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강론 ———— 원핵톨 신부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노환으로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같이 계시면서 고통을 믿음에서 이겨내신 최발라바 할아버지의 고별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 소록도 환자촌에서 40여년간이란 긴 세월을 보냈고 그분의 생활이 우리의 생활의 일부이었습니다.
즉 그분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며, 우리의 고통이었습니다. 그분의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었습니다. 이제 발라바 할아버지는 가셨습니다. 영원한 기쁨에 안겨 계십니다. 그 숱한 고통의 나날이 끝난 것입니다. 우리도 그분과 같이 갈 것입니다.
너무나 많으신 분이 최 발라바 할아버지의 연세와 비슷한 분이 이곳에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 “다음 차례가 나의 차례”라고 하시는 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 형제 자매들의 차례뿐만 아니고 저의 차례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다음에는 누구나 나의 차례라고 생각하며, 잠시 고인을 생각하면서 죽음을 묵상하는 것은 뜻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성하지 않은 약한 몸으로 생명을 재촉하며 온 몸을 마비시켜 가는 고통에서 매일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삶이 삶이 아니라 고통이었고, 희망이 없었습니다.”라고. 하지만 우리는 주님 안에서 믿음을 키워왔고, 희망을 심어왔고 사랑을 실천해 왔습니다.
우리는 약한 몸으로 많은 선한 분들의 은혜에 감사해 왔고, 그분들을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면서 감사로운 생활을 하여왔습니다. 곧 발라바 할아버지께서는 그와 같이 살아오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신앙은 돈독하였고 고통 중에서도 기도하며 돌아가시기 전 병자성사를 받은 후 열흘동안 평화스러운 안색에서는 참 삶의 기쁨을 보는 이마다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믿음에 모두 놀랬습니다. 발라바 할아버지는 지금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영원한 기쁨을 누리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는 것만으로 우리의 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으면서 영원한 기쁨을 이 생활 중에서 심어갑니다. 영원한 삶을 찾아 갑니다. 이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생활의 중심이었을 때 그러하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은 말합니다.
“나는 작아지고 그리스도는 내 안에서 커져야 한다.” 과연 그렇게 발라바 할아버지께서는 그 말씀을 실천하여 우리에게 훌륭한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곳을 방문하셨던 어느 신자분이 여러분을 뵙고 난 후에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모처럼 이곳을 방문하고 이곳에서 고통 중에 계신 분들을 뵙고 수난의 주님을 뵈온 것 같습니다. 고통 중에서도 굳굳히 믿음 속에 살아가심을 보고, 순교자들의 모습을 봅니다. 그분들의 환한 얼굴과 평화스러운 얼굴에서는 천국을 미리 맛보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이 진실이라면 우리는 감사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랍니다. 그와 같은 믿음의 선물을 우리 안에 주신 것은 주님의 은혜입니다. 이 은혜에 감사하면서 매일의 생활에 죽어가며 그리스도 안에 살아갑시다. 영원한 생명이 우리를 기다리며 영원한 기쁨이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다 같이 고 최 발라바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