶구나.




Sacerdos Pro Alius(사제는 남을 위하여 존재한다)란 말을 철저하게 실천하려고 애쓰고 순교자적인 용기와 인내로 일생을 살아온 너에게 주님께서는 백배 3백배로 후하게 갚아 주시리라 믿는다.


「우리는 안락한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일해 지쳐 쓰러져 죽기 위해서 사제들이 되었습니다」라고 하신 교황 비오 10세 성하의 말씀대로, 열심히 일하다 지쳐 쓰러져 죽어간 너의 일생이야 말로 순교의 생활이었고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은 참다운 사제의 생활이었다고 생각한다.




높은 나무일수록 그늘이 많듯이, 열심히 일하는 너에게 칭찬의 말보다는 비난이 없지는 않았고, 때로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지.


네가 다하지 못한 일들일랑 교구사제단과 후배들에게 맡기고, 이제는 섭섭했던 모든 것 다 잊고 주님 품에서 편안히 쉬기 바란다.


너의 훌륭한 업적과 사제다운 생활정신은 오래 오래 우리들 마음에 간직되고 기억될 것이다.




이제 작별의 인사를 고해야 할 시간인가 보다. 우리 모두 너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고 착히 살아 얼마 후에 주님 대전에서 서로 만나 주님을 찬미하며 옛이야기들을 서로 나누자.




잘 가거라!


주여!


동료 사제 정해성(토마스 아퀴나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1984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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