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직
아론 가문의 후손들인 사제들과, 같은 레위 지파이지만 다른 가문의 후손들인 레위인들 사이의 관계는 성서학자들 사이에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레위인들과 사제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두가지 다른 견해가 있다. 신명기와 여호수아서와 일부 예언서 본문(에제 43,19―44,15; 말라 2,4)에서는 레위인들을 사제로 묘사하지만, 그밖의 다른 곳에서는 아론 집안에서만 나오기로 된 사제들과 구별하여 성전에서 사제들을 돕는 이들로 소개한다. 처음에는 레위인들도 사제였으나 바빌로니아 유배 이후에 아론 집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제직을 포기하고 아론 집안의 사제들에게 예속된 것으로 보인다. 민수기에서는 레위인들의 지위를 높이 평가하지만 그들에게 사제직까지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계약 궤를 멜 특전과 성소에서 성물들을 관리할 책임과 광야 시절 내내 그 성물들을 옮길 책임은 레위인들의 몫이다(민수 4장).
(1) 사제의 임무
고대 근동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신의 뜻을 알려 주며, 신의 거처인 성소를 지키는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처럼 신과 일반인들 사이를 연결하는 중개 임무를 맡은 이가 바로 사제이다. 물론 사제뿐 아니라 씨족의 원로나 가문의 가장도 구성원들을 위하여 제사나 제물을 바칠 수 있고, 하느님 앞에서 백성을 대표하는 임금이 제물을 바치는 수도 있지만(멜기세덱은 임금이면서 사제였다: 창세 14장; 시편 110장). 제사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오직 사제뿐이다.
처음에는 사제가 아닌 사람이 제사를 바치기도 하였다. 레위 지파가 아니라 에브라임 지파 출신인 사무엘은 사제라기보다 판관이요 예언자라 할 수 잇는데, 그는 규칙적으로 제사를 바쳤다. 그 맊에 사울을 비롯하여(1사무 13장) 다윗(2사무 6,13), 솔로몬(1열왕 8,62-64), 여로보암(1열왕 12장), 아하즈(2열왕 16장)가 임금으로서 제사를 바쳤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유배 이후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우찌야 임금은 성전에 향을 피우러 들어갔다가 나병에 걸렸다.(2역대 26,16-20)
(2) 아론과 사제들
아론은 크핫과 아므람에 이어지는 레위의 삼대째 후손이다(탈출 6,14-20). 그는 세 살 아래인(탈출 7,7) 모세와 함께, 아므람과 요게벳 사이에서 난 아들이고 그들의 누이는 미리암이다.
아론은 유다 지파의 아내 엘리세바에게서 나답, 아비후, 엘르아잘, 이다말을 낳았는데, 나답과 아비후는 광야에서 하느님께 속된 불을 바친 탓에 벌을 받아 죽고(레위 10,1-2), 엘르아잘과 이다말이 아론의 사제직을 계승하였다. 이 엘르아잘과 이다말의 후손들은 나중에 저마다 이스라엘의 사제 가문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아론은 광야에서 성막에 봉사하기 위하여 대사제로 임명되고 그의 후손들은 사제가 되었다. 대사제직은 이다말의 후손인 엘리시대 전까지는 엘르아잘 가문에서 나왔다. 엘리 대사제 때부터 이다말의 후손에게 넘어간 대사제직은 에비아달이 솔로몬을 거슬러 반역을 꾀하다가 내쫓긴 (1열왕 2,26-27) 다시 엘르아잘의 후손인 사독 가문에게 돌아왔다. 기원전 174년 셀레우코스 왕조의 안티오쿠스 4세가 대사제 오니아 3세를 폐위시킨 다음부터, 대사제는 통치권자의 뜻에 따라 임명되었다. 사독 가문의 사제직이 끊긴 지 10년이 지난 뒤에 셀레우코스 왕조에 의해서 대사제로 임명된 알키모스는 하시딤으로부터 ‘아론 가문의 사제’로 인정을 받았다(1마카 7,12-15). 그는 아론의 아들 이다말 계보였던 것 같다.
아론은 거룩한 기름으로 도유되어 ‘기름부음 받은 사제’ (레위 4,3)가 되었다. 그와 그의 후손들은 특별한 사제복을 입게 되는데, 아론은 여느 사제들과 구별되는 대사제 복장을 하였다. 집회서 저자는 대사제 복장을 상세히 묘사하면서 아론을 높이 찬양한다(집회 45,6-15). 대사제의 복장은 고운 아마포로 지은 속내의와 그 위에 입는 속옷, 겉옷과 에봇, 금관이 붙은 터번, 그리고 허리띠로 되어 있다. 속옷은 피부에 닿는 내의가 아니라, 가톨릭 사제가 입는 장백의처럼 목에서 발끝까지 닿는, 제복의 바탕이 되는 옷이다. 속옷 위에 걸치는 겉옷은 소매가 없고 속옷보다는 약간 짧지만 발목까지 내려오는 역시 긴 옷이다. 겉옷 아래에는 푸른색, 자주색, 주홍색 실로 짠 석류 모양의 장식과 금방울이 하나씩 교대로 줄줄이 매달려 있어서, 대사제가 걸을 때마다 방울 소리를 성전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었다. 에봇은 조끼처럼 겉옷 위에 입는 옷으로서 그 끝이 허리 아래 엉덩이까지 내려온다. 갖가지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이 에봇은 어깨 부분과 가슴받이, 이 둘을 잇는 금사슬, 그리고 호화로운 허리띠 등으로 이루어졌다. 가슴받이에는 우림과 둠밈(툼밈)이 달려 있었다. 직역하면 우림은 ‘빛들,’ 둠밈은 ‘완전함들’인데, 대사제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하여 점괘처럼 이용하는 물건이다. 이들이 정확하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주사위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가슴받이에 박힌 열두 개의 보석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한다. 터번에 연결된 금관은 순금으로 된 판에 ‘주님께 거룩한 (것들)’ 이라는 글자를 새긴 것으로서 그 글이 앞에서 보이도록 이마에 둘렀다. 금관 자체는 터번 윗부분에 푸른색 끈으로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