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릴라 (삼손 – 판관기 16장)
안성남
우리 인생의 전생애는 매 순간마다 선과 악에 대한 결단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을 따르는 일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산을 오르듯 힘들고, 악을 따르는 일은 주색에 빠져 흥청대는 것과 같이 쉽습니다. 세상은 악의 유혹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악의 유혹은 인간을 비참한 상태로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성서에서 이러한 유혹에 빠져 비참한 상태로 떨어진 가장 극적인 이야기를 우리는 삼손과 데릴라의 설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아직 왕이 없고 판관이 백성을 적들로부터 보호하고, 하느님께 올바른 생활을 하도록 이끌었으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해결을 해 주었는데, 이러한 판관 중에 삼손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삼손은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장사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누구도 감히 삼손 앞에서 힘 자랑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힘이 센 삼손은 어른이 되어서 커다란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삼손이 데릴라라고 하는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여자는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히는 불레셋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적국의 추장들은 이 데릴라라고 하는 여자에게 돈을 주면서 삼손의 큰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 비밀을 알아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래서 이 여자는 어느 날 삼손에게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당신의 그 엄청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가르쳐 주세요. 어떻게 하면 당신을 묶어서 힘이 빠지게 할 수 있지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삼손은 이 말을 듣고, “새 밧줄로 나를 일곱 번 묶으면 되지”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여자는 삼손이 잠든 사이에 삼손을 새 밧줄로 일곱 번 묶고 나서 “여보세요. 불레셋 사람이 당신을 잡으러 왔어요.”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그러자 삼손은 이 소리를 듣고 밧줄을 가볍게 끊어 버렸습니다. 이것을 보자 그 여자는 삼손에게 속은 것을 알고 화를 내면서 “당신은 나를 속였어요. 당신은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에게 그 힘의 비밀을 알려주셔도 되잖아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삼손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밧줄로 나를 단단히 묶으면 나는 힘을 쓸 수가 없어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는 다시 삼손이 잠든 사이에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밧줄로 삼손을 단단히 묶고 나서 “여보세요. 불레셋 사람들이 당신을 잡으러 왔어요”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삼손은 이 소리를 듣고 역시 밧줄을 가볍게 끊어 버렸습니다. 데릴라는 이렇게 여러 번 삼손의 힘의 비밀을 알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실패를 했기 때문에 화가 나서 삼손에게, “당신이 나를 좋아한다고? 당신은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요.”라고 화를 내었어요.
삼손은 이쯤 되면 이 여자의 속셈을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삼손은 데릴라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데릴라의 간악한 속셈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데릴라는 삼손이 자기를 너무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 비밀을 알기 위해서 더욱 악착같이 졸라댔습니다.
여자의 유혹에 약한 삼손은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잘리면 힘을 잃게 된다”고 자신의 힘의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이 말을 듣고 데릴라는 삼손을 재운 다음 불레셋 사람들을 불러서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르게 한 후 “여보세요. 불레셋 사람이 당신을 잡으러 왔어요.”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은 이 말을 듣고 일어났지만 힘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불레셋 사람들은 삼손을 잡아 두 눈을 뽑고, 놋사슬로 그를 묶어 옥에 가둔 다음 맷돌을 돌리게 했습니다.
이십 년간 이스라엘 백성의 판관으로 지내면서, 야훼 하느님의 크신 축복을 받고 강한 힘을 지녔던 삼손은 여인의 계속된 유혹에 빠져 이렇게 비참한 몰골로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슬프게 했습니다.
삼손은 하느님의 명령을 어긴 것을 뉘우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삼손은 수 년 동안 감옥에서 맷돌만을 돌리면서, 하느님의 명령을 어긴 것을 마음으로부터 뉘우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삼손의 머리카락은 점점 더 자라났습니다.
불레셋 사람들은 삼손을 잡은 것을 기뻐하면서 신전에서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리고는 삼손을 끌어내어 오게 한 다음, 신전의 두 기둥 사이에 팔을 벌려 묶어놓게 하였습니다. 거기에는 수천 명의 불레셋 사람들이 삼손을 놀리면서 하느님을 모욕하고 있었습니다.
