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아름다운 우정
구약성서는 우정의 가장 완전한 본보기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모세와 맺으신 우정을 소개한다. 그분은 아브라함의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에(이사 41,8),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려는 비밀 계획을 그에게만은 미리 알려 주시고 두 도시를 구하기 위해 중재에 나선 아브라함과 성실하게 협상하신다,(창세 18,17-33) 고대 근동에서 신의 종이나 임금의 종은 친구로 여겨져 주인의 계획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충실한 종 아브라함과의 우정을 생각하여 그의 조카 롯과 롯의 가족들을 징벌에서 구해 주신다. 또 다른 하느님의 충실한 종 모세도 그분의 절친한 친구였다. 그분은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광야를 지나는 동안 만남의 장막에서 수시로 모세와 얼굴을 마주대하시고 말씀을 나누셨다.(탈출 33,7-11) 하느님은 당신을 충실하게 믿고 따르는 이들과의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시어 그들을 온갖 위험에서 건져 주시고 축복과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신다.
구약성서 전체에 걸쳐 인간들 사이에 맺어진 가장 아름다운 우정의 예는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이다. 요나단은 다윗이 불레셋 장수와 맞서 용감히 싸우는 모습에 탄복하여, 그를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게 되었고 그와 의형제를 맺었다. 그는 다윗에 대한 애정과 신의의 표시로 겉옷과 자기가 쓰던 칼과 활과 자기 몸에 걸친 허리띠까지 주었다.(1사무 18,1-4) 겉옷을 벗어 주는 것은 상속의 권리를 양도한다는 뜻이고, 무기를 넘겨주는 것은 상대방의 우월한 위치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요나단은 사울의 정당한 상속자는 자신이지만 승승장구 하면서 백성들의 사랑과 고위 관리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고 있는 다윗이 장차 이스라엘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가 되리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다윗과 우정의 계약을 맺은 요나단은 아버지 사울의 손에서 다윗을 여러 번 구출한다.(1사무 19-20장) 요나단이 사울과 함께 전장에서 쓰러졌을 때 다윗은 그와의 우정을 아쉬워하며 비탄의 노래를 지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부르게 한다. “어쩌다 용사들이 싸움터 한복판에서 쓰러졌는가! 요나단이 산 위에서 살해되다니! 나의 형 요나단! 형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프오. 형은 나에게 그토록 소중하였고 나에 대한 형의 사랑은 여인들의 사랑보다 아름다웠소.”(2사무 1,258-26)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우정은 여인의 사랑보다 앞섰다. 실제로 다윗은 사울의 언약된 딸을 아내로 맞아들이기 전에(1사무 17,25) 진실한 애정과 신의를 보여 준 요나단의 우정을 먼저 얻었던 것이다. 그에게 이토록 진한 우정을 보여주고 떠난 요나단을 기억하여, 다윗은 사울의 왕권을 이어받자 곧바로 요나단의 절음발이 아들 므비-보셋을 불러들여 왕궁에서 식사를 같이 하고 사울의 유산과 그의 집안 재산을 모두 그에게 넘겨준다.(2사무 9장) 또한 기브온 사람들이 사울에게 당한 것을 복수하기 위하여 그 후손을 넘겨 달라고 하였을 때, 다윗은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은 빼내었다.(2사무 21,1-7) 요나단과 맺은 우정의 계약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