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고도노소르의 꿈
김태홍
흔히 인간은 자신이 이 모든 역사의 주인공으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인간이 모든 것의 상황과 결과를 만들어 왔고 그래서 이 만큼의 업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이 아직 하느님은 섬기지 못하는 교만과 어리석음의 상징일 수 있고, 그런 인간에 대해서 하느님은 그것이 아님을 여러 가지의 방식을 통해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바로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먼 옛날 동쪽에서 서쪽의 모든 땅을 다스리던 바빌론 왕의 이야기입니다. 바빌론 왕 느부갓네살은 아주 영특하고 이치에 밝으면서 대단한 폭군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점령한 곳에서 많은 약탈품을 가져오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반란의 기미가 보이는 사람은 모두 잡아오게 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반란이나 반항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모두가 다 느부갓네살 왕의 눈치를 보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느부갓네살을 아침부터 기분이 좀 언짢았습니다. 그런 왕의 표정을 보며 많은 신하들이 긴장하고 있는데 왕은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그 날 하루 종일 자신의 침실 밖을 나오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국무 총리쯤 되는 대신이 들어가 왕에게 그 연유를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왕은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무언가의 시름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재차 그 대신이 물어보자 그는 간밤에 자신이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하면서 그 꿈에서 이상한 현상을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즉 매우 크고 눈부시게 번쩍이는 것이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자기 앞에 서 있었는데 머리는 순금으로 되었고, 가슴과 두 팔은 은, 그리고 배우 두 허벅지는 놋쇠로, 아울러 정강이는 쇠, 발은 쇠와 흙으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돌 하나가 날아와 이 것을 모두 부수는 꿈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왕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신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대신은 그 꿈의 해몽을 점성가나 점쟁이에게 맡겨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제서야 왕은 얼굴이 밝아지면서 자기 나라의 점성가와 점쟁이를 모두 불러모으게 했습니다. 그 넓은 제국의 내노라하는 점쟁이와 점성가들은 모두 왕 앞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왕은 조심스레 자신이 꾼 꿈의 내용을 하나 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점쟁이들은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각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까, 왕은 분노가 치밀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폭군이라는 말처럼 난폭하기 그지없는 그였기에 당장 근위병을 불러 그 점쟁이 모두를 다 죽이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자 형리 중에 아룍이라는 사람이 왕 앞에 뛰어나오며 왕이 꾼 꿈을 풀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고 아뢰었습니다. 왕은 그런 수작으로 이들의 생명을 연장시키려 하지 말라하면서 거절했지만 아룍이 간곡하게 청하는 관계로 왕은 그가 누구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룍은 지금 바빌론으로 유배 와 있는 다니엘이라는 청년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룍은 일찍이 다니엘이 어떤 신비한 체험을 하고 있으며 기적을 베푸는 것을 보았기에 엉겹결에 이렇게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다니엘은 졸지에 왕에게 불려 나가 자신의 꿈을 해몽할 것을 명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도모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기도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듯해서 왕에게 잠시 시간을 달라고 청원합니다. 그러자 왕은 못미더우면서도 어떤 신비한 느낌이 다니엘에게서 풍겨오는 것을 감지했기에 그것만은 허락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니엘은 집에 돌아와 하느님께 기도 드렸습니다. 자신이 왜 자기 동포의 원수인 느부갓네살의 꿈을 해몽하고 그를 이롭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느님께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꿈을 해몽해서 폭군 느부갓네살에게 이로울 바에는 아예 돕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으며 하느님께 차라리 도망이나 가게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런 다니엘에게 그 꿈에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주시면 그것이 원수인 왕을 돕는 것이 아님을 환시로 보여주셨습니다.
다음날 다니엘은 일찍 느부갓네살 왕에게 나아갔습니다. 전날과는 다르게 자신감에 차 있는 자세로 왕 앞에 섰습니다. 왕은 그런 다니엘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어서 꿈에 대한 해몽을 해보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자 다니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꿈은 이러합니다. 임금님께서는 왕이실 뿐만 아니라 왕들을 거느리고 계신 황제이십니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임금님께 나라와 힘과 권세와 영화를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과 들짐승과 공중의 새가 다 어디에 있든지 그것들을 임금님의 손에 맡겨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금으로 된 머리는 바로 임금님이십니다. 임금님 다음에 임금님보다 못한 다른 나라가 서겠습니다. 세 번째는 놋쇠로 된 나라가 온 천하를 다스리게 됩니다. 네 번째로 설 나라는 쇠처럼 단단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돌 하나가 날아와 이 모든 것을 부순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이 세우실 반석의 나라의 일부가 임금님의 권세와 영광을 부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망하지 아니하고 다른 민족에 넘어 가지도 않을 것임을 바로 돌로 나타내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임금님의 꿈에 대한 해몽입니다.”
갑자기 장내가 싸늘하게 침묵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 다니엘이 한 그 말은 바로 임금의 멸망을 두고 한 말이었기에 때문에 모두가 이제 다 죽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왕도 얼마간 침묵하면서 다니엘을 노려보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왕은 자기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다니엘 앞으로 갔습니다. 다니엘은 결코 흐트러짐 없이 왕을 쳐다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왕은 다니엘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였습니다. 모두가 놀라 그 광경을 바라보는데 왕은 다니엘에게 “내가 하늘과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죄를 지었소!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느님의 저주를 피할 수 있겠소?”하고 물었습니다. 다니엘은 왕을 일으켜 세우며 앞으로 다른 민족이나 백성을 학대하지 말 것과 오직 하느님만을 섬길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느부갓네살은 이스라엘의 하느님만이 참 하느님이심을 선포하고 다니엘에게 포상하며 그를 자신의 중요한 관리로 임명했으며 그 이후로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이나 배타적인 대우는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 하느님께서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가, 그리고 아무리 절망의 순간에서도 하느님은 희망으로 이끌어 나가시는 분이심을 알게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높고 절정에 이른 시기를 바로 자신의 손으로 일구었다는 것에 취하고 그런 교만을 경고하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무시하며 살아가곤 합니다. 또한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자기에게 닥쳐오는 것들을 하느님의 저주라고 섣부르게 판단하며 한 숨쉬곤 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보다시피 하느님은 권세 있는 자의 교만에 대해서는 준엄한 경고를 그리고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계십니다.
하나의 표징이 이렇게 희비가 교차하는 그리고 회개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말씀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교회를 통해 다가가는 하느님의 표징을 여러분을 읽고 계십니까? 그리고 여러분은 얼마나 저 왕처럼 회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바로 이 순간에도 여러분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삶이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