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뱀

뱀은 옛날부터 그 생김새나 움직이는 모습이
온갖 짐승 중에서도 가장 끔직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구멍이나 풀속에서 스르르 기어나오는 꼴은
마치 황천에서 무엇이 나타나기라도 한것 같은 섬뜩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뱀을 곧잘 ‘악’과 연관시킵니다.

반면 뱀은 햇볕을 좋아하는 생물이라서 ‘빛’의 세계에도 속합니다.
에집트의 태양신’레'(Re)의 상징으로서
뱀은 모든 악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에집트 왕의 머리장식이 되었습니다.

또 뱀은 그 눈총만으로도
다른 짐승을 움츠리게 하는 힘이 있어서’죽음’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껍질이 낡으면 온 몸을 뒤집어 허물을 벗기 때문에
뱀은 또한 ‘부활과 치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까지도
뱀이 의학의 상징이 되어 동서양의 약국 간판에 걸려 있습니다.

뱀은 성서안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나오는 것은 창세기인데
거기서는”야훼 하느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가장 간교한 것은 뱀이었다”(3,1)고 하였습니다.

뱀은 또 그 끝이 둘로 갈라진 혀를 가지고 있어
이중적인 혀를 놀려 하와로 하여금 죄를 짓도록 유혹했습니다.
그 벌로써”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온갖 집짐승과 들집승 가운데서 너는 저주를 받아,
죽기까지 배로 기어다니면 흙을 먹어야 하리라”(창세3,14)는 하느님의 준엄한 말씀을 듣습니다.

민수기에 보면(21,4-9)광야의 고통을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모세를 거슬러 이렇게 대들었습니다.
“어쩌자고 우리를 에집트에서 데려내 왔습니까.
이 광야에서 죽일 작정입니까. 이 거친 음식은 이제 진저리가 납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그 백성에게 불뱀을 보내십니다.
불뱀은 사람들을 물어 이스라엘 백성 중 많은 이들이 죽습니다.
백성은 모세에게 와서 하느님과 모세를 비난한 것을 반성하면서
“뱀이 물러가게 야훼께 기도해 주십시요”하고 간청합니다.
하느님 말씀대로 모세는 청동으로 구리뱀을 만들어 그것을 깃대 위해 달아놓습니다.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쳐다보면 목슴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광야에서 있었던 이야기 가운데
뱀이라는 존재안에 두가지 상반되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즉, ‘죽음’의 상징이었던 뱀이 ‘구원’의 수단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리스 문화권에서도
‘부활과 치유’의 상징이던 청동뱀이
이제는 십자가(기둥)에 달리신 구세주 그리스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예수님 자신도 니고데모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의 아들 외에는 아무도 하늘에 올라간 일이 없다.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 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요한3,14-15).

예수님은 또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면서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양순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마태10.16).

동양에서 길조로 여겨 중요하게 취급하는 상상적 영물인 용이
성서에서는 뱀과 동일시되어 요한 묵시록에는 오히려 악마의 상징으로 나옵니다.
“하늘에서는 전쟁이 터졌습니다.
천사 미카엘이 자기 부하천사들을 거느리고 그 용과 싸우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용은 땅으로 떨어졌다고도 적혀 있습니다(12,7-9).

성서 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선과 악의 상징이던 뱀이 결국
‘선과 악 모두’를 동시에 상징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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