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알몸

영어로 알몸을 가리키는 말이 두 마디 있습니다.
‘뉴드’nude(미국식 발음으로는 ‘누드’)와 ‘네이킷’naked 이 그것입니다.
우리말로는 알몸과 뉴드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뉴드는 특히 그리스와 로마 예술품에 많이 나오는 데
인간의 위엄을 드러내 보이는 품격 높은 나신을 가리킵니다.
이에 반해, 네이킷이라고 하면 벌거벗어 보기에 딱한 인간의 몸을 가리킵니다.

*뉴드
원시종교의 의식에서는 알몸 그대로 신들을 섬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끔 보게 됩니다.
신들 앞으로는 몸을 싸서 감추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알몸으로 나아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옷을 입으면 신들과 자기들 사이를 가로 막는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원래 복장이란 추위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신분이나 계급을 표시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나 유럽에서나 근대까지만 해도 사람의 옷차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지위나 직업이나 계급까지도 알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제복을 제외하면 복장에 의한 그러한 구별이 더는 나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차림새와 몸가짐으로 보아 그 사람의 개성이나
생활환경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복장이 어느 정도까지는 개인 참모습이나 가치를 숨길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옷이 사람을 정한다”고들 곧잘 말합니다만,
순수한 그대로의 사람이 오히려 차려입은 옷에 가려져서 안 보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옷이 날개”라는 말도 이와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일본에서는 목욕탕에 함께 들어가면’알몸의 만남’을 할수 있다고들 말합니다.
신과도 알몸으로 만나는 것이 소중합니다.
신을 모신 가마를 되도록 알몸으로 여럿이 메고 거동하는 축제는
아직도 여러 곳에서 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습속은 중동 아시아나 로마 제국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창세기에 “아담과 하와는 둘 다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몰랐다(2,25)고 했듯이
이들 내외는 벌거숭이였습니다.
하느님과 사람사이, 지아비와 아내 사이에는 어떤 간격도 없습니다.
이것이 뉴드의 의미입니다.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입니다.
사무엘 하권에는 “다윗은 모시 에봇을 입고 야훼 앞에서 덩실거리면 춤을 추었다'(6,14)는
말로 알몸인 다윗이 기쁨의 환성을 올리며 주님의 궤를 모시고 간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네이킷
그런데 창세기 3장 7절에 보면,
” 두 사람은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리었다”고 하였으니,
아담과 하와는 죄를 범한 결과 차마 그대로 바라볼수 없는 제 몸의 상태를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사야를 통하여
“젊은이나 늙은이 할것 없이 알몸과 맨발로 엉덩이까지 드러낸 채 끌려가”(20,4)
아시리아 포로가 될 것을 예언하셨으며,
“홀랑 벗기어 속살까지 드러내어라”(47,3)라느 말씀으로 바빌론 포로가 될 것도 알리셨습니다.

신약에 접어들어서는 로마서에”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놓을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8,35)하였고
고린토 후서에서 바오로는 “추위에 떨며 헐벗은 일도 있었습니다.”(11,27)하며
선교의 노고를 술회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들은 헐벗어 딱하게 된 상태를 가리킵니다.
또 마태오는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는 것은 사랑의 실천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25,36)

최후 심판을 묘사한 그림에 보면 인간이 알몸으로 하느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알몸으로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십자가상의 그리스도가 허리에 천을 두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 로마인들은 범인으 수치를 폭로하기 히하여 벌거벗긴 채로 십자가에 처형했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가 빚은 비참을 당신 한 몸에 받음으로써
우리들을 본래의 뉴드 인간으로 되돌려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의 모습은 ‘네이킷의 수치’로 부터 ‘뉴드의 존엄’을 변용시키셨음을 뜻합니다.

어떻습니까. 예술적인 뉴드와 포르노의 네이킷 사이의 구별이 이제 분명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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