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

 

부족




  유목민 또는 반유목민들에게는 아직 국가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스라엘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이 어떤 특정한 장소나 지역에 매여 있지 않는 한, 부족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랐고 이것은 가나안 정복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부족은 공통된 조상을 모신 가정들과 씨족들의 집합체이다. 유목 생활에서 부족은 전쟁을 치르기 위해 군대를 이룰 만한 크기면 되었다. 부족이 너무 크면 사막에서 장소를 옮길 때에 불편하고 우물이나 오아시스가 제공하는 한정된 양의 물을 나누어 먹는 데에도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너무 커진 부족에서 떨어져 나와 새 부족을 만들려는 씨족이 생겨났다. 이런 씨족들은 노예들, 다른 부족에서 도망 나온 자들, 전쟁으로 본래의 부족에서 갈라져 흩어진 떠돌이들이기도 하였다. 이방인들을 부족 공동체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어떤 주술적 예식이 필요하였다. 그 형태는 단순한 식사에서 예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피를 뽑아 섞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이 같은 예식은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 사이에 매우 깊은 유대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종교적 연대감이었다.


  이스라엘의 부족은 종교 공동체이다. 부족의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들과는 물론 부족의 신에게도 연결되어야 한다. 초창기에 이스라엘의 부족들은 저마다 자체의 신이나 성소를 가지고 있었고 나름대로 고유한 예배의식, 종교적 관습, 특별한 제사예식이 있었다. 야곱이 삼촌 라반의 집에서 도망쳐 나올 때, 그의 아내 라헬이 자기 집에서 훔쳐 내온 수호신들(집안에 세워 두는 조그만 우상들)도 바로 이런 부족 신이었다.(창세 31,30-35) 그러나 때로는 여러 부족들이 같은 경신례에 참석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인들이 가나안에 정착하여 여호수와가 주도한 세겜의 종교회의에서 이스라엘의 모든 부족이 야훼신앙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로 선포한(여호 24,14-28) 뒤에도 몇몇 씨족이나 부족들은 자신들의 옛 성소와 종교적 관습들을 그대로 지켰다. 사무엘의 아버지는 해마다 온 집안을 이끌고 실로에 가서 제사를 바쳤고(1사무 1,21), 다윗은 문중 제사 때문에 사울이 초청하는 연회에 참석하지 못함을 요나단을 통하여 사과하였다(1사무 20,29).


  조상들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부족들의 상호관계를 설명하는 데에 창세기의 성조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부족의 족장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전승을 옮기면서 부독들 사이의 동맹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이족장들의 이름을 혈족 관계로 연결시켰을 것이다. 창세기 후반부를 장식하는 야곱과 열두 아들의 이야기는, 다윗 시대에 통일민족으로 발전하게 된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유래를 설명한다. 이스라엘과 에돔의 불편한 관계는 창세기의 야곱과 에사오의 이야기로 설명된다.


  부족사회는 원로하고 불리는 각 씨족의 대표들이 연합 지도체제를 갖추어 통치하였다. 신명기에는 원로들이 통치하던 부족사회의 단면이 나온다. 원로단은 부족사회는 구성원들에 대한 생명과 죽음을 판가름할 권한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고집이 셀뿐더러 반항만 하며 아버지의 말이나 어머니의 날을 들으려 하지 않고, 부모가 꾸짓어도 듣지 않는 아들이 있을 경우,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를 붙잡고 그가 사는 성읍의 성문으로 원로들에게 데리고 가서, 그들에게ꡐ이 우리 아들은 고집이 셀뿐더러 반항만 하며 우리말을 듣지 않는데다가, 방탕아이고 술꾼입니다.ꡑ 하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그 성읍의 남자들이 모두 그에게 돌을 던져 죽어야 한다. 그렇게 너는 네 가운데에서 악을 치워 버려야 한다. 온 이스라엘은 그것을 듣고 두려워할 것이다”.(신명 21,18-21) 성문 앞 광장은 원로단이 판결을 내리고 집행하는 공공장소로 이용되었다.


  그 밖에 원로단은 부족사회 안의 제반문제를 해결하였으나,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원로단이 이끄는 연합 지도체제로는 외적을 효과적으로 격퇴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채택된 것이 판관제도이다. 판관은 원로단이 내세운 대표로서 영도력을 발휘하여, 평화로울 때에는 정의와 법도를 세우고 전쟁이 났을 때에는 부족 전체를 단결시켜 외침에 대처하였던 지도자였다. 씨족사회에서 드러난 강한 연대의식은 부족사회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 부족사회의 대표가 잘못하면 전체 부족에게 영향을 미친다. 아간이 정해진 법을 어기고 예리고 성읍을 약탈하였을 때,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이 죄를 지었다고 호통을 치신다.(여호 7,1.11) 조상들의 잘잘못은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조상들의 죄악을 삼대 사대 자손들에게까지 갚는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푼다.”(탈출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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