기둥 사이에 묶인 삼손은 자신의 잘못을 마음속으로부터 깊이 뉘우치면서 하느님께 기도를 했습니다. “하느님, 한번만 더 저에게 힘을 주셔서 이 불레셋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나서 두 팔로 신전을 떠받치고 있던 기둥을 있는 힘을 다해 밀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신전이 무너져 그곳에서 삼손을 놀리고 하느님을 모욕하던 불레셋 사람들은 모두 다 깔려 죽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을 괴롭혀 왔던 불레셋 사람들은 삼손을 통해 야훼 하느님의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설화를 통해 우리는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악의 목적이 달성되는 듯 하더라도 결국에는 악이 선에 패배 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악의 유혹에 빠졌다 하더라도 회개하고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청하면,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응답하신다는 구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은밀한 데릴라의 잔재를 깨끗이 끊어 버리고, 최악의 고통 속에서도 야훼 하느님을 찾아 부르짖는 삼손의 회개와 믿음의 모습을 통해 우리도 회개와 참된 믿음의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들릴라 (속임수 : 판관기 16장)
양종인
판관기 16장은 우리에게 삼손을 함정에 빠뜨리고자 하는 들릴라의 속임수에 관한 기사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에게 속임수를 사용하여 함정에 빠뜨리는 것은 인간 사회라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일입니다.
♣ 들릴라의 예화
이스라엘의 민족적인 영웅이며, 힘이 가장 센 삼손을 잡기 위하여 블레셋의 다섯 추장들은 들릴라를 매수하여 삼손의 약점을 알아내서 자신들에게 제공해주기만 하면 많은 보상을 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들은 미인계로써 삼손을 함정에 빠뜨리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삼손이 도덕적으로 매우 약하다는 것을 알고 여자를 이용하는 것이 삼손을 옭아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들릴라는 삼손에게 접근하여 같이 잠자리를 하면서 “삼손이 가진 힘의 근원에 대한 비밀”을 캐내고자 하는 노력을 합니다. 그녀는 삼손에게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를 알려달라고 거듭해서 졸라댑니다. 삼손은 처음에는 그녀에게 사실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농담으로 사실과는 다른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처음에 삼손은 들릴라에게 마르지 않는 새 밧줄 일곱 매끼로 묶으면 자신도 맥이 빠져서 여느 사람처럼 된다고 가르쳐줍니다. 삼손이 잠들었을 때 들릴라는 삼손이 가르쳐 준 대로 했지만 삼손의 힘을 소멸시키는 것은 실패합니다. 들릴라는 다시 졸랐습니다. 삼손은 다시 그녀에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밧줄로 탄탄히 묶으면 자신도 맥이 빠져서 여느 사람처럼 된다고 가르쳐줍니다. 들릴라는 삼손이 가르쳐준 대로 다시 시도해 보지만 이번에도 실패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세 번째로 들릴라는 삼손에게 그의 힘의 비밀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습니다. 삼손은 다시 그녀에게 자신의 머리 일곱 가닥을 씨줄로 엮어 말뚝에 매어 놓으면 자신도 맥이 빠져서 여느 사람처럼 된다고 가르쳐줍니다. 들릴라는 이번에도 삼손이 가르쳐준 대로 다시 시도해 보지만 또 한번 실패하게 됩니다. 그러나 들릴라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삼손에게 힘의 비밀을 알려달라고 졸라댑니다. 들릴라의 집요함에 삼손은 마침내 그 비밀을 사실대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삼손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모태로부터 하느님께 바친 나자르인이야. 그래서 내 머리에는 면도칼이 닿아 본 적이 없다. 내 머리만 깎으면 나도 힘을 잃고 맥이 빠져 다른 사람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이 되지.” 그리하여 들릴라는 삼손이 잠든 사이에 그의 머리를 깎아서 그의 힘을 모두 소멸시켰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을 쉽게 잡아서 눈을 뽑은 다음 가자로 끌고 내려가 쇠사슬 두 줄을 매어 옥에서 연자매를 돌리게 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삼손의 머리가 점점 자라게 되었을 때, 블레셋 사람들은 그들의 신 다곤에게 큰 제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들은 삼손을 옥에서 끌어내어 지붕을 받치고 있던 두 기둥 사이에 세워 놓았습니다. 머리가 자라 다시 큰 힘을 얻게 된 삼손은 기둥을 뽑아서 집이 무너지게 함으로써 그의 원수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 들릴라의 이야기에 대한 묵상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삼손은 들릴라가 여러 번 자신을 해치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왜 어리석게 자신의 힘의 비밀을 사실대로 가르쳐주었을까?” 그러나 우리에게 판관기 16장을 전해주고 있는 성서 저자의 의도는 다른 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성서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거짓된 속임수는 결국 멸망과 죽음을 불러들인다는 것입니다.
