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의 건립 (창세 11장)
박기석
형제․자매 여러분!
사람은 무엇인가 잘 되어가면 교만해지려고 합니다. 이것은 고대의 우리 조상들에게서도 그것을 볼 수 있답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의 이야기, 바로 그 안에 드러난 인간의 동기와 악한 행동을 살펴봄으로써 오늘 우리들의 삶을 반성해 보고자 합니다.
노아의 자손들은 점점 번성하여서 동방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사실 그 때 온 인류는 한 가지 말과 같은 낱말을 가지고 생활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동방으로 옮겨 다니던 그들은 ‘바빌론’ 지방에 자리를 잡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들은 바벨이라는 탑을 건축하였습니다. 그 탑의 모양은 마치 피라밋처럼 생겼고, 탑의 기초는 탑의 실제 높이 만큼이나 깊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튼튼한 기초 위에 높은 계단들과 하늘에 닿을 것 같은 제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하늘을 찌를 듯 고층탑을 건축한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었답니다. 그 목적은 바로 다름 아닌 “우리의 이름을 떨치자”, 즉 자신들의 이름을 드러내는 데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 이룩한 거대한 업적을 통해 자신들의 명예를 떨치는 것이 이 탑을 쌓은 주요한 이유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거룩한 이름을 찬미하고 그분의 권위를 높이기보다는 반대로 자기들의 이름을 높이려는 교만한 목적을 추구한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지 하느님을 찬미하며 경배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아의 후손들은 자기들의 이름을 떨치려는 교만한 목적을 가졌을 뿐 아니라 교만한 계획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음의 말에서 알 수 있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온 땅에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 즉 그들은 하느님 중심이 아닌 자기들 중심의 계획을 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그 아들들에게 어떻게 하셨었습니까? “너희는 많이 낳고 불어나거라. 땅 가득히 퍼져 땅을 정복하여라”(창세 9,1;9,7)라고 두 번이나 거듭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땅에 흩어지지 않고 자신들끼리 힘을 모아 강하게만 살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인간은 자신들의 힘이 강해지면 질수록 하느님의 축복에 감사하기보다는 하느님을 넘보려고만 합니다. 사실 이 모두는 인간이 꿈꾸는 교만한 계획에서 생기는 것이랍니다.
결국 인간의 교만한 목적과 계획을 보시고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말을 뒤섞어 놓으십니다. 그리고 그들을 거기에서 온 세상으로 흩어 버리시니, 그들은 도시 이룩하기를 그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우리의 모습, 이 모양도 하느님의 멋진 솜씨요, 사랑스런 자비의 결실이랍니다. 어제의 자신과 오늘의 자신을 비교할 때, 무엇이 달라져 있습니까? 우리도 노아의 후손들처럼 자신의 이름․명예를 드러내기 위해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바로 이것이 교만입니다. 다른 모든 죄의 성격은 하느님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즉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바벨탑의 건립에서의 교만만은 감히 인간이 하느님께 대드는 죄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우리의 주인이신 하느님 앞에 겸손합시다. 우리 모두가 우리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겸손되이 따른다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높이셔서 존귀와 영광으로 왕관을 씌우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의 예화를 함께 생각해 봅시다.
역사에 오명을 남긴 ‘타이타닉호’는 세계 최대의 여객선으로, 1912년 4월 14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대서양 횡단을 목적으로 처녀 항해를 나섰습니다. 2,300여 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승객을 태우고 ‘타이타닉호’는 유유히 바다 한가운데로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캐나다 동부 해안에 이르렀을 때, 해안 통제소로부터 “빙산 부의!”라는 무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항해사는 거대한 ‘타이타닉호’를 너무 신뢰한 나머지 선장에게 보고할 생각조차 않는 것이었습니다. 급박해진 통제소에서는 계속 무전을 보내왔으나 이미 자리를 뜨고 만 항해사는 무전이 오는 것을 알 리 만무였지요.
이윽고 ‘타이타닉호’의 최후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 선장은 항해사로부터 다음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전방에 빙산이 있다는 무전을 받았는데 어찌 할까요? 설마 이 ‘타이타닉호’가 빙산 따위에 눈 깜짝이나 하겠습니까?” 선장도 항해사의 말에 맞장구 치듯이, “하느님이라도 감히 이 배를 어찌할 수 없을 걸세, 항해를 계속해!”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수 km도 못가서 ‘타이타닉호’는 그 거대한 몸체를 바다에 내맡기고 말았습니다.
승객 2,300명 중 단 700여 명 만이 살아남은 이 사건은 인간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가 하는 사실, 그리고 인간의 교만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초래케 하는가 하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구약의 노아의 후손들이 바벨탑을 세웠듯 오늘도 우리들은 이렇게 또 하나의 바벨탑을 세우고 있음을 반성하면서 겸손한 마음과 자세를 하느님께 드립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