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로와 그리스도인들의 우정
신약성서에서 예수님을 닮아 친구들에게 우정과 신의를 아낌없이 쏟으려고 노력한 인물은 바울로 사도이다. 그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면서 맺은 수많은 우정을 소중히 여기면서(로마 16,1-16) 친구들의 안녕을 두고 늘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2고린 11,28 이하; 1데살 2,7 이하) 그러나 인간적인 약점과 한계 때문에 동료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마르코라고도 불리는 요한을 선교 여행에 동행시키는 문제로 바르나바와 감정이 상하여 갈라서고(사도 16,36-40) 이방인들과의 식사 문제로 베드로와도 충돌을 빚는다.(갈라 2,11-14) 그리하여 말년에 이르러 바울로는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자 외로움을 느낀 나머지 평소 아끼던 제자 디모테오더러 빨리 자기에게 와 달라고 부탁한다(2디모 4,9-13)
그러나 갖가지 인간적인 한계 때문에 선교사들이나 신도들 사이의 우정이 위협을 받을지라도 그들 모두가 주님과 연결되어 있기만 하면 형제적 사랑의 결실을 반드시 맺을 수 있을 것이다.(요한 15,2-5) 사도행전의 저자는 이방인들로 구성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주님께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어떻게 궁핍한 이웃들과 형제애를 나누었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나누며 빵을 떼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 신도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서 각자에게 각자 필요한 만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날마다 한 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집집마다 돌아가며 빵을 나누고 흥겹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들며 하느님을 찬양했다. 그리하여 온 백성에게 호감을 샀다.”(사도 4,32-34) 여기서 참다운 형제애는 주님께 대한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함께 기도하고 빵을 나누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특히 사도 2,42의ꡐ친교ꡑ는 로마와 그리스 문화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꼽는 우정을 가르키는 철학적 용어인데, 루가는 자선과 관련하여 친교의 구체적인 실천을 사도 2,44과 4,32에서ꡐ공동으로 소유한다ꡑ는 표현으로 풀어 설명한다. 말하자면 참다운 우정이란 이웃 형제 자매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가진 것을 그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구약의 지혜문학이 밝힌 바와 같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참다운 우정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그분의 선물이며 신약 시대에 와서 우정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순수하고 충실한 우정을 보여 주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깊은 유대 관계 안에서 꽃을 피웠다. 곧 우리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함께 듣고 실천하며, 함께 빵을 나누고 하느님께 찬미의 기도를 바치는 가운데 우리의 우정은 자연스럽게 성숙하고 돈독해진다는 뜻이다. 특히 그리스도교적 우정의 구체적인 실천은 궁핍한 이웃 형제 자매들과 가진 것을 나누는 데서 두드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