속임수는 이웃들과 상호간에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이러한 상호 불신은 결국 인관 관계에서 죽음을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판관기 16장의 삼손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고 그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게 되면 결국 서로간의 멸망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속임수는 이렇듯이 사람을 죽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사람을 죽이는 속임수의 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속임수를 무색하게 하는 진실의 힘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진실함은 죽음의 세력이 지배하는 속임수의 세상에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랑의 힘입니다. 우리가 들은 판관기 16장의 죽음을 불러들인 속임수의 이야기와는 대조적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어 준 진실의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 진실의 힘을 이야기해주는 예화
옛날에 어느 나라에 아주 절친한 친구로 지내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알버트라는 사람과 테오도로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평생 동안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살자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과연 그들은 그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생각하지 못한 시련의 시간이 왔습니다. 그 나라의 왕실의 보물이 도난 당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알버트가 범인으로 지명되어 그는 왕실의 보물을 훔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감옥에 갇힌 알버트는 왕에 의해서 재판에 회부되었고, 다음 달 10일에 사형이 집행될 것이라는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알버트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감옥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서 사형이 집행되는 날까지 집에 다녀올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왕에게 청했으나, 그의 청원은 거절당했습니다.
그 때 테오도로가 그를 대신해서 감옥에 있을 것이며, 만일 사형이 집행되는 날까지 그 친구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자신이 대신 사형을 받겠다는 조건을 걸고 왕에게 다시 청원하였고, 왕은 그 조건을 수락하여 감옥에 갇힌 알버트를 집에 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습니다. 테오도로는 감옥에 갇힌 자신의 친구 알버트를 믿었고, 감옥에 갇혀있던 알버트도 반드시 사형 집행일까지 다시 돌아오겠다고 테오도로에게 약속했습니다.
알버트는 자신의 친구 덕분으로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간호하였고, 그 결과 그의 어머니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사형이 집행될 날이 시시각각 다가왔습니다. 그는 죽으러가기 싫었습니다. 자신이 살려고 마음을 먹기만 한다면, 테오도로를 대신 희생시키더라도 살 길이 있다는 사실이 그를 유혹했습니다.
알버트는 날마다 “내 생명이 없어진 뒤에 우정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하는 유혹과 투쟁해야만 했습니다. 드디어 사형이 집행되기 이틀 전이 되었습니다. 알버트는 자신이 살고 싶다는 유혹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친구가 자신과의 약속을 진실하게 지켰다는 사실과 자신도 그 친구와의 진실된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죽음의 길을 떠났습니다. 길을 가면서 알버트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외쳤습니다. “나는 친구의 죽음을 막고 내가 죽기 위해서 반드시 사형이 집행되기 전에 감옥에 도착해야 한다!”
한편 테오도로가 있는 감옥에서는 사형이 집행될 날이 되어서 테오도로는 형리에 의해서 사형장으로 끌려갔습니다. 사형장의 단두대 앞에서도 테오도로는 알버트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의 심문을 마치고 이제 막 테오도로의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저 멀리에서 사형의 집행을 멈추도록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알버트였습니다. 알버트는 숨가쁘게 달려와서 테오도로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친구에 대한 고마움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테오도로도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에 대한 신의를 지켜준 친구 알버트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서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여,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신의를 끝까지 지켰다.” 이 광경을 왕이 지켜보았습니다. 왕은 마음속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왕은 신하에게 사형집행을 거두고 그들을 석방하여 그들의 진실한 사랑을 모든 백성들이 본받도록 하라는 영을 내렸습니다.
♣ 맺는 말
이 이야기는 삼손을 죽이려는 들릴라의 속임수와 대조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무릅쓰고 친구와의 진실한 약속을 지키려고 함으로써 생명을 얻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찾으려는 유혹과 쉽게 대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혹은 진실을 가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따르려고 하는 그리스도교 신자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신 길은 죽음을 무릅쓰고 사랑을 실천하신 길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예수님의 길을 묵상하며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하는 거짓의 세력과 대항하도록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