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세계에서는 적어도 4천 년 전쯤부터 열쇠가 사용되었습니다.
동아시아에서도 먼 옛날부터 열쇠를 써 왔습니다.
지중해 지역의 대부분 도시는 그 도시를 에우는 성벽의 문을 열쇠로 여닫았습니다.
그런 열쇠는 나무나 쇠로 만들어 어깨에 메고 다닐 정도로 무거웠다고 합니다.
천당과 지옥에도 문이 있어서 그 문 역시 열쇠로 잠근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요즘도 도시나 집을 새 임자에게 넘겨줄 때
반드시 그 새주인에게 열쇠를 건네주는 의식 절차가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임금이 어느 도시를 공식으로 방문할 때에도
으레 그 도시의 열쇠를 내어주는 의식을 행합니다.
도시의 열쇠를 손에 쥔다는 것은 그 문을 열 수도 닫을수도 있다는,
다시 말해 그 도시에 대한 권한을 넘겨받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사야서에
“내(하느님)가 또한 다윗의 집 열쇠를 그(메시아)의 어께에 메어 주리니
그가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으리라”(22,22)하신 말씀은
열쇠라는 상징의 의미를 잘 드러내 보입니다.
열쇠의 의미는
그 이후 구체적인 도시나 집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쓰이게 됩니다.
예를 들면,
‘문제를 푸는 열쇠는 여기 있다’라든가
‘암호를 해독하는 열쇠를 찾아냈다’ 라는 경우가 그런 것입니다.
음악에서도 오선 악보의 좌단에 음자리표가 있어서
고음의 C음 기호의 악보임을 표시하거나
아니면 저음의 F음 기호를 가리키는 열쇠구실을 합니다.
신약 성서에서는”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마태 16,19)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이 말씀은
오늘의 베드로 후계자인 교황님이 교회 전체에 대해 지니는 권한을 뒷받침합니다.
열쇠는 나쁜 데에도 쓰입니다.
“너희 율법 교사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렸고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루가11,52)고 나옵니다.
묵시록에는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때 나는 하늘로부터 땅에 떨어진 별 하나를 보았습니다.
그 별은 끝없이 깊은 지옥 구덩이를 여는 열쇠를 받았습니다”((,1)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성화에는
예수님이 십자가라는 열쇠로 천국문을 열고 계시는 모습이 가끔 보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각지에 지방 특유의 전례가 전하고 있었습니다.
전자가 태어난 벨기에의 겐트 교구에서는
성지주일이면 저마다 종려가지를 손에 든 신자들의 선두에
신부님이 서서 성가를 부르며 성당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들고 있던 십자가로 성당문을 세 번 두드리면
문이 안으로부터 열리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없어졌지만
마치 앞서 말 한 성화를 그대로 연출하는 것 같았습니다.
베드로에게 천국의 문 열쇠가 맡겨졌다는
마태오16장 19절의 말씀은
어느새 하나의 그리스도교 민중신앙이 되어 버려
베드로 성인이 실제로 천국문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러니 천국에 들려면 어떻게든 베드로 성인의 비위를 열심히 맞추어야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