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천막과 계약 궤

 

종교 제도




  정치 제도보다 훨씬 세련되고 복잡한 종교 제도는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한번도 중단된 적 없이 그들의 일상 생활을 주도해 왔다. 이스라엘 종교의 외적 제도는 성전과 사제직과 제사/제물이고, 내적 제도는 계약과 율법이다. 이 제도들을 차례로 살펴보겠다.




가. 만남의 천막과 계약 궤




  만남의 천막은 하느님과 그분의 백성이 만나는 장소로, 주님의 집, 성소, 주님의 거처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민수 2,2에 따르면 이 천막은 이스라엘인들의 진영 한가운데에 설치되었지만, 탈출 33,7에 따르면 진영 밖에 설치되었다. 만남의 천막을 백성의 진영 밖으로 옮긴 이유는 아마도 그들의 진영이 금송아지 숭배로 더럽혀졌기 때문일 것이다. 모세가 만남의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 하느님이 현존을 뜻하는 구름이 그 곳을 덮었다


  만남의 천막은 이스라엘이 시나이 광야를 떠돌 때,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머무시고자 마련하라고 명하신 처소로서 옮겨 다닐 수  있는 성소였다. 이스라엘들이 가나안에 들어간 뒤에 이 천막은 실로(여호 18,1), 놉(1사무 21장), 기브온(1역대 16,39)에 안치되었다가 솔로몬이 지은 성전으로 대치되었다.(1열왕8,4).


  만남의 천막을 만드는 규정은 탈출 25―30장에 나오고, 이 천막의 실제 건립은 35―40장에 묘사된다. 만남의 천막 가운데에는 두개의 방이 있는데, 둘 사이에 휘장이 쳐져 있었다. 안쪽 방은 지성소라고도 부르며 계약 궤가 안치되고, 바깥쪽 방에는 분향 제단, 일곱 개의 가지가 달린 등잔대, 늘 빵을 차려놓는 제사 상이 놓였다. 천막 앞에는 제사를 바치는 사제들이 손과 발을 씻는 물두멍이 있고, 물두멍 앞에는 번제 제단이 설치된다. 계약 궤의 크기는 길이가 90센티미터, 너비와 높이가 각각 67센티미터 정도이다. 제사 상의 크기도 계약 궤와 같다. 만남의 천막의 크기는 천막을 덮는 휘장의 크기로 계산하여 길이가 18.8미터, 너비가 13.5미터, 높이가 4.5미터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뜰의 크기는 길이가 44미터, 너비가 22미터, 울타리의 높이는 2.2미터 정도이다. 만남의 천막의 기본 구조는 솔로몬 성전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만남의 천막에 보관한 계약 궤는 아카시아 나무로 만들고 안팎을 금으로 입힌 작은 상자인데, 뚜껑은 금판으로 되어 있었다.(탈출 25,1 이하). 계약 궤의 덮개는 히브리어로 ‘속죄의 장소’, 곧 하느님께서 속죄 행위를 받아들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계약 궤 위에는 두 거룹이 마주 보고 서서 날개로 궤를 덮고 있다. 계약 궤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만나시고 당신의 계명을 알리시는 곳이다(탈출 25,22). 계약 궤에는 모세의 십계 석판 두 개가 들어 있었다(1열왕 8,9). 히브 9,4에 따르면 만나를 담은 그릇과 아론의 지팡이도 함께 들어 있다고 하는데, 이는 히브리서 저자가 비역사적인 랍비 전승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 궤는 히브리인들이 사막을 가로질러 갈 때나 전쟁에 나갈 때 항상 앞장섰다. 이스라엘인들이 가나안인들에게 패배하였을 때, 그들은 계약 궤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민수 14,44). 가나안에 진입할 때에도 계약 궤가 제일 먼저 요르단강을 건넜고(여호 3,3 이하). 예리고 성을 칠일 동안 돌았다(여호 6,11 이하). 계약 궤는 신탁을 문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판관 20,27).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한 다음에 계약 궤는 실로 안치되었다(1사무 3,3이하). 불레셋인들과의 싸움에 이 계약궤를 가지고 나갔다가 이스라엘군은 크게 패하고 궤를 빼앗겼다(1사무 4,10-11). 이는 하느님의 길을 따라 걷지 않으면서 그분의 거룩한 현존인 계약 궤에만 의지한다면 아무런 도움도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이처럼 계약 궤는 주님의 현존을 상징한다. 성서학자들은 이슬람교 이전의 아랍 부족들도 이스라엘의 계약 궤와 비슷한 형태의 궤를 가지고 다녔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집도 일정한 거주지도 없고 따라서 성전도 없던 유목민들에게는 이런 궤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에서는 태양신의 거처로 계약 궤 대신 배를 만들어 나일강에 띄웠다. 이 배는 하늘에 있던 태양신의 거처를 지상에 옮긴 것이다.


  계약 궤는 이스라엘의 초기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많은 성서학자들은 계약 궤가 12지파를 한데 모으는 구실을 하였을 것으로 본다. 한 지파가 한두 달씩 이 궤와 성막을 보관하고 정기적으로 주님과의 계약을 갱신하면서 12지파의 동맹 관계를 확인 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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