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혈연 관계와 남녀 관계에 이어 친구와 어울리는 것은 사회 생활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진실한 친구와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칭송은 신․구약성서 여러 곳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동시에 성서는 진실한 친구와 이상적인 우정의 예도 소개하여 좋은 친구를 신중히 선택하고 한번 맺은 우정에 충실할 것을 가르친다.
가. 지혜문학
친구와 우정에 대한 가르침은 주로 구약의 지혜문학에 담겨있다. 진실한 친구는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하며 그런 친구와 맺은 우정은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든다. “성실한 친구는 값으로 따질 수 없으니 어떤 저울로도 그의 가치를 달 수 없다.”(집회 6,15) “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시편 133,1)
인생에서 좋은 우정을 맺는 일이 이처럼 중요하지만 진실한 친구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구약의 지혜문학은 친구를 신중하게 골라 사귀라고 당부하면서 친구를 고를 때에 필요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먼저, 사귀는 친구가 이쪽에서 어려움을 당할 때도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 주는가 살펴보라고 한다. “친구를 얻으려거든 시험해 보고 얻되 서둘러 그를 신뢰하지 말아라. 제 좋을 때에만 친구가 되어 주는 이가 있는데 그는 네 고난의 날에 함께 있어 주지 않으리라.”(집회 6,7-8;참조: 12,8-9) “친구란 언제나 사랑해 주는 사람이고 형제란 어려울 때 도우려고 태어난 사람이다.”(잠언 17,17)
둘째 오래 묵힌 술이 더 맛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변함없는 우정을 맺은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옛 친구를 버리지 말아라. 새로 사귄 친구는 옛 친구만 못하기 때문이다. 새 친구란 새 술과 같은 법 오래 되어야 제 맛이 난다.”(집회 9,10)
셋째 이제껏 아무리 친하게 지냈다 하더라도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고 악으로 유인하는 친구는 결코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 너희가 목숨처럼 아끼는 벗들 가운데서 누군가가 너희와 너희 조상이 일찍이 알지 못한 다른 신들을 섬기러 가자고 가만히 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그 말을 듣지 말라.”(신명 13,7-9) “뱀에게 물린 마술사와 들짐승에게 가까이한 자와 그의 죄악에 끼어든 자를 아무도 동정하지 않으리라.”(집회 13,13-14) 올바른 친구는 오히려 솔직한 충고를 서슴지 않는다. “솔직히 훈계가 숨은 사랑보다 낫다. 사랑하는 이의 매는 신실하고 미워하는 자의 입맞춤은 헤프다.”(잠언 27,5-6)
마지막으로, 그러나 이 모든 인간적 지혜에 앞서서 진실한 우정은 하느님을 믿고 경외하는 자들 사이에서 아름답게 꽃핀다. “성실한 친구는 생명을 살리는 명약이니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은 그런 친구를 얻으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자신의 우정을 바르게 키워 나가니 이웃도 그의 본을 따라 그대로 하리라.”(집회 6,16-17) 하느님께 대한 진실한 믿음과 경외심을 바탕으로 맺어진 우정은 다른 어떤 우정보다 앞선다. 이런 우정은 오랜 친구들, 부부사이, 이성과의 관계, 사제지간, 상하관계, 부모와 자녀 사이 등 모든 인간 관계를 튼튼하게 지탱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