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와 규정
이스라엘의 제도와 규정에서 정치와 종교는 서로 떼어 놓고 설명할 수 없다. 정치와 종교 둘 다 주체가 하느님이고 대상이 이스라엘 백성이기 때문이다. 곧 하느님께서 정치와 종교 안에서 당신 백성인 이스라엘 다스리고 보살피시는 동시에 그들에게서 섬김과 예배를 받으신다.
1. 정치 제도
한 나라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땅과 민족이 필요하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세우실 때, 이를 마음에 두시고 이스라엘인들의 원조상 아브라함에게 땅을 주시며 그에게서 큰 민족을 일으키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가나안이 바로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이요, 12지파가 바로 그분이 약속하신 큰 민족이다. 12지파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와 정착한 뒤 번성하여 하느님 백성이 되고, 다윗과 솔로몬 통치 아래에서 통일 국가를 이룬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참 임금님은 천상천하의 주권을 가지신 주 하느님이시다. 그러므로 그분의 백성은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 불행히도 이스라엘 백성은 그분의 뜻을 저버리고 낯선 신들을 따라갔다. 그 결과 그들은 정치적 기반인 땅과 종교적 기반인 성전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가. 약속의 땅
성서에서ꡐ땅ꡑ은 이스라엘이 실제로 차지한 가나안 영토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주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아의 계약 때문에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먼저 땅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것 가운데 자손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조항이다. 이 땅은 아브라함 개인에게 하신 약속이면서 그의 후손들에게도 해당되는 약속이었다. 실제로 아브라함은 가나안에 들어가긴 하였지만 그 곳을 차지하지 못하고 거기에 머무는 나그네 신세였다.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은 아브라함에 이어 이사악과 야곱과 그 후손들에게 되풀이되고 시나이 계약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땅의 개념은 하느님이 온 세상의 임금이시며 만물을 마드신 창조주시라는 사실을 명백히 확인한다. 땅도 그분의 것이요 그곳에 사는 백성도 그분의 것이다.(레위 25,23; 참조: 시편 95,4-7)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주 하느님을 자연과 동일시되는 다른 이방신들과 혼동하거나 함께 섬겨서는 안 된다. 그분은 하늘과 당의 주인이시므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좋은 땅을 선물로 주실 수 있다. 하느님은 성전을 통하여 그 땅을 정복하신 다음,(여호 10,14)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이스라엘에게 넘겨주셨다. 그 땅은 보통 땅이 아니라 “젖과 꿀이 흐르는”(탈출 3,8; 여호 5,6) 좋은 땅이다. 그 땅은 광야에서 거주할 곳이 없어 방황하던 백성에게 정착할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제 그들은 땅이 생김으로써 확실한 주체성과 소속감과 안정을 얻게 되었다.
다른 한편, 가나안 땅은 이스라엘에게 축복의 원천인 동시에 유혹의 원천이기도 하였다. 그 땅에서는 가나안 원주민들이 여러 풍산 신들을 섬기고 있었다. 유목민이던 이스라엘이 농업을 생업으로 삼는 이 땅에 정착하면서부터 풍산은 그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고, 자연스레 그들은 가나안의 풍산신 숭배에 끌리게 되었다. 이스라엘이 이 유혹을 물리치고 시나이 계약에 충실하게 머무는 한, 그들은 이 땅에서 평화를 누리며 번영할 것이다.(여호1,8) 반대로 이스라엘이 계약의 규정들을 어기면 이민족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말 것이다. 여호수아의 영도로 가나안 땅을 차지한 이스라엘이 판관기와 사무엘서와 열왕기에 기록된 대로 계속해서 계약을 깨뜨리자,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선물로 주신 땅을 거두어 가신다. 신명기계 역사는 계약에 충실하여 하느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그 땅을 차지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언한다.(여호 17장; 판관 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