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발의 아내
정석현
십계명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위한 지침이며, 동시에 신앙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도구입니다. 이 십계명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생활을 어떻게 해야하는 가를 보여줍니다. 특히 여덟째 계명은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금합니다. 이 도덕적 계명은 진리 그 자체이시며 진리를 바라시는 자기 하느님의 증인이 되어야 할 거룩한 백성의 소명에서 유래합니다. 구약성서는 하느님께서 모든 진리의 근원이심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창세기의 39장의 “보디발의 아내”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거짓증언의 한 모습과 그로 인한 선한 이웃의 피해받는 보여줍니다.
이집트 파라오의 경호대장 보디발의 아내는 성공한 남편과 풍족한 재산을 지녀 다른 이의 부러움을 받는 삶을 사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만족을 몰랐습니다. 그녀는 어리석게도 자신이 행복한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보디발의 집에 한 청년 노예가 팔려왔습니다. 이 청년은 형제들의 시기와 질투로 인하여 노예로 팔려온 요셉입니다. 요셉은 천성이 착하기도 하려니와 하느님께서 자신을 보고 계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정직하고 충성스럽게 생활하였기에 오래지 않아 주인 보디발의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보디발은 요셉의 능력을 발견해서 자기의 심복으로 삼고 집안 일의 관리인으로 세웠습니다. 이처럼 보디발은 자기에게 있는 모든 것을 요셉의 손에 내맡겼고 그가 있는 한 자신이 먹는 음식을 빼놓고는 아무 것에도 마음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아주 깨끗하고 잘 생긴 사나이여서 보디발의 아내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다른 노예들이 그녀에게 와서 그 주위를 맴돌며 아첨할 때에도 요셉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더욱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허전한 마음과 권태로움을 채워줄 상대로 요셉을 택했던 것입니다. 보디발의 아내는 요셉에게 유혹어린 눈빛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눈짓을 하며 자기 침실로 가자고 꾀는 것이습니다. 그러나 종인 요셉은 그녀에게 그럴 수 없다고 사정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주인께서는 제가 있는 한, 집안 일에 통 마음을 쓰시지 않습니다. 당신께 있는 것을 모두 제 손에 맡겨 주셨습니다. 이 집안에선 제가 그분보다 실권이 더 있습니다. 마님만은 당신의 아내이기 때문에 범접할 수 없지만 그밖의 일은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짓을 제가 어떻게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하느님께 죄가 됩니다.” 그러나 보디발의 아내는 막무가내였다. 그녀는 날이면 날마다 요셉에게 수작을 걸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운 나쁘게도 그 큰 집 안에 요셉과 그 보디발의 아내 단 둘만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마침 일을 보러 집 안으로 들어온 요셉의 옷을 붙잡고 침실로 같이 가자고 꾀었습니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요셉은 이런 상황 속에서는 말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옷을 그녀의 손에 잡힌 채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만 그녀의 손에 요셉의 옷이 벗겨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그녀를 눈멀게 한 사랑은 순간 미움과 증오로 돌변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할 때로 상한 그녀는 이 한낱 노예에 불과한 요셉에게 치욕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이 요셉에게 한 행동이 드러나 자신에게 해가 될까 두렵고 또한 요셉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거짓말을 합니다. 보디발의 아내는 자기 수중에 있는 요셉의 겉옷을 증거물로 하여 그녀는 집안 사람들을 부르며 고함을 쳤습니다. “이것 좀 봐라, 주인께서 우리를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저 히브리 녀석을 데려 왔구나. 그 놈이 나에게 달려들어 강간하려고 했어. 그래서 나는 고함을 질렀지! 그랬더니 그 놈은 내가 고함지르는 소리를 듣고 옷을 버려 둔 채 뛰쳐 나갔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알고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여 거짓증언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요셉의 그 옷을 곁에 챙겨 놓고 남편 보디발을 기다렸습니다. 보디발이 집으로 돌아오자, 그녀는 남편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이 데려 온 그 히브리 종 녀석 말이어요. 글쎄 그 놈이 내 방에 들어 와 나를 농락하려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내가 고함을 질렀더니 이렇게 옷을 버려 둔 채 밖으로 뛰쳐나갔답니다. 당신의 종 녀석이 나에게 이 따위 짓을 했단 말이어요.” 라고 또 거짓증언을 하였습니다. 결국 보디발은 아내의 거짓증언을 듣고서 요셉을 옥에 가두게 됩니다.
보디발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거짓증언의 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나 피해가 예상 될 때에, 자신의 업적이나 명예에 손상을 입힐만한 잘못을 한 경우에 우리는 거짓증언과 거짓소문을 퍼뜨리곤 합니다. 또한 이웃의 명성과 명예를 해치는 비방과 중상, 아부나 지나친 찬사나 아첨으로 타인의 악행과 나쁜 품행을 부추기고 북돋는 모든 말이나 태도, 지나친 자랑이나 허풍, 악의로 어떤 사람의 행동의 일부 측면을 왜곡하여 그를 헐뜯으려는 빈정거림도 쉽게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상호 신뢰가 없다면, 곧 서로에게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더불어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진실한 사람은 타인에게 마땅히 알려주어야 할 것을 알려줍니다. 진실은 말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비밀 사이에서 올바른 중용을 지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강조하여 말씀하십니다. “ꡐ거짓 맹세를 하지 말라. 그리고 주님께 맹세한 것은 다 지켜라.고 옛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마태 5